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지체장애인협회 포항시지회 회원들이 포항 호미곶에서 해맞이 행사를 했다.

새해를 하루 앞둔 지난 12월 31일 오후 5시 (사)경북지체장애인협회 포항시지회 사무실 앞.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과 몸이 불편한 장애인 및 가족들 40여 명이 상기된 표정으로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의 목적지는 다름 아닌 새해 첫 태양이 뜨는 동해 바닷가다. 장애인이 된 후 처음으로 떠나는 해맞이기 때문에 이들의 설레임은 더욱 컸다. 이들의 해맞이 소원은 내일신문과 (주)포항도시가스의 후원으로 이루어지게 됐다.

지체1급의 휠체어 장애인인 김재용(34·포항시 남구 임곡리)씨는 "해마다 사람들이 해맞이 행사를 떠날 때 나도 한번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수많은 사람들 속을 뚫고 나갈 자신이 없어 포기하고 말았다"며 "이런 우리들의 마음을 알고 배려해주는 곳이 있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늦은 6시 구룡포 경북대수련원 도착

늦은 6시. 숙소인 구룡포 경북대수련원에 도착한 장애인들은 확 트인 바다를 향해 힘껏 소리를 질렀다. 내일 아침 뜰 새해 첫 태양을 볼 기대와 함께.

숙소가 2층이라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은 자원봉사자들이 업어서 이동을 시켰고 음식이며 갖가지 물건들은 조금이라도 몸이 덜 불편한 장애인들이 날랐다.

(사)경북지체장애인협회 여성후원회원이라는 정형숙(58·포항시 남구 해도동)씨는 "장애인들이 움직일 때 마다 늘 함께 해 왔는데 이번처럼 뜻 깊은 행사는 드물었다"며 "들떠 있는 장애인들을 보니까 덩달아 신이난다"고 말했다.

정형숙씨외 4명의 여성후원회원들은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을 대신해 음식을 장만해 왔으며 행사기간 동안 자원봉사를 자처했다.

간단히 숙소정리를 마치고 저녁식사를 마친 장애인들은 레크레이션으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장애인들은 토끼 복장을 한 게임 보조맨과 함께 5개조로 나누어 인간윷놀이, 스피드퀴즈 등을 하며 즐겨운 시간을 보냈다.

장애인 엄마를 따라 행사에 참여한 김영경(10·포항시 남구 해도동)양은 "내일 볼 새해 첫 태양도 기대되지만 엄마와 함께 이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니 너무 행복하다"며 밝게 웃었다. 두 시간여 동안 진행된 레크레이션은 행사에 참여한 장애인들을 모처럼 환하게 웃게 만들었다.

레크리에이션 덕담나누기 등 다채로운 행사 가져

▲ 해맞이 행사에 참여한 회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레크리에이션이 끝난 뒤 (사)경북지체장애인협회 장재권지회장을 중심으로 둥글게 자리한 장애인들은 돌아가며 새해소망을 얘기하는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소아마비로 어려서부터 장애를 가지고 산 사람, 교통사고, 산업재해 등 후천적으로 장애를 입은 사람들.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새해소망은 그래서 더 간절했다.

장재권(52)지회장은 "한해를 의미 있게 마무리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 내일신문과 (주)포항도시가스 관계자여러분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새로이 시작되는 한 해는 장애인들이 조금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될 수 있도록 장애인이 먼저 노력하는 한 해가 되자"고 다짐했다.

한쪽 팔이 불편한 김상민(27·포항시 남구 해도동)씨는 "지난해 안 좋았던 기억은 잊고 새해에는 안정된 직장에 취업하는 것이 소망"이라고 말했다.

얼마 전 개인택시를 장만했다는 이두천씨도 "새해엔 택시운전을 열심히 하여 가족에 보탬이 되는 대접받는 가장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빌었다. 이들의 새해소망은 자정까지 계속되었다.

새해 첫 태양 보며 소망 기원…내년에도 해맞이 할 수 있기를

드디어 시작된 새해 아침. 늦은 취침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들은 전원 새벽 6시에 기상했다. 깨끗이 세수를 하고 이른 아침식사를 마친 장애인들은 모두 숙소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해가 뜰 시간을 기다렸다. 비장애인들처럼 바닷가 앞에 서서 해맞이를 하지는 못했지만 확 트인 바다를 전경으로 이 곳에서 맞는 해맞이도 이들에겐 색다른 추억이 되기에 충분했다. 바다 수면위로 안개가 자욱해 7시 35분에 해가 뜰 것이라는 뉴스보도와는 달리 시간이 좀 지연되었다. 1시간 남짓을 기다린 뒤에야 안개 위로 떠오른 붉은 해를 볼 수 있었다.

새해 처음으로 떠오른 태양을 마주한 장애인들은 합장을 하기도 하고 두 손을 꼭 모으고 눈을 감기도 하면서 저마다 숭고한 마음으로 새해소망을 빌었다. 김혜정(포항시 남구 해도동)씨는 "가족의 건강과 나의 발전을 기원하는 소망을 빌었는데 올해는 새해 첫 해를 보며 빈만큼 소원이 이루어질 것 같다"며 좋아했다.

새해의 힘찬 기운을 가슴에 담은 장애인들은 내년에도 새해 첫 태양을 마주할 수 있기를 희망하며 서로를 격려했다. 새해 희망을 가슴에 새긴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장애인과 함께 맞은 특별한 새해에 감사하며 장애인들이 소원한 새해소망이 모두 이루어지기를 빌었다.

*이 글은 포항 내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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