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은 혼자 나들이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하사가 나들이를 언제 하느냐고 물었다. 그놈의 코로나가 발을 묶어서 3년째 나들이를 못 하다가 올봄부터 거리두기 등이 완화되어 나들이를하기로 했다.

아침에 출발하여 하루 코스를 골라서 잡은 곳이 김해레일파크 등이었다. 나들이할 곳이 정해지면 점심을 어디서 먹을 것인가 식당을 정해야 한다.

김해레일파크에 전화로 문의하니 반액을 예상했는데 장애인은 무료이고 중증장애인은 보호자까지 무료란다. 답사를 가기도 그래서 근처에 마땅한 식당이 없느냐고 문의했더니 **식당이 있다고 했다.

**식당으로 문의했더니, 주말에 단체 손님은 곤란하다고 하더니 장애인이라고 하니까 안된다고 일언지하에 거절이었다. **식당에는 이층이 있지만 장애인은 이층을 사용할 수도 없으니까 안 된다고 했다.

김해레일바이크. ⓒ사강빼수

행선지는 김해레일파크와 와인동굴이고 점심 식사 후에는 김해가야테마파크를 관람할 예정인데 그럼 점심을 어디서 먹으란 말인가. 예전에는 필자가 따로 식사할 먹거리를 준비해 가기도 했으나 너무 번거롭고 일이 많아서 근처 식당에서 먹기로 했는데 단체 손님은 안 받는다니 난감 했다.

인터넷에서 김해레일파크 근처 식당을 찾으니 **식당 외에 우화한 식당이 있었다. 우화한 식당에 전화를 걸었다. 우화한 식당에서도 주말에 단체 손님은 곤란하다고 했다. 우리는 부산에 있는 장애인단체고, **식당에 문의하니까 안 된다고 하던데, 사실은 기자라고 협박 아닌 협박을 했다. “그러면 저희는 어디서 점심을 먹으란 말입니까?”

식당 사장은 하는 수 없이 승낙을 했고 소고기 전골 20인분을 예약했다. 휠체어는 몇 대나 되느냐고 물어서 2~3대쯤 된다고 했더니 홀에 자리하나를 마련하고 나머지는 룸(방)에 잡아 놓겠다고 했다.

고궁이나 박물관 등은 장애인은 무료지만 놀이기구 같은 경우 보통 50% 할인인데 이번 김해 나들이는 장애인은 전부 무료라고 했다. 그래서 참석자들에게 안내 문자를 보내면서 복지카드를 지참하라고 신신당부했다.

부산시청 주차장에서 기념사진. ⓒ사강빼수

6월 11일 그날이 다가왔다. 모이는 장소는 부산시청 주차장이었다. 우리 측 참가자들 외에 곰두리봉사단에서는 차량 기사 외에는 1~2명 밖에 없는데 웬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부산곰두리수송봉사단 반주현 회장에게 무슨 일인가 물었더니 김해 같이 갈 사람들은 아니고 후원자들이 격려차 왔으므로 사진만 찍고 갈 거라고 했다.

세상에나, 후원자들이 이 아침에 여기까지 출두를 하시다니, 반주현 회장에게 이름을 물었다. 사)부산복지21 총봉사회 본부장 반영현, 기장지회장 유병화, 부산 여명라이온스 회장 반영현, 사무총장 김정배, 주)인동전력이엔지 대표 이우성. 그 밖에도 몇 사람이 더 참석했단다.

참석하겠다고 했으나 부득이한 사정으로 몇 사람이 빠지고 다 와서 인원 점검을 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승용차에 4명씩 나머지는 승합차에 승차했다. 9시에 출발했는데 김해까지 1시간쯤 걸린다고 했다. 요즘은 내비게이션이 있으므로 김해레일파크에서 만나기로 했다.

10시쯤 김해레일파크 주차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레일바이크 타는 곳과 주차장은 제법 멀었고 가까운 곳에 차들이 있어서 레일파크로 전화를 했다. 가까운 곳에 있는 차들은 마을 사람들 차인데 외부인 차량이 들어오면 마을 사람들이 신고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휠체어는 준비되어 있다고 했다.

