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태 전북장애인신문사 발행인:장애인에 대한 철학과 평소 생활신조는.

이용문 남원시장애인종합복지관 관장:50년 가까이 신앙생활을 해 왔습니다. 신앙생활 속에서 저를 이끌어 주었던 ‘섬김’이라는 하나님의 말씀은 장애인 역시 섬김의 대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하나님의 말씀을 믿고 따르기 위해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며 살 것입니다.

송 발행인:장애인복지를 위해 일하시면서 보람 있었던 일과 아쉬웠던 일이 있다면.

이 관장:보람 있었던 일들을 찾자면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을 겁니다. 아이의 장애 때문에 항상 수심이 가득하던 부모들의 얼굴이 몰라보게 환해진 것부터, 직업적응훈련과 보호작업프로그램, 지원고용프로그램을 통해 일반사업장에 취업해 직업인으로 당당히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들.

불편한 몸 때문에 혼자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었고, 장애인에 대한 그릇된 편견으로 가득한 세상의 눈이 무서워 몇십년을 집안에서만 생활하던 어느 여성장애인이 혼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시내를 오가는 것을 보았을 때의 그 벅찬 감동.

열악한 주거환경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계시는 노인들의 생활을 개선하기 위해 TV에 홍보를 하고 후원자들을 개발해 집을 고치거나 새집을 지어드린 후, 제 손을 잡고 울먹이시던 그 주름진 손길들.

“아! 이게 나를 하나님께서 여기 있도록 만드신 이유로구나”하는 생각이 수없이 들곤 했지요. 하지만 장애인이라고 하면 아직도 조금은 멀리하고 꺼리는 사회, 보통과 다른 시선들, 부족한 편의시설, 열악한 사회복지 재원 등 그러한 것들이 현실로 느껴져 두터운 벽으로 다가올 때는 무척 힘이 들기도 합니다.

송 발행인:지난해 보건복지부로부터 우수복지관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습니다. 앞으로 복지관 운영 계획은.

이 관장:2002년 평가에서 저희 복지관이 우수복지관으로 선정될 수 있었던 것은 지역사회의 많은 분들의 도움과 남원시 행정체계의 지원, 그리고 저희 복지관을 이용하시는 장애인분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그러한 결실을 맺게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한가지를 덧붙이자면 개관한지 몇 년 되지 않았지만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일해 준 저희 복지관 직원들의 역할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저희 복지관에서 제공하는 사회복지서비스는 직원들 즉, 사람으로부터 나오는 것입니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근무환경과 처우의 개선이 무엇보다도 필요합니다.

따라서 일차적으로 직원들의 근무여건을 개선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나가고 그에 따른 프로그램의 양과 질적인 면을 개선시켜 나가면 당연히 저희 복지관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의 삶의 질도 나아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송 발행인:현재 도내에는 6개의 장애인종합복지관이 운영되고 있으며, 앞으로 각 시·군에 1개 시설이 설립될 예정입니다. 특별히 각 지역장애인복지관을 위해 계획하고 계신 사업이나 준비하고 있는 차별화된 프로그램이 있다면.

이 관장:제가 보기에는 시·군에 장애인복지관들이 1개씩 설립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전라북도와 같이 지방정부의 재정이 어려운 곳은 더하겠지요. 재정적 여력이 많은 사회복지법인이면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현재 전라북도에는 6개의 장애인복지관이 설립되어 있고 제가 전라북도장애인복지관협회장의 중책을 맡고 있다 보니 복지관들을 연계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필요했습니다. 복지관들을 연결하다보면 각 지역의 장애인들이 서로 정보교환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그러다 보면 장애인 스스로의 ‘역량강화(empowerment)’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저희 복지관에서 몇 년 전부터 추진했던 ‘래프팅 캠프’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았던 ‘win-win 프로그램’, ‘Boom-Boom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것들이지요.

송 발행인:복지관의 주요사업과 주요현황은.

이 관장:복지관에는 현재 저를 포함해 총36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으며 지난 1998년 4월 1일 개관을 하고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부설사업들로는 재가복지봉사센터에서 재가복지사업을 같은 해에 시작했으며, 1999년에는 주간보호센터와 그룹 홈, 2000년에는 장애인정보화교육장과 직업재활센터가 문을 열었습니다.

사업들이 확장되면서 이용자들도 많이 늘어나 현재는 하루 약150명 정도가 정기적인 저희 복지관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송 발행인:가장 시급히 개선되어야할 점과 숙원사업은 무엇인지.

이 관장:개관했을 당시만 해도 시설 면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에 여유로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개발되고, 적극적인 홍보로 많은 장애인들이 복지관을 이용하게 되면서 기능보강사업을 통해 3층을 증축했지만 아직도 프로그램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는 공간이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또한 올해 복지관에 대형버스와 차량들이 새로 들어오고,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차량을 이용하는 이용자들이 많아 주차공간이 많이 부족해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주변의 토지들을 알아보고는 있지만 이해관계가 맞질 않아 어려운 형편입니다.

마지막으로 장애인체육시설의 필요성입니다. 얼마 전 아테네 장애인올림픽에서 우리나라가 종합 16위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기는 했지만, 장애인들의 재활을 위해서 꼭 필요한 체육시설이 아직 너무 부족합니다.

일례로 우리 복지관을 이용하는 좌식배구팀의 경우에도 마땅한 체육관이 없어 3층 강당을 배구장으로 활용해 사용하고 있는데 불편한 점이 이만저만한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장애인체육관의 건립이 우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송 발행인:장애인복지의 문제점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이 관장:우리나라의 장애인복지 정책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복지정책이 그렇듯 학계나 사회복지정책 입안자들이 외국의 사례를 따라가다 보니 너무 앞서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우리 주위에는 당장 하루의 끼니 걱정을 해야만 하거나 누구든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장애인들이 수없이 많은데 지역사회중심재활이니, 자립생활이니 하는 재활 패러다임의 변화만을 염두에 두고 있다거나 ‘생산적 복지’니 ‘참여복지’니 하는 외국의 사회복지 흐름을 말만 바꿔 실행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실정에 맞춰야지요. 우리나라는 아직 모든 것을 국가가 책임지고 이끌어가야 한다고 봅니다. 지난 9월에 있었던 전국장애인복지관장 연수회의 화두도 단연 ‘지방분권화’였습니다.

‘지방분권’의 핵심은 ‘재정분권’아닙니까? 그런데 여건이 좋은 한두 군데의 지방정부는 그렇다 쳐도 전라북도와 같은 재정자립도가 가장 낮은 지역에서 그 많은 부담을 질 수 있을지 참 걱정스럽습니다.

아직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시기입니다. 정책입안자들은 이점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송 발행인:개인적으로 바라는 소망과 가족관계는.

이 관장: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언제나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처와 1남 2여인 자녀들 역시 그런 저와 함께 지금까지 믿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 마음 언제까지나 변치 않았으면 합니다.

송 발행인:마지막으로 지면을 통해 저희 전북장애인신문에 꼭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이 관장:보잘것없는 저에게 이렇게 많은 시간과 지면을 허락해주신 전북장애인신문에 감사를 드립니다. 2002년 가을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전북장애인신문의 창간을 축하드리면서 언론의 힘과, 특히 열악한 환경 속에서 소외되고 정보에 대한 접근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장애인들을 위한 언론의 역할에 대해 말씀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장애인들을 위한 복지사업은 최 일선의 저희들뿐만 아니라 언론의 힘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언제나 장애인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장애인들의 든든한 동반자가 될 수 있는 전북장애인신문이 되길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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