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기자는 한국장애인인권상위원회가 주최한 ‘2009 한국장애인인권상 시상식을 취재했다.

미리 받은 보도자료엔 ‘시각장애인 안마사의 목숨을 구한 임지봉 교수, 장애인인권상 수상’이란 타이틀과 함께 안마사는 시각장애인만이 할 수 있는 직업임을 헌법재판소에서 합헌판결을 이끌어내기까지 임 교수의 활동사항이 적혀 있었다.

기자는 문득 임지봉 교수님의 10여 년 전 헌법소송 수업시간이 떠올랐다. 대학에서의 대부분 수업이 그렇듯 정해진 주제를 발표하고 토론하고 끝에서 교수님이 정리하는 형식을 취했으며 뇌성마비인 기자는 발표를 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의 학점은 보장됐다.

그런데 1학점짜리에 불과한 헌법소송 과목에서 임 교수님은 기자의 완곡한 부탁을 강하게 거부하시며 끝끝내 ‘군필자 가산점 위헌판결’에 대한 발표를 시키셨다.

발표라곤 초등학교 이후 해 본 경험이 없던 기자는 몇 주를 버텨봤지만 결국 등 떠밀려 발표를 진행했고 몇 줄 읽자 어느덧 내가 발표하고 있다는 떨림과 흥분이 경련의 형태로 표출됨을 느꼈지만 띄엄띄엄 발표를 끝냈다. 발표가 끝나자 주위의 친구들로부터 “생각보다 훨씬 잘했다"는 얘기가 들렸다.

기자가 취재현장에서 제일 부러웠던 것은 장애인 당사자로서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용기였다. 지금도 투쟁현장에서 누군가 마이크를 쥐어줬을 때 과연 내 생각을 당당히 밝힐 수 있을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기자가 장애계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장애인이라고 움츠려 있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으며 장애란 벽에 숨지 말고 당당히 요구해 쟁취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임 교수님도 그것을 가르쳐 주고 싶으셨을 것이다.

장애인생활신문 이재상 기자 / 에이블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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