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부모대회 장한어버이상 수상자

“열심히 운동해서 걸어야지. 자∼ 다시 일어나 봐”

“엄마. 힘들어, 그만 할래”

“준아, 힘들다고 포기하면 평생 못 걷게 되면 어떡하니?”

“싫어, 나 장애인 아냐, 장애인 싫어”

이는 8개월 반만에 태어나 패혈증으로 죽음의 위기까지 넘기고 살아난 아들 김 준(지체장애2급)과 자신도 뇌출혈로 쓰러져 왼쪽이 마비된 박점님(39·여)씨가 물리치료를 받으면서 나누는 대화다.

지난달 장애인 부모대회에서 장한어버이상을 수상한 박점님씨. 그는 다리를 쓰지 못하는 아들 준이를 일으켜 세워 보려는 일념 하나로 살아온 세월을 담담하게 얘기한다.

“눈을 뜨면 오로지 준이의 재활치료에 온갖 정성을 다 쏟았어요, 힘든 줄도 모르고 동암 복지관에 달려가 준이에게 물리치료를 시켰어요. 아주 조금씩이라도 변화를 보이면 얼마나 행복하고 즐거운지 몰라요, 그런데 저에게는 기쁨이지만 준이에게는 얼마나 그게 고통스러운 것인지 그때는 알지 못했어요.”

피곤함도 모르고 동분서주하던 그에게 불행이 닥친 것은 작년 겨울. 평소 고혈압 증세가 있기는 했지만 젊은 나이에 갑자기 찾아온 뇌출혈은 그가 가진 모든 것을 흔들어 놓을 정도의 큰 파장이었다.

안면마비에 턱관절까지 빠지고 왼쪽은 마비되어 침상에서 일어나지 못했던 것. 그 후 지금도 왼쪽이 마비돼 고통스러운 물리치료를 받고 있는 형편이다.

“준이가 물리치료 과정을 힘들어하면 얼마나 혹독하게 혼내고 채근했는데 지금 제가 겪어보니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것조차도 고통스럽네요. 물리치료 정말 생각만 해도 끔찍하거든요. 아들 심정을 모르니까 하나님이 너도 한번 겪어 보라고 내리신 고통 같아요.”

준이를 껴안으며 결국 눈물을 참지 못하는 박씨. 이제 준이가 그렇게 싫다고 도리질 치던 장애인학교를 가지 않고 일반 지곡초등학교에 입학, 소원대로 공부할 수 있어서 다행스럽다고 한다.

다리를 쓰지 못하기 때문에 곰두리봉사대와 손수레자원봉사회의 도움으로 부분적인 통학문제는 해결이 되지만 나머지는 장애인부모회 회원어머니의 도움을 받는다.

“제가 지난 겨울 쓰러졌을 때 제일 큰 걱정이 준이의 물리치료가 중단되면 어쩌나 하는 거였어요. 그런데 회원들이 하루도 빼 놓지 않고 준이의 물리치료를 도와줬더라구요. 얼마나 고마운지.”

같은 애환을 가진 부모들이기에 그들이 나누는 우정이 유별나게 돈독할 수밖에 없다.

“장애아동의 부모는 너무 여유가 없어요. 제가 건강을 잃고 나니까 아이들을 위해 뛰려면 무엇보다 자신의 건강을 잘 챙기는 것을 잊지 말라는 주제 넘는 말을 하게 되네요. 장애아동의 부모가 무너지면 힘없는 장애아들은 그대로 주저앉게 되니까요.”

박씨는 자신도 건강을 잃고 보니 서두르지 말고 느긋하게 아이를 관찰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함을 느끼게 된다.

“아직도 특수학교와 복지시설들의 설립에서 보인 일반인의 편견은 장애아동을 둔 부모들의 가장 큰 아픔”이라는 그는 “장애아동에 대한 사회의 편견과 차별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우리 부모들의 역할이 크고 소중하다”고 이야기한다.

“아직도 부모회를 모르는 장애아동 부모들이 많은데 모든 분들이 힘을 모아서 천사 같은 우리 아이들이 비장애 아동들과 마찬가지로 교육과 복지혜택을 골고루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희망찬 바램을 피력하는 그는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더 건강을 회복해야 만 한다”며 물리치료를 받기 위해 불편한 몸을 일으켰다.

<이현경기자 lhj215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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