우리는 장애인인데, 그러나 허락받고 주차금지 봉을 치우고 하는 것도 번거로울 것 같아서 그냥 걷기로 했다. 휠체어를 타고 온 사람은 반주현 회장뿐이고 나머지는 어렵지만 걷기로 했다. 길은 대체로 평탄했고 가는 길 곳곳에는 산딸기 감자 등을 파는 동네 아낙네들이 있었다.

레일바이크 타는 곳은 제법 높은 곳에 있었는데 경사로가 있었다. 복지카드를 주세요. 한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다 복지카드를 가져왔기에 창구에 제시하고 봉사자들 것까지 입장권을 받았다. 레일파크 사용료는 2인이 15,000원이고, 4인은 23,000원이었다. 중증장애인은 보호자도 면제가 되므로 우리는 전원 무료였다.

와인동굴에서. ⓒ사강빼수

레일바이크 타는 곳에 앞에는 페달을 저을 수 있는 비장애인이 타고 뒤에는 장애인이 탔다. 회원 중에는 자전거를 타는 부부가 있어서 갈라놓았다. 앞에서 페달을 밟아야 하므로. 시각장애인은 페달을 밟을 수 있으므로 앞에 타겠다고 했다. 팔에 장애가 있는 사람도 앞에 탔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반주현 회장도 레일파크 뒤에 옮겨 탔다.

자, 출발이다! 레일바이크 낙동강을 가로 지르는 철교인데 1.5km 지점에서 돌아온다고 했다. 낙동강 철교 위를 씽씽 달렸다. 사실 씽씽은 아니고 열심히 페달을 밟아서 겨우 달렸다. 낙동강 강바람이 볼을 스치고 1.5km에서 돌아온다고 했는데. 어떻게 돌리는지 궁금했는데 반환점에 도착하니 주차장에서처럼 회전판이 돌아서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왔다.

갈 때는 별로 사람이 없었으나 돌아올 때는 마주치는 사람들이 간간이 있어서 손을 흔들었다. 앞에 간 시각장애인은 신기한 체험이라며 재미있었다고 했고 다른 사람들도 한번은 탈만 하다며 즐거워했다.

낙동강 철교의 하부구조는 1938년 9월에 준공하여 1940년에 4월에 준공하였으나 상부구조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착공하지 못한 채 광복을 맞았다. 1950년에 착공하였으나 6·25전쟁으로 공사가 중단되었다가 1962년 12월 22일에 준공된 역사적인 철교라고 한다. 그런 역사적인 철교가 언제 폐교가 되었으며 레일바이크는 언제부터일까?

글을 쓰다가 아무래도 궁금해서 레일파크에 문의했더니 잘 모른다고 알아보고 연락해 주겠다고 했다. 레일파크에서 알아본 바로는 이 철교는 경전선 철교로 1962년부터 2009년까지 운행하다가 2016년부터 레일바이크로 운행되었다고 한다.

다음은 레일바이크 왼쪽에 있는 와인동굴이었다. 와인동굴은 2,000원인데 이것도 장애인은 무료다. 그 사이에 열차카페가 있었으나 앞뒤가 높은 계단이라 아무도 들어갈 생각도 안 하고 곧바로 뒤에 있는 와인동굴로 갔다. 제법 길이가 긴 것 같아서 휠체어 두 대를 빌렸다. 밖에 있다가 와인동굴로 들어가니 냉장고 안에 들어간 것 같았다.

와인동굴은 지역마다 여러 군데가 있었는데 와인 재료가 각각 달랐다. 이곳은 김해 산딸기 와인이란다. 사람들이 끝까지 갔다가 되돌아왔는데 다른 지역의 와인동굴에 비해서 볼거리가 빈약한 것 같았다. 다른 지역에서는 중간에 카페 같은 게 있어서 시음용 술을 한잔 씩 맡 본 사람들이 사서 마시기도 했는데 이곳에서는 그런 게 없었다.

