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 발을 A자 형태로 유지하세요!”

“ 다리에 힘을 주세요”

전북 최초로 실시된 ‘장애인스키캠프’에 참가한 시각, 청각, 정신, 지체 등 15명의 장애인들의 오후 첫 강습시간. 장애인들과 1대1로 마주한 스키강사들의 목소리가 무주리조트 설원을 쩡쩡 울렸다.

강사의 가르침대로 다리를 A자로 만들려다 그대로 주저앉는가 하면 중심을 못 잡아 엉덩방아를 찧고 일어날 줄을 몰랐다.

“자- 스키를 옆으로 가지런히 놓고 천천히 일어나 보세요.”

스키강사들은 눈살 한번 찌푸리지 않고 부드럽지만 단호한 어조로 강습을 다시 시작했다. 매서운 추위지만 어느덧 그들의 이마엔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스키에 열중 푹 빠져 있는 이종다(21·맹아학교 )군은 “지금은 잘 안되지만 이렇게 오뚜기처럼 ‘넘어지다. 일어나다’를 반복하면 언젠가는 씽씽 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가장 나이가 어린 김혁(13·청각)군은 인솔교사인 김연우(전주선화학교)교사의 수화통역으로 기본자세를 익힌 후 평지에서의 강습이 지루한 듯 슬로프 쪽으로 자꾸만 시선을 돌렸다.

이렇게 2시간 동안 기본 강습을 끝낸 후 강사들이 운전하는 스노우모빌을 타고 초급자용 슬로프 정상에 오른 15명의 장애인들은 처음의 자신만만하던 표정은 간데 없고 슬로프의 경사면을 바라보며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러나 ‘중도포기’는 용납을 불허한다는 단호한 표정의 스키강사들은 유연하고 능숙하게 한사람씩 슬로프를 내려 올 수 있게 유도, 전원이 1차 초급자용 슬로프 정복에 성공했다.

강풍을 동반한 눈발이 흩날려 스키를 타기엔 최악의 기상상태를 보인 강습 이틀째에는 강습 후 리프트를 타고 중급코스에서 내려오는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었다.

행사 진행요원들은 “일반인들도 오늘 같은 날씨는 위험하다”며 리프트 시승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대다수의 스키강사진들은 “충분히 할 수 있다”며 프로그램대로 하자고 밀어붙였다.

초급자용 슬로프 보다 경사면은 더욱 가파르고 긴 중급자용 슬로프 정상에선 15명의 장애인들의 눈빛은 해내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에 차 있었다.

“긴장 푸시고 배운 대로만 하세요.”

“저를 보지 마시고 멀리 보세요. A자 유지하시고”

이처럼 말한 이승호 강사(22·대재)는 몸을 뒤로 한 채 앞서 내려가고 청각장애인 김용헌(19·전주선화학교)군은 손짓 발짓 수화를 곁들인 강사의 지도에 자신감을 얻어 서서히 슬로프를 내려오기 시작했다. 뒤를 이어 14명의 장애인 강습생도 모두는 슬로프를 내려왔다.

밑에서 자신촬영을 하며 기다리고 있던 진행요원들의 환호성이 줄줄이 이어졌다.

김지혜(25·한체대 )강사는 “시각 장애인을 처음 지도해 봤는데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대단해 놀라웠다”며 “좀더 시설 보완이 이루어져 시각장애인용 스키장비가 갖춰지면 시각장애인들이 좀더 안전하고 자신감 있게 스키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귀로 듣진 못하지만 볼 수 있기 때문에 온갖 몸짓을 다 동원해 지도했는데 큰 어려움 없이 잘 따라했다”며 대견스러워하는 강태민(22, 대재) 강사는 “평소 전혀 관심을 안 가졌던 부분인데 수화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배우고 싶다”고 말한 뒤 김연우 교사에게 간단한 수화를 배우는 열성을 보였다.

장애인 지도는 처음이라는 남기송(22·대재)강사는 “정상인보다 조금 학습능력이 떨어질 뿐 반복적인 교육만 주어진다면 정상인 못지 않게 잘 할 수 있다”며 “장애인에게 스키는 불가능한 운동이라고 편견을 갖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번 행사가 편견해소를 위한 좋은 자극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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