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김성재 상임대표가 지난 11월 30일 충북 제천에서 열린 제7회 전국장애인지도자대회에서 지방선거와 장애인단체의 역할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사진제공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분석/정당지지도 설문조사 결과

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각 정당들은 이미 지방선거 대책마련에 들어간 상황이다. 장애인계에서도 지방선거 장애인연대 구성을 논의하는 등 대책마련에 돌입했다.

이러한 가운데 에이블뉴스가 실시한 창간 3주년 특집 장애인당사자 정당지지도 조사에서 한나라당이 1위를 차지했지만 ‘장애인에게 가장 우호적인 정당’으로는 민주노동당이 뽑혔다.

하지만 이번 설문조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조사대상 장애인 10명 중 4명가량은 ‘지지 정당이 없다’고 응답하거나 ‘장애인에게 우호적인 정당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응답했다는 점이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가 각 정당들에게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 자세히 분석해봤다.

한나라당, 불안한 1위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을 제치고 장애인당사자 정당지지도 1위를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불안한 1위’로 풀이된다.

먼저 20.8%라는 지지율은 지난 11월 17일 문화일보가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41.4%라는 경이적인 지지율을 획득한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특히 18.8%를 얻어 2위를 차지한 열린우리당과는 2%P밖에 차이가 나지 않으며, 17.9%를 얻어 3위를 차지한 민주노동당과도 2.9%P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문화일보 조사에서 열린우리당을 20.5%P차로, 민주노동당을 29.8%P차로 제친 것에 비한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지역별로 고른 지지층을 형성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도 불안한 대목이다. 한나라당은 영남권에서 29.1%로 비교적 높은 지지율을 획득했지만 제주도(0%)에서는 지지층이 전혀 없었다.

특히 수도권과 충청권에서는 각각 23.4%, 17.1%로 전체 지지율 3위를 차지한 민주노동당에게 1위 자리까지 내주는 수모를 당했다. 호남권에서도 겨우 2.2%의 지지를 얻어 자민련만을 제쳤을 뿐이다.

한나라당은 ‘장애인에게 우호적’이라는 인상도 받지 못하고 있었다. 겨우 13.7%만이 한나라당이 장애인에게 우호적인 정당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부분에서 열린우리당을 1.7%P 차로 간신히 제쳤지만 민주노동당에게는 16.8%P라는 상당히 큰 차이로 뒤졌다.

한나라당은 현재 지지도 1위라는 성적이 내년 5월 있을 지방선거까지 유지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장애인 지지층을 꼭 붙들어놓을 전략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지난 11월 30일부터 충북 제천 국민연금청풍리조트에서 전국의 장애인단체지도자 및 실무책임자 300명을 대상으로 '2006 지자체선거와 장애인단체 역할 모색'을 주제로 제7회 전국장애인지도

열린우리당, 집권당 체면 구겨

열린우리당은 이번 설문조사에서 한마디로 집권당으로서의 체면을 구겼다. 정당지지율 18.8%로 한나라당에 이어 2위를 차지했지만 결코 만족할 수 없는 성적표다.

물론 문화일보 조사와 비교할 때 한나라당과 근소한 차이로 2위를 차지한 것은 고무적인 부분이지만 0.9%P차로 민주노동당이 바짝 뒤쫓고 있어 언제 3위로 추락할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이다.

지역별 지지율은 제주도(60.0%)와 호남권(28.3%)에서 1위를 차지했을 뿐, 수도권(15.3%)과 충청권(8.6%)에서는 전체 지지도 3위를 차지한 민주노동당에 밀려 3위를 기록했다.

다만 영남권에서 20.9%의 지지율을 얻어 29.1%를 차지한 한나라당과 같은 20%대의 지지율을 획득하며 2위를 차지했다는 점이 위안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장애인 당사자의 12.0%만이 열린우리당이 ‘장애인에게 우호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부분은 뼈아프다. 이 부분에서도 민주노동당과 한나라당에게 뒤졌다.

열린우리당이 이번 설문에서 좋지 못한 성적을 거둔 것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한 것을 보인다. 특히 LPG 지원한도 축소, 장애인복지사업 지방이양 등에 이어 최근 불거진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중단 방침 등이 이번 성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노동당, 의미 있는 선전

민주노동당은 이번 설문조사에서 의미 있는 선전을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정당지지도 측면에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에 뒤졌지만 각각 2.9%P, 0.9%P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문화일보 조사에서 11.6%의 지지율로 3위를 차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에 각각 29.8%P, 9.3%P 격차를 보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고무적인 성적이다.

지역별 정당지지도 측면에서도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각각 24.2%, 25.7%를 차지해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을 모두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호남권에서는 10.9%로 비교적 낮은 지지율이었지만 열린우리당에 이어 2위를 차지한 것이 눈에 띈다. 제주도에서는 전혀 지지를 못 받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영남권에서는 11.6%, 강원도에서는 8.3%로 각각 3위를 차지했다.

특히 30.5%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장애인에게 가장 우호적인 정당’으로 꼽힌 부분은 이번 설문조사에서 민주노동당에게 가장 의미를 주는 대목이다.

이 부분에서 민주노동당은 2위를 차지한 한나라당을 16.8%P, 3위 열린우리당을 18.5%P 차이로 제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당은 장애인에게 우호적이라고 선택을 받았지만 지지도 부문에서는 3위를 머무른 이유는 곱씹어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과정에서 민주노동당을 선택한 한 장애인은 “민주노동당이라고 생각하는데 아직 힘은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장애인에게 우호적이라는 이미지가 지지율 상승까지 이어지려면 주장에서 끝나지 않고 해결책까지 내놓아야 한다는 주문으로 분석된다.

각 정당이 꼭 새겨야할 의미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서 각 정당들이 공통적으로 새겨야할 부분은 정치권을 바라보는 장애인들의 시선이 매우 좋지 않다는 점이다.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무려 39.6%가 ‘지지 정당이 없다’고 응답했으며, ‘장애인에게 우호적인 정당 조사’에서 무려 42.2%가 ‘장애인에게 우호적인 정당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이번 설문에 응하기를 거절한 장애인들도 “정치 얘기는 하기도 싫다” “정치인들 다 똑같다” “먹고 살기도 바쁜데 무슨 정치에 관심을 두겠느냐”는 등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깊었다.

하지만 이는 장애인들을 대변하는데 조금 더 노력한다면 장애인 지지층을 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지방선거를 몇 개월 남겨두지 않은 현재 각 정당들이 장애인 민심을 잡기 위한 어떠한 전략들을 세워나갈지 장애인들의 관심은 집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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