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르릉’ 평소대로라면 울리지 않았을 알람이 7시가 되니 울리기 시작했다. 토요일 아침. 평소대로라면 늦잠을 자야 했을 오늘 내가 이른 아침에 눈을 떠야했던 것은 장애인복지관에서 열리는 장애인 탁구대회에 자원봉사를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아침 9시 정각. 10시에 개회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래서 자원봉사들은 서둘러 아직 미숙한 행사의 준비를 돕고 부족한 부분을 하나둘씩 채워나가는 일을 해야 했다. 특히 장애인 분들이 행사에 참여하는데 불편한 점이 있지 않을지 세심하게 살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우리는 차가 한 두 대 씩 들어오는 것을 확인하고, 트렁크나 혹은 뒷자석에 있을 휠체어를 장애우 분께서 타기 좋게 준비해서 태워드린 후에 체육관까지 안전하게 모셔다 드리는 일을 하였다. 나는 자원봉사자이기에 그분들께 최대한 도움이 되어야한단 생각에 “도와드릴 일 없을까요?”라고 수시로 여쭤보았다. 하지만 막상 대부분의 장애우 분들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으려 하지 않았다. 난생 처음 본 사람을 의지 한다는 것에 대해 경계를 많이 하시는 것 같았다. 게다가 몸은 불편하시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움직이고 싶어 하시는 듯도 했다.

자원봉사자들이 경기 중 할 일은 주로 탁구공을 줍는 일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탁구공 줍는 것쯤이야 하는데, 그렇다. 말 그대로 단순히 탁구공을 줍는 일이다. 몸을 생각처럼 움직이기 힘든 장애인분들께 내가 앞으로 보내게 될 많은 노는 시간 중 일부를 할애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원봉사의 의미가 생기는 듯 했다.

예전전이 끝나고 점심식사 시간이 되었다. 식판, 마실 수 있는 물 등 자원봉사자들의 손을 거쳐야 장애인분들은 맛있는 점심식사를 할 수 있었다. 주변사람들과 하하호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처음 봉사활동을 했을 때 느꼈던 장애인들에 대한 측은함이 사라지고, 우리와 똑같은 한사람 한사람 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점점 순위가 갈리면서 어느덧 경기도 끝나가기 시작했다. 공을 줍느라 허리는 매우 아팠지만 결승전에서 이긴 팀과 함께 환호도 하고, 또는 진 팀에게는 위로의 표현을 하면서 어느새 그들과 하나 됨을 느끼는 순간 이었다.

시상식이 끝나고 보니 오후에 내리던 비가 아직도 내리고 있었다. 우산을 들지 못하는 장애우 분들은 어떠한 보호막 없이 비를 맞게 된다. 나는 장애인분들이 비를 맞지 않도록 차에 데려다드리기 위해 말없이 뒤에서 휠체어를 밀었다. 그 때는 장애인분들도 웃으면서 내 도움의 손길을 반가워해 주셨다. 비록 나는 비를 그대로 맞았기 때문에 다음날 몸살이 나긴했지만 누구에게든 내 마음을 진심으로 표현한다면 말없이도 그 진심이 통한다는 사실을 장애우분들을 통해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우리들은 남들이 우리와 조금이라도 다르면 측은하게 혹은 이상하게 쳐다본다. 색안경부터 끼고 보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소수라는 이유로 그들의 의견을 묵인해 버리고, 그들의 말 못할 고통을 함께하거나 감싸려고 하지 않는다. 절실한 것이라면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우리들 때문에 그저 운이 나빠 불편한 몸을 가지게 된 것 뿐인 장애우분들이 몸의 불편만이 아니라 마음의 불편까지 감수해야하는 것이다. 약자는 도태되고 강자만 살아남는 사회가 아닌, 강자가 약자를 지켜주는 좀 더 따뜻하고 푸근한 사회가 되길 자원봉사의 소감을 적으면서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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