장애인당사자인 이상호 서울시의원. ⓒ에이블뉴스

218만 장애인유권자, 가족, 종사자를 비롯한 일천만의 희망연대를 통해 우리는 사회적 약자가 아닌 정치적 강자가 되어야 합니다. 꼭 그리 되어야 합니다.

“요즘 생각해야 하고 할 일도 너무 많다.

1. 장애여성이 죽었다.

남편의 폭력에 겨우 이혼을 하고 친정 부모가 건물 있다고 겨우 차상위계층이 되었고, 관절염 장애로 인한 통증 때문에 입원하려 하여도 4살배기 아들을 봐 줄 사람 없어서 집에서 아프다가 아들을 옆에 두고 죽었다. 친정은 병원에 시신기증하고 아들은 시설로 보내기로 했단다.

장애인동료들이 나서서 겨우 하루 빈소를 차려 가는 길, 외롭지 않게 하였지만 아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연락조차 되지 않는 폭력적인 아버지에게 보낼 수도 없는 일, 이런 순간 무력해진다.

2. 정신 장애인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집단 폭력에 대한 재판을 오래 해왔는데 지난 목요일 판결이 났다. 가해주동자로 검찰이 기소한 노인회회장과 부녀회회장이 무죄로 판결 되었다.

아파트에서 살지 못하게 집단으로 정신 장애인을 범죄자로 위험스러운 존재로 조성하고 이사할 것을 강요하고 강제로 서명하게 하였던 사실이 있는데 이것이 무죄라는 것이다. 정신장애인 가족들이 당한 피해는 있는데 가해자는 다수라서 죄가 되지 않고 대표성 있던 이들도 무죄라고 한다.

이젠 정말 정신장애인이라고 알려지면 큰일이다. 동네주민들이 이사 가라고 하면 어디든 떠나야한다. 정신장애인이라고 알려지는 순간 살 수 있는 곳이 없다. - 박김영희 대표님 facebook에서 -

저의 주장을 담기 전에 가슴이 먹먹할 정도로 아프게 하는 장애인당사자의 현실입니다.

총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장애계는 그 어느 때보다 이번 총선에서 정치적 관심과 실체적인 조직화를 도모했습니다. 연유야 어찌 되었든 그것의 결과가 냉소가 된다면, 이 사회적 타살에 대한 현재의 슬픔보다 이후 어떤 시기에서든 이러한 ‘사회적 타살’이 재발될 것이라는 절망을 목도하게 될 것입니다.

정치적 무력감, 냉소, 불감증 등이 현재 장애계의 정서인지요?

아니 총선연대에 참여 했던 간부들만의 문제인지요?

아직 유효하고 강력한 카드는 살아 숨 쉬고 있지 않은지요?

218만 장애인유권자 중 90.6%가 이번 총선에서 투표를 하겠다고, 운명의 주인으로 나서고 있는 이 마당에 냉소와 무력감은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아니 아직도 한국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장애인당사자의 죽음 앞에서 오히려 또 다른 사치는 아닌지요?

정치생명을 걸고 타살을 강요하는 한국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폭력에 맞서 싸우는 것!

시혜와 동정을 근간으로 한 돌봄 수준의 장애인정책에 대해 반대하는 것!

장애인에 대한 투자가 초 고령화 사회로 가는 한국사회의 인권에 가늠자가 될 것을 주장하는 것!

천박한 경제논리를 넘어 경제발전의 목적이 사회 소수자를 기준으로 한 건강한 분배에 있음을 주장하는 것!

주류사회의 정당구조를 넘어 폭넓은 장애인정책의 교류와 통 큰 단결의 가늠자로서의 정치행위를 도모하는 것!

장애인지적, 장애강점적 정당조직문화를 결성하는 것!

장애인복지전달체계의 의사결정구조가 애초에 장애인당사자의 권한이었음을 각인하고 그것을 확대, 강화하는 것!

복지, 권리, 시장의 선순환 구조의 대안을 마련하는 것!

우리는 시설수용이 아닌 지역에서 생활해야 하는 것.

우리는 치료를 받아야할 환자도 아니고 보호 받아야할 어린이도 아니며 숭배를 받아야할 신도 아니며 동정과 시혜의 대상은 더더욱 아님을 발견하는 것.

우리는 우리의 서비스를 관리해야할 입장에 있음을 아는 것.

우리는 장애 그 자체보다 장애를 장애답게 만드는 장애사회를 변화시켜야 하는 것을 아는 것.

그 수많은 예산이 장애인에게 투여되지만 단 한 번도 우리가 지역사회 사는 것은 서비스가 아닌 권리라는 것을 가르쳐 준 이가 없었던 과거와 현재의 재발견이며, 장애를 변화시키고자 했던 노력보다 사회가 변화되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준 이가 없었던 과거와 현재의 재평가이며, 동정과 시혜를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야 했던 것이 굴욕이었음을 눈물로 고백하는 장애인동료의 시선에서 나 또한 습기를 감추지 못했음을 공감하는 것이며, 장애는 우리에게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에 신뢰이며, 우리가 우리 문제에 대해 주의, 주장을 하는 것은 권리를 넘어선 의무임을 장애인동료의 아픔에서 체화하는 것!

우리는 사회적 약자가 아닌 정치적 강자가 되어야 합니다. 꼭 그리 해야 합니다.

250만 등록 장애인 중 218만의 유권자를 가지고 있는 장애계는 대한민국의 어떤 집단보다 강력한 정치적 힘을 갖고 있습니다. 그 힘이 정치적 힘으로 외화 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저 숫자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 위대한 헌신의 서약이 정치적 힘으로 실천될 때 장애운동의 건강하고 새로운 세대의 약진을 포괄할 것입니다. 외풍과 정서에 흔들리는 진지는 그 어느 때를 막론하고, 긴장과 협력의 끝자락에서 밀려나는 것을 하루하루 생존을 이어가는 현장에서 살벌할 정도로 확인해 왔습니다.

주체의 전이, 생존의 현장에서 가늠키 어려운 헌신을 지켜내고 계시는 장애인당사자를 위시한 일천만 연대에서 승리의 길목을 열어나가기를 충심으로 기원합니다.

이제 정치적 생명을 다했으나 이후 또 다른 현장에서 그 모습 그대로 실천해나가기를 각인하며, 간절하고 간곡하게 기원합니다.

우리가 가는 길이 역사입니다. 우리는 사회적 약자가 아닌 정치적 강자가 되어야 합니다. 꼭 그리 되어야 합니다.

정치적 무력감과 불감증, 냉소를 넘어 218만 장애인유권자, 가족, 종사자를 위시한 일천만의 희망연대를 통해 투표독려를 꼭 부탁드립니다.

*이 글은 장애인당사자인 이상호 서울시의원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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