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청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시각장애아동들과 정화원, 현애자 의원. <에이블뉴스>

서울맹학교 시각장애인 학생들이 학교 선배인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과 정 의원의 동료 국회의원들과 국회 나들이를 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정 의원은 23일 오후 서울맹학교 초등부 학생, 교사, 학부모 등 40여명을 초청해 국회본청, 헌정기념관 내 전시실, 본회의실 등을 견학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민주당 손봉숙 의원,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 열린우리당 김춘진 의원,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 등이 참석해 시각장애아동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견학의 첫 번째 장소였던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선 시각장애아동들은 본회의장의 모습을 직접 볼 수는 없었지만, 본회의장에서 이루어지는 일과 좌석배치, 생김새 등에 대한 설명을 듣는 아이들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귀를 기울였다.

이후 본회의장 견학을 마친 아이들은 정화원 의원과 국회본청 앞 잔디밭에서 뛰어놀고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난생 처음 국회에 발을 들여놓는 아이들은 견학 내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이것저것 질문을 했고 이날 행사에 참여한 국회의원들은 잠시나마 동심에 빠져 환하게 웃는 모습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현재 장애인이동보장법 제정을 위한 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 현애자 의원은 "여러분들이 비록 보이진 않지만 편안하게 어디든 다닐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하며 견학을 하는 동안에도 시각장애아동들의 손을 잡고 길을 안내했다.

또 손봉숙 의원은 "나의 미모를 여러분이 보지 못한다는 게 지금으로선 가장 안타깝다"고 농담을 건네며 아이들과 식사를 함께 하기도 했고, 지팡이를 짚고 나타난 심재철 의원은 보조기를 장착한 다리를 만지게 해주며 "로보캅의 다리"라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심 의원은 "내가 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러분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며 "시각적 불편함이 있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잘 이겨내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이날 견학에 참가한 서울맹학교 고동석(13·시각장애1급) 학생은 "국회에 두 번째 와보는 것인데 이번에 설명을 너무 잘해주셔서 멋진 국회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며 "원래 장래희망은 선생님이었는데 오늘 정화원 의원님을 만나고 나서 장래희망을 국회의원으로 바꿨다"고 대답했다.

한편 이날 행사를 마련한 정화원 의원은 손수 작성해 점자로 옮긴 격려의 편지를 시각장애아동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사랑스런 서울 맹학교 학생들에게

안녕하세요.

이렇게 만나게 되어 무척이나 반갑고 기쁩니다.

저는 여러분과 같이 시각장애를 입은 국회의원입니다. 그래서 오늘의 이 만남이 더욱 뜻 깊고 가슴 설레 입니다.

저도 여러분처럼 어릴 때에는 시각장애자라는 것이 무척이나 싫었습니다. 꽃과 나무, 친구들의 생김새가 궁금했고 마음껏 여행도 다니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시각장애인인 저는 눈에 보이는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여러분과 저는 비록 세상의 많은 것들을 볼 수는 없지만 가슴 속에 그릴 수 있고 또한 만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을 오늘 이렇게 대한민국 국회에 초청하게 된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제가 한평생 꿈을 잃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었던 것처럼 여러분들도 비록 비장애인들 보다는 더딜지라도 한 걸음 한 걸음 꿈을 포기하지 않고 걷는 다면 여러분은 꼭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여러분의 가슴 속에 꿈을 가지세요. 그리고 그 꿈을 향해 항상 도전하세요. 먼 훗날 여러분을 다시 만나게 되길 기대해 봅니다. 그 때에는 철없는 어린아이의 모습이 아닌 멋지고 당당한 어른이 되어 있길 바랍니다.

오늘 이렇게 제 초청해 응해 주어서 고맙고 항상 건강하고 밝은 어린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이 다음에 멋진 모습으로 다시 만납시다.

2004 년 9월 23일

국회의원 정화원 올림

국회 본회의장을 찾은 서울맹학교 학생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정화원 의원. <에이블뉴스>

잔디밭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에이블뉴스>

국회 본청 앞 잔디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과 선생님. <에이블뉴스>

손봉숙 의원이 시각장애아동의 식사를 돕고 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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