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장애인종합복지관 사회재활팀장 김준형씨.

“2년 동안 재활치료에 도전해서 성공하지 못한다면 인생을 하직하려했습니다. 죽기살기로 했죠.”

지난 92년 행글라이더 추락사고로 장애를 입고 자신이 만든 2년 간의 죽음에 터널을 지나 5년 동안 세상과 별거하며 절망과 고통 속에 살다가 재활에 성공한 김준형씨(지체1급·48·전주시)의 인생고백이다.

그는 사고 전 남원시 농협에서 근무하며 사랑하는 아내와 딸과 함께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장애를 입은 후 악화되는 가정형편과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함에 이혼을 결심했고 그렇게 생을 마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절벽 끝에서 그를 붙잡아 준 건 딸이었다. 도저히 자신만 바라보는 어린 딸을 홀로 남겨두고 포기할 수만은 없었던 것이다.

“사랑하는 딸을 위해서 어떻게든 장애를 극복해야만 했습니다. 한동안 외부와는 단절한 채 오로지 집안에서 재활훈련에만 집중했어요. 그리고 용기 내어 휠체어를 타고 처음 밖으로 나온 게 사고 후 꼭 5년만이었어요.”

사고 후 처음 접하는 바깥 세상이 그에게는 너무나 두렵고 낯설기만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턴가 자신과 같은 장애인들의 모습이 눈에 띄게 되었고, 점점 동료 장애인들과의 접촉을 시도하며 만남을 갖게 되었다.

“그분들과 만남을 가지면서 지체장애인협회 남원시지회에 회원으로 가입하지 않겠냐는 권유에 정식회원으로 가입한 후 더욱 활발히 활동하게 되었어요.”

오로지 자신과 가족밖에 몰랐던 그가 협회활동을 통해 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음을 깨닫게 되었고, 진짜 인생이 시작됐다. 한마디로 자신과 같은 장애인들과 함께 지내면서 삶의 희망과 꿈을 갖게 되었고 가야할 길을 찾은 것이다.

그는 지난 97년 부단한 노력 끝에 서남대 사회복지과에 입학, 공부를 시작했다. 졸업 후 작년 개관한 전주장애인종합복지관에 지원서를 제출, 공채모집에서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입사했다.

현재 복지관 사회재활팀장으로서 재가복지사업, 건강, 여가, 문화, 취미 등 성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부분을 담당하며 매우 바쁘고 값진 삶을 살고 있다.

“복지관에 입사한지도 1년10개월이 되었는데 장애인분들이 제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성이 향상되고 개선되는 모습을 보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껴요. 제 자신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욕심만큼 일이 안되면 속상하기도 하구요.”

그는 장애를 입은 후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자'라는 좌우명을 갖게됐고, 실천에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불편한 몸 때문에 일이 안 풀리면 가끔 심리적 고통이 뒤따르기도 한다.

“장애인분들이 안에만 갇혀 있지 말고 자신과 같은 장애인들과 많이 만남을 갖는 게 큰 도움이 될꺼예요. 그리고 처음부터 큰 욕심을 가지지 말고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하다보면 결국 더 큰 것을 가지게 될 겁니다. 비장애인들도 장애인들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그들을 동정에 대상으로 보지말고 사회구성원으로 동등하게 대해주셨으면 해요.”

이 같이 말하는 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복지관에서 정년 퇴직할 때까지 지금의 역할을 충실히 해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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