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보이니까 할 수 없을 거라고? 우리도 할 수 있다. 힘을 내!”

지난 15일 지리산 성산재를 넘어 노고단까지 오르는 등산로에는 쾌청한 날씨만큼이나 아름다운 사랑이 솔솔 피어났다.

21세기 복지회(회장 최진호)와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관장 송경태)은 시력의 상실로 인해 산행의 기회가 부족한 시각장애인들에게 등반활동의 기회를 제공하고 자연의 섭리를 이해시켜 삶의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한 사랑 나눔 등반대회를 개최했다.

지역의 시각장애인 15명, 봉사자 25명 등이 참가한 이날 등반대회는 안내봉사자와 시각장애인이 1인1조가 되어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해냈다. 또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산행에 나선 장애인들의 얼굴에서는 뿌듯함이 느껴졌다.

성산재를 오르는 산행코스 중 험난한 돌계단 길을 택한 유복희(52·1급), 정남옥(52·1급)씨는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기 위해서 편한 길을 포기하고 비장애인도 조심스럽다는 돌계단 길로 올라왔다”고 자랑스러워했다.

노고단 산행은 처음이라는 서태석(68·1급)씨는 “땀도 많이 흘리고 힘들었지만 올라오니 기분만은 상쾌하다”며 “시각장애인이 노고단까지 올라 왔다는 사실을 자랑하고 싶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참가장애우중에서 가장 연장자인 정양식(76·3급)씨는 “중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몇 번 있었지만 안내봉사자의 정성어린 손길 때문에 참고 올라왔다”며 “막상 올라와 보니 시원한 공기, 향긋한 봄바람을 만끽할 수 있어서 더할 수 없이 행복하다”고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거리에서 배회하는 가출청소년 단기보호시설을 운영하는 김미향(30·전주푸른청소년쉼터) 원장은 청소년 및 교사 8명을 인솔하고 참가, 눈길을 끌었다.

김 원장은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시각장애인들이라 처음에는 부담스러웠는데 잠깐동안의 교육을 받고도 별 무리 없이 산행에 성공할 수 있도록 보조했다”고 자평한 뒤 “이는 봉사자들을 불편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같이 노력한 참가 장애인들 덕분이고 섬기러 왔다가 섬김 받고 간다”고 말했다.

등반대회 최연소 자원봉사자 유선하(15·전주푸른청소년쉼터)양은 “저보다 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삶의 의지를 갖고 살아가는 시각장애인들의 모습을 보고 깨닫는바가 많았다”며 “앞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원하는 학교에 진학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등반대회를 위해 차량9대를 지원하고 안내봉사까지 맡은 하나회(회장 이양수)회원 9명은 비번임에도 불구, 시각장애인들과 한 몸이 되어 호흡을 맞추고 일일이 귀가길까지 책임졌다.

이양수 회장은 “비번인데도 자신들의 안락한 휴식을 마다하고 자발적으로 참가해준 회원들게 감사하다”며 “앞으로 미약하나마 장애인들의 어려움을 잘 헤아리는 장애인들의 친구 하나회가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대회를 마친 뒤 송경태 관장은 “이렇게 좋은 날씨에 성공적인 산행을 마치도록 협조해준 시각장애인, 하나회 등 봉사자들과 행사진행을 위해 도움을 준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