와인을 한 병 살까 하다가 와인은 안 마시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서 나오다가 산딸기를 샀다. 한 상자에 얼마나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상자 8,000원에 두 상자를 샀다. 나중에 식당에 가서 한 숟갈씩만 나눕시다.

우화한 식당. ⓒ사강빼수

우리가 예약했던 우화한 식당, 보통은 우아하다는 말은 사용하지만 우화라니? 꽃 화자일까. 식당에 가 보니 과연 우화(牛花)였다. 홀에도 손님이 가득했으나, 단체 예약이라고 했더니 방으로 안내해 주었다. 휠체어를 위해서 홀에 한 상을 따로 차려 놓았으나 휠체어 장애인은 한 명밖에 없어서 방으로 옮겨 달라고 했다.

우리가 주문한 메뉴는 한우 버섯전골인데 메뉴를 보니 우화 은이눈꽃 한우전골이었다. 은이버섯이라는게 있나 싶었더니 나오는데 보니 백목이버섯이었다. 처음 예약할 때는 단체 손님은 받니 안 받니 해서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지만, 손님이 많았음에도 서빙 직원은 친절했다.

여러 사람이 모이다 보면 ‘난 XX는 못 먹어’ 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인데 이번 나들이에도 육고기를 안 먹는 사람이 있었다. 식당에 문의를 했더니 된장찌개도 없다고 했다. 그래서 필자가 아침 일찍 일어나 된장찌개 한 그릇을 따로 끓여 왔다.

우화 은이눈꽃 한우전골은 한상에 4인분씩 나왔는데 푸짐하고 먹음직스러웠다. 전골이 익어갈 무렵 참석자 소개 및 인사가 있었다. 곰두리 봉사단 반주현 회장이 후원자들은 아침에 인사하고 갔고, 여기까지 수송해 준 봉사단원을 소개했다. 곰두리에서는 차량 봉사뿐 아니라 30만 원을 찬조했다.

즐거운 건배. ⓒ사강빼수

그리고 이번 행사를 위해서 설순순 회원이 백설기 두 되를 찬조했고, 방윤식 씨가 액취 케어 25개, 김진 씨가 3개짜리 K94마스크 25개를 그리고 이영우 씨가 20만 원을 찬조했다.

오늘 부득이 불참한 사람이 있었으나 식사는 주문한 그대로였고 식당 사장은 장애인단체에서 왔다고 테이블마다 전골을 한접시씩 더 주어서 먹기에는 충분한 것 같았다. 전골을 다 먹자 볶음밥이 나왔다. 가끔 관광지에서의 식사는 부실할 수도 있는데 우화한 식당의 전골은 그런대로 알차고 괜찮은 것 같았다. 식사를 다 하고 계산하면서 사장을 찾아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다음은 김해 가야테마파크였다. 김해 천문대 가는 길로 꼬불꼬불 산길을 돌았다. 천문대는 안 가지요? 천문대는 밤에 가야 별을 보지요. 김해 가야테마파크는 입장료가 5,000원인데 장애인은 무료였다.

일단 입장하고 나면 놀이기구 등은 각자 부담입니다. 제일 먼저 오른쪽으로 해서 가야왕궁 전시관으로 갔다. 여기저기 가는 길에는 꽃들이 아름답게 피어 있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백합은 흰색이라 알고 있는데 곳곳에 백합꽃이 피어 있는데 하얀 꽃은 없고 노란색 빨간색 주황색 등이 피어 있었다.

가야테마파크. ⓒ사강빼수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 가야왕궁 전시관은 대문이 공사 중이었다. 누군가 대문 이름이 뭐냐고 물었다. 대문은 주작문(朱雀門)이고 그 뒤에는 태극전(太極殿)이었다. 주작은 사신(四神)의 하나로 좌청룡(左靑龍) 우백호(右白虎) 남주작(南朱雀) 북현무(北玄武)를 말한다.

