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길목에서 대구 지하철 화재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다.

뜻하지 않은 사고로 고인이 된 이들의 명복을 빈다.

졸지에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심정이 오죽할까마는 더구나 시신확인도 못하고 유해나 그 어떤 흔적을 찾지 못해 애태우는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은 얼마나 참담하겠는가.

우리 모두 자신의 임무와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더라면 막을 수도 있었을 재난이라 하니 한사람 한사람이 성벽을 이루는 돌처럼 자기 자리를 지켜야 된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남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우리 자신이 남을 도와 줄 수 있기도 하다. 그것은 말 한마디 일 수도 있고 노동일 수도 있고 금품일 수도 있다.

타인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산다면 자신도 행복해지고 소외 받는 이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녹음 낭독 자원봉사자 교육을 받고 녹음 봉사하면서 생긴 변화는 시각 장애인의 입장을 생각하게 돼 텔레비전을 볼 때 눈을 감고 소리를 들어보게 된다. 그러면 라디오를 듣는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든다.

라디오는 원래 듣는 사람 위주로 방송을 하니까 눈을 뜨고 듣건, 감고 듣건 마찬가지이지만 뉴스를 볼 때 눈을 감고 들으면 앵커 또는 아나운서의 발음이 훨씬 또렷하게 들린다.

그렇지만 화면이 안 보이는 관계로 이해가 잘 안되고 무엇을 말하는지 애매하기도 하다.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본다는 것이 더불어 사는 세상의 첫걸음이 아닐까 한다.

요즘은 장을 집에서 담그는 사람이 많이 줄었지만 전업주부이면서 사먹기가 멋쩍어서 음력 정월에는 장을 담근다. 그런데 장이라는 것이 적당히 햇볕을 쏘여 주어야 하고 바람도 잘 통하게 해 주어야 한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관리하기가 쉽지 않은데 개량 항아리 뚜껑이란 것이 나와서 여간 편리하지 않다. 누군가 주부들의 불편한 것을 잘 파악하고 만든 것 같다. 뚜껑을 열었다 덮었다 하는 수고를 덜 수 있고 위층에서 느닷없이 물이 떨어져 낭패 보는 일도 없어졌다.

이처럼 시각 장애인들에게도 불편한 것을 개선하고 필요한 것을 만들어 제공해야 하는 것이 우리 사회 모두의 몫이 아닌가 생각한다. 공급자 위주의 제도나 정책이 아니라 수요자들 편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 결정한다면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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