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 사막 250Km를 6박 7일 동안 완주한 저자 송경태 씨.

「대기의 염열이 지표를 녹이는 오늘도 달릴 것이다. 나는 최선을 다해 순간을 달릴 것이다. 순간이 이어져서 한 시간이 되고, 하루가 되고, 한 달이 되고, 일 년이 되고, 일생이 되는 것. 생명을 지닌 존재는 엄밀히 말해서 순간을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죽음마저도 순간이 아닌가.」 (본문 126P)

‘사막마라톤 그랜드슬래머’이자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 관장이며 시인·수필가이기도 한 저자 송경태 씨(50, 시각장애 1급)는 지금까지 있어왔던 모든 마라톤 중에서 가장 극한의 고통을 체험한 사하라 속에서 얻은 깊은 성찰을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송경태 씨는 지난 2005년 사하라 사막 마라톤 250Km를 6박 7일 동안 완주하는 동안 그려진 내면 세계에 대한 성찰의 감동을 군더더기 없는 유려한 문장으로 표현했다. 특히, 눈으로 볼 수 없었던 사막에 대한 묘사는 놀라울 정도로 사실적이면서도 독자들에게 긴 여운을 남긴다.

<신의 숨결 사하라>에 의하면 사하라사막은 그에게 가혹하다 못해 잔인함의 극치를 주는 땅이었다. 이글거리는 태양, 섭씨 50도가 넘는 지표 온도, 가공할 모래폭풍, 체력을 빨아들이는 모래구릉, 돌투성이 황무지, 소금이 굳어진 석회암 지대, 40도에 이르는 낮과 밤의 일교차, 사하라는 인간의 발길을 거부하는, 신이 버린 대지였다.

그는 6박7일 동안 먹을 양식을 담은 배낭을 짊어지고 사막을 달렸다. 부르튼 발바닥의 통증, 혀에서 분비되는 침마저 고갈되는 타는 갈증, 모래폭풍의 공포, 세포가 타들어가는 고통, 분열되기 직전의 정신 상태로 사하라사막을 달렸다. 공격적이고 야만적인 땅, 생명에 대한 배려와 관용이 눈곱만큼도 없는 땅 사하라사막에서 고통의 극점을 향해 달렸다.

그는 말한다. "사막의 속성은 증발이었다. 땀, 체력, 생명, 강, 호수, 왕국까지도 사막에서는 증발한다. 사막의 역사까지도."

사막은 길이면서도 길이 아니었다. 체력이 고갈된 인간의 의지까지 빨아들이는 모래구릉은 고통마저 말려버리는 극한의 인내만을 요구했다. 세 걸음을 옮기면 두 걸음이 미끄러지는 모래구릉을 오르며 그는 사하라사막에 자신만의 길을 개척했다.

송경태 씨는 인간의 사고까지도 하얗게 증발시켜 버리는 사하라사막에서 레이스를 하며 사하라 속의 한 방울 물 같은 자신의 존재 속에 내재되어 있는 생명의 힘을 느꼈고, 염분이 증발되어 고체화된 백사막의 냉혹한 우아함 속의 도사린 잔인함, 생명을 가차 없이 무시하는 백색 대지의 가혹한 복사열 속에서 역설적이게도 생명의 위대함을 알게 되었다고 기술했다.

「사막의 길은 발걸음이다. 지난 사흘 동안 달려온 내 발걸음이 사막의 길이었다. 우주선 아폴로에서 내린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그것은 곧 우주의 길이 되었다.」(본문 122P)

「로키 산맥 스쿼머시 치프봉 607미터 수직 암벽을 오를 때였다. 50여 미터가 남은 지점에서 110도의 마이너스 턱을 오르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었다. 몸이 조금이라도 가벼웠으면 하는 생각이 들자 살이라도 잘라서 떼어내 버리고 싶었다. 로프에 매달린 몸이 한 바퀴 회전을 했다. 그때, 조끼 주머니에서 미세한 금속성 소리가 들렸다. 조끼 주머니에 1센트짜리 캐나다 동전 세 개가 들어있었다. 그 동전 세 개 무게라도 덜면 내 몸이 가벼워지겠지 하는 심정으로 그것을 떨어뜨려버렸다. 아, 그 동전 세 개가 내 몸에서 떨어지자 3킬로그램이라도 줄어 든 것 마냥 몸이 가벼워졌다. 믿기지 않을 일이겠지만 극한 상황을 체험해보지 않고는 그 신비, 그 진실을 이해 할 수 없으리라.」(본문 205P)

송경태 씨의 저서 <신의 숨결 사하라>에는 매 구절마다 극한을 이겨낸 감동이 살아 숨 쉬고 있다. 마라토너이자 희망전도사를 자청하는 그의 글 속에서는 강한 긍정의 메시지가 들어 있어 독자들에게 삶의 희망을 불러일으킨다.

<신의 숨결 사하라>는 ‘첫째 날 - 사막은 길이다 / 둘째 날 - 사막은 길이 아니다 / 셋째 날 - 사막의 길을 찾아서 / 넷째 날 - 사막의 길은 발이다 / 다섯째 날 - 사막의 길은 마음으로 이어진다 / 마지막 날 - 사막의 길은 끝나지 않았다' 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 송경태 씨는 지난 1982년 7월 20일, 군에 입대를 한지 40일 만에 수류탄 폭발 사고로 두 눈을 잃었다. 여섯 달 동안 광주통합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의병제대를 했다.

사하라사막 레이스 이후에도 중국의 고비사막과 타클라마칸 사막, 아프리카의 나미브사막, 칠레의 아타카마사막 레이스를 완주했다. 사하라, 고비, 아타카마사막을 완주한 사람에게만 자격이 주어지는 남극대륙 250Km 레이스까지 마친 어드벤처 레이스의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세계 최초의 시각장애인이기도 하다.

그 밖에도 목포에서 임진각, 부산에서 임진각까지 두 차례 국토 도보 종단, 한라산과 백두산 등정, 필라델피아에서 LA까지 석 달에 걸친 미대륙 횡단, 52시간, 3박 4일 동안 로키 산맥 스쿼머시 치프봉의 607미터에 달하는 수직 거벽 등반 등 초인적 기록을 달성했다.

저서로는 <나는 희망을 꿈꾸지 않는다>(청동거울2009), <희망은 빛보다 눈부시다>(희망제작소 2009), <삼 일만 눈을 뜰 수 있다면>(청동거울2008, 문광부 우수교양도서)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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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장애인신문 안정아 기자 / 에이블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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