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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터널 지나 꿈 향해 도전하는 박상구씨

교통사고로 중복장애…좌절로 ‘세상과 담’ 쌓아

커피 접하면서 꿈 생겨…‘작은 카페 운영 희망’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9-12-31 14:51:43
대전 동구아름다운복지관 내 카페에서 근무하는 박상구씨. ⓒ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대전 동구아름다운복지관 내 카페에서 근무하는 박상구씨. ⓒ에이블뉴스
2012년 7월 6일 자정 무렵 업무를 마치고 운전해 회사 기숙사(경기도 소재)로 복귀하던 박상구(남, 38세, 시각·뇌병변 중복장애)씨의 일상은 한순간 처참히 무너졌다.

누적된 업무 과로와 피로로 인한 집중력 저하로 그만 졸음운전을 했고, 상구씨가 몰던 차량은 적재되어 있던 수출용 컨테이너 박스와 충돌하고 말았다.

이 사고로 상구씨는 대학병원에서 전신마비와 뇌손상으로 인한 언어장애 진단 등을 받았다. 이후 가족이 있는 대전의 산재병원에서 2년간 재활을 위한 운동치료와 언어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치료를 받는 동안 사고 후유증으로 한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 여기에 어깨 수술 등 대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그렇게 전자제품 서비스센터에서 근무하며 가수를 꿈꾸던 평범한 청년의 꿈은 한순간에 산산조각이 났다.

퇴원 후에는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으로 인한 자존감 저하로 집 밖 출입을 하지 않고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했다. 그렇게 스스로 벽을 만들며 외톨이 생활을 했다.

특히나 2년간 재활치료를 했음에도 마비된 몸은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자신의 몸은 그에게 절망감을 안겨줬다.

“건강했던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삶에 대한 의지를 상실하고 자살 충돌까지 경험하면서 몸과 마음은 피폐해져 갔습니다”

보다 못한 형이 다니던 회사를 휴직하고 상구씨의 재활을 위해 직접 나섰다. 그렇게 또 수년간 거주하던 아파트 계단 오르내리기부터 팔다리 근력을 위한 체력단련을 시작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힘없는 팔다리로 1층부터 최상층까지 오르내리며 재활에 매진했다. 결국 하늘이 도왔을까 마비돼 있던 팔과 다리에 조금씩 힘이 생겼다.

대전 동구아름다운복지관 내 카페 전경. ⓒ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대전 동구아름다운복지관 내 카페 전경. ⓒ에이블뉴스
그 무렵 주민센터를 찾은 어머니의 눈에 띈 대전 동구아름다운복지관 소개 리플렛은 그에게 인생 2막을 시작할 기회가 됐다.

“어머니가 리플릿을 보고 바깥 활동을 하기를 권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주위 사람들이 저를 쳐다보는 것이 끔찍하게 싫었습니다. 그래서 거부를 했죠”

하지만 결국 가족의 설득으로 마지못해 2017년 복지관을 찾은 상구씨. 상구씨는 재활치료를 목적으로 체력단련실을 이용하던 중 복지관의 바리스타 훈련 참여 안내문을 보게 됐다.

“평소 커피를 즐겨 마셔 관심분야 이기는 했지만, 왼쪽 편마비와 시각장애가 있어 심적 부담이 컸습니다”

그럼에도 용기를 내어 바리스타 교육에 참여했고, 2017년 하반기 기초반, 2018년 상반기 자격증반 교육을 수료한 후 바리스타 자격을 취득했다.

30대 후반 자격증까지 취득하는 열정을 쏟았지만 일자리로 까지 연결되지는 않았다. 이때 보건복지부와 한국장애인개발원장애인일자리사업이 힘이 됐다.

2007년부터 추진되고 있는 장애인일자리사업은 일반형일자리(전일제/시간제), 복지일자리(참여형/특수교육-복지연계형), 특화형일자리(시각장애인안마사 파견사업/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 보조일자리)로 구분된다.

이중 상구씨는 복지일자리(참여형)에 참여해 올해 1월부터 복지관 내 ‘아름다운 카페’에서 하루 2~3시간씩 근무하고 있다.

복지일자리 참여형은 취업이 어려운 장애인에게 장애유형별 다양한 일자리를 개발·보급해 직업생활 및 사회참여 확대를 위한 직업경험을 지원하는 일자리를 말한다. 올해 복지일자리를 통해 1만1244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지원으로 이제는 바리스타 교육 장소가 상구씨의 업무공간이 됐다. 상구씨는 주문받기부터 커피 추출 등 모든 업무를 담당한다. 하루평균 60명, 점심시간에 30~40명이 카페를 찾는다.

13평 남짓한 공간이지만 아름다운 카페는 상구씨에게 희망의 공간이다. 현재 상구씨를 포함해 4명의 중증장애인이 근무하고 있다.

대전 동구아름다운복지관 내 카페에서 근무하는 박상구씨(좌측)와 어머니 이상분씨(우측). ⓒ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대전 동구아름다운복지관 내 카페에서 근무하는 박상구씨(좌측)와 어머니 이상분씨(우측). ⓒ에이블뉴스
상구씨의 꿈은 언젠가 자신만의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것이다. 자신만의 꿈을 위해 레시피 공부도 틈틈이 하고, 장애인 창업 교육 등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특히 자신만의 경력을 쌓기 위해 올해 열린 2019 대전장애인기능경기대회 바리스타 부문에 처음으로 출전해 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세상이 싫어서 오랜 기간 은둔생활을 했던 저에게 대회출전은 사실 스트레스였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무너지면 평생 다시는 일어설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비장한 심정으로 용기를 냈습니다”

대전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서 아쉽게 은상을 수상한 상구씨의 다음 목표는 재도전을 통한 금상 수상이다. 또 금상을 수상(전국대회 출전권 자격)해 전국 무대에서도 꼭 금상을 수상하겠다는 각오다.

어머니 이상분(53년생)씨는 아들 상구씨가 아름다운 카페에서 근무하는 모습을 보며 가슴 먹먹해 했다.

“사고 후 아들이 마음을 가뒀다. 아파트 14층에 사는데 집에 혼자 두고 어디를 못 나갔다”며 지난날의 아픈 기억들에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도움을 주시는 복지관 분들도 많고 너무 좋다. 더 이상 심하게 아프지 않고 열심히 살았으면 한다”며 상구씨를 향한 작은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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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석 기자 (wegen@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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