옆으로 돌아서 태극전으로 갔다. 문턱이 너무 높아서 휠체어가 넘을 수가 없었다. 문턱이 30cm쯤 될까. 옆에서 둘이 휠체어를 들어서 대문을 넘었다. 그런데 태극전은 높은 누대 위에 있어서 빙빙 돌아봐도 전부 계단이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반주현 회장은 가야왕궁 안을 보고 싶다고 했다. 곰두리 봉사단에서 계단을 한칸 한칸씩 겨우 올라갔고 다시 한칸씩 내려와야 했다. 그런데 가야왕궁을 한 바퀴 둘러본 시각장애인은 다른 곳에는 다 있는 음성기능이 없더라고 했다.

가야왕궁. ⓒ사강빼수

태극전은 넓은 터에 있어서 뒤로 충분히 경사로를 설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시각장애인도 알 수 있도록 촉지도와 음성기능도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입구에서 휠체어 두 대를 빌렸으므로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은 휠체어를 이용했고, 우리가 따로 문화해설사를 요청하지는 않았지만, 시각장애인들은 같이 간 회원들이 잘 설명해 주는 것 같았다.

하늘 자전거는 시각장애인들이 타 보고 싶어 했는데 가격이 2만 원이 넘어서 안 하겠다고 했다. 말이 끄는 마차가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보기만 했으나 시각장애인은 말을 만져 보고 싶어 했다. 말은 동물적인 본능이 있어서 자칫하면 뒷발로 찰지도 몰라 조심스럽게 말을 만져 보곤 했다.

말을 만져 본 시각장애인이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고 농담하면서. 말을 타는 거라면 해볼 만하지만, 마차라서 무슨 재미가 있겠느냐며 마차는 안 타겠다고 했다.

김해는 금관가야(金官伽倻)의 도읍지로서 허왕후와 구지봉(龜旨峯) 전설이 깃든 곳이라 곳곳에 거북이 도사리고 있었다. 가야테마파크는 볼거리보다는 즐길 거리가 많은 것 같아서 아이들이 오면 좋아할 것 같다.

장애인도 걷기 좋은 계단. ⓒ사강빼수

이 글을 쓰다가 김해시 관광과로 전화해서 우리가 가서 보고 느낀 몇 가지를 얘기했다. 첫째 우리가 김해로 나들이를 정했을 때 **식당에서 안 된다고 거절했었다. 김해시에서는 왜 미리 얘기 안 했느냐고 했는데 우리가 김해시를 통해서 **식당에 갔다면 기분 좋았겠느냐.

둘째 레일파크까지 좀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데 마을 사람들이 반대한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장애인 차량은 예외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셋째 와인동굴은 개인이 운영하는 것 같지만, 맛보기 시험주도 한 잔씩 주고 볼거리가 좀 더 다양했으면 좋겠다. 넷째 가야테마파크 가야왕궁 입구 턱부터 태극전 계단까지 장애인은 이용하기 어렵게 되어 있었다.

김해시 관광과에서는 해마다 가야테마파크에는 지원하지만, 거기까지는 미흡했던 모양이라며 담당자에게 전달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김해시에 전화를 한 후에 알게 된 것은 레일파크 철교가 어떤 곳이며 레일바이크는 언제부터 시작되었는가 하고, 같이 간 시각장애인이 가야왕궁에 촉지도와 음성이 기능이 없었다고 뒤늦게 알려 주었다.

거북이 분수와 때이른 코스모스. ⓒ사강빼수

가야테마파크를 떠나면서 주차장으로 오가는 길에는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계단이 높이(10cm)는 낮고 넓이(40cm)는 넓어서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도 다니기에는 그런대로 괜찮다며 일부러 경사로를 이용하지 않고 계단을 올라갔다. 전동스쿠터를 타는 장애인은 경사로를 걸어가기는 제법 멀어서 때로는 계단을 이용하기도 한다.

아무튼 김해 나들이는 몇 가지 문제는 있었지만, 덕분에 전부 공짜로 잘 다녀왔고 우화한 식당에서 점심도 잘 먹었고 준비한 간식도 흡족했고 모두가 즐거운 하루였다고 좋아했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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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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