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전주박물관이 장애인 편의시설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전북을 중심으로 한 호남권의 문화재를 수집·관리·보존·전시·연구하기 위해 세운 국립전주박물관(이하 전주박물관)이 장애인 편의시설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전주박물관은 휠체어장애인을 위한 경사로는 비교적 잘 돼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문 앞에 서면 휠체어장애인들은 여닫이로 되어 있는 큰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야 하는 난관에 부딪치게 된다. 미닫이문이나 자동문이 아닌 이상 휠체어장애인들은 출입이 매우 곤란하다.

화장실도 비장애인 화장실과는 달리 장애인화장실은 남녀공용이며, 노약자나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계단과 복도를 지나다닐 때 필요한 핸드레일이 없어 매우 불편하다.

2층에는 관람객들이 쉴수 있도록 전망 좋은 곳에 휴게실을 마련해 놓았지만 출입구가 계단으로 돼있어 휠체어장애인들의 휴게실 이용은 그저 그림의 ‘떡’이다.

이 밖에도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경광등’이 설치되 있지 않아 화재 등 비상시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들은 언제 위험에 처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전주박물관을 찾은 이모씨(전주평화동·지체장애)도 “2층에 마련된 휴게실에 전망이 좋아 이용하고 싶었지만 휠체어장애인들이 전혀 이용할 수 없게 돼있어 무척 속상했다”고 말했다.

특히,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과 길을 안내하는 점자유도블록이 전혀 설치되 있지 않았으며 점자안내책자, 박물관 내부 점자안내표지판도 없었다. 이와 함께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들이 박물관을 관람하기 위해서는 점자나 음성으로 전시물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가능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더욱 아쉬운 건 전시된 유물들 중 촉각을 통해 유물을 느낄 수 있는 어떠한 방법도 강구돼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 서울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기획전시전으로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모조유물을 전시해놓았다. 미국 등 선진국에도 이러한 모조유물 뿐만 아니라 점자나 음성으로 유물을 설명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각장애인 김모씨(전주평화동)는 “점자유도블록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아 독립 보행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들을 직접 만져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던 부분은 무척 아쉬웠다”고 말했다.

청각장애인 박모씨(익산동산동)는 “유물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었지만 수화 통역사가 배치돼 있지 않아 설명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전주박물관 심동렬 관리계장은 “그런 부분까지 생각하지 못해 부족한 점이 많았다”면서 “앞으로 박물관내 편의시설이 미흡한 부분을 조사, 즉각 조치 가능한 것은 시정하고 예산이 필요한 부분은 예산을 확보해 장애인들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게 보완·확충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국립전주박물관은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에 지난 1990년 10월 26일 설립됐으며, 전북지역에서 출토된 선사시대와 마한·백제시대의 문화재 24,000여 점이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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