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개발원은 장애인일자리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매년 ‘장애인일자리사업 우수참여자 체험수기’를 공모하고 있다.

2019년 공모에는 17개 시·도에서 75건의 수기가 접수됐고 심사결과 최우수상 4편, 우수상 9편 등 총 13편의 수상작이 선정됐다. 에이블뉴스는 수상작을 연재한다. 다섯 번째는 일반형일자리(전일제) 부문 우수상 수상작 이준호 참여자의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면 모든 것이 바뀔 수 있다’ 이다.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면 모든 것이 바뀔 수 있다

이준호(경상북도 영천시)

오늘도 나는 어김없이 오전 7시면 집에서 나와 7시 30분이면 화남면행정복지센터에 출근을 한다. 상쾌한 아침공기를 맞으며 나의 도움을 기다리시는 민원들을 생각하니 출근길이 너무 행복하다.

99년 뺑소니 차사고로 지체장애 3급 장애인이 되었다. 의사선생님은 살아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말씀하셨다. 당시만 해도 잘나가는 40대 가장이었는데 한 순간 장애인이 되어 버린 내 모습과 이렇게 만든 가해자를 원망하며 비관의 세월을 보냈다. 그러다 나만 바라보는 아내와 3남의 8개 눈동자를 보니 다시 일어서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몇 년을 실의에 빠져 있다 막상 세상으로 발을 내딛으려고 해도 몸이 불편하니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종합복지관에 있는 도서관에서 도서대출과 책정리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도서관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 컴퓨터도 배우고 책도 읽고 대출자 이름도 외우면서 뇌를 계속 활동시키며 사회에 나갈 준비를 했다. 2015년 화남면행정복지센터 장애인 행정도우미로 사고 후 15년 만에 첫 직장으로 출근을 했다. 인생의 2막이 시작 되었다.

행정기관에서의 근무는 처음이고 나이도 많고, 자신감이 없는 상태여서 무엇을 해야 할지, 장애인 행정도우미 역할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지만 직원들이 먼저 다가와 친절하게 해야 할 일을 차근차근 설명해주셨다. 내가 맡은 일은 장애인업무 담당자의 서류 챙기기, 장애인증명서 출력 등 단순한 업무 보조였지만 7시 30분쯤 출근하여 민원들이 앉을 의자 정리를 시작으로 환경정비를 하며 민원인을 맞을 준비를 한다.

교통사고 후 나는 누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생각했는데 나의 작은 도움에 감사하고 또 도움을 요청하는 민원을 대할 때 보람을 느낀다. 장애인업무 보조이지만 복지업무 전반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어 복지서비스 매뉴얼을 시간 날 때 마다 연찬하여 장애인이나 취약계층 가구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보나 바뀐 지침을 알려주려고 한다.

화남면은 농촌지역이라 주민들의 연령대도 높고 영농철이 되면 아침 일찍 기관의 일을 보러 오시는 분들이 많아서 일찍 와서 일을 처리해 드리면 맘이 편해진다. 어르신들이 오시면 항상 나 때문에 가슴 아파 하는 어머니가 생각나 우리기관의 일도 아니지만 인터넷으로 다른 기관의 일도 대신 해드린다. 연신 고맙다며 인사를 하며 집에서 키운 호박이며 고추를 건네는 맘이 너무 고맙다.

장애관련 민원사항으로 방문하시는 분에게는 내가 직접 경험했던 것을 토대로 절차와 복지혜택에 대해 도움을 드리고 복지서비스 사각지대 가정을 방문하여 복지제도를 안내 해 드린다. 비장애인일 때는 몰랐던 장애인의 어려움과 고통을 함께 체감하니 더 열심히 살아가야 된다는 생각과 장애로 인해 나보다 더 힘들게 지내는 사람들을 보니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맘이 생겼다.

컴퓨터로 해야 되는 일이 많아 2015년 나이 50세에 컴퓨터활용능력 1급 자격증을, 3년 후에는 전산응용기계제도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 참가해 전산응용 기계제도 부분과 컴퓨터 활용 능력부분에서 각각 은상을 수상했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도전하면 안 될게 없다. 장애가 없었다면 난 결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장애는 결코 이유가 될 수 없다.

화남면에서 장애인행정도우미로 일한지가 올해로 5년차다. 평소 드론에 관심이 많아 집에서도 작은 드론을 작동하면서 자격시험을 준비하였다. 장애인으로선 최초로 드론 자격증을 취득하였다.

내가 드론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우리가 사는 밑에 세상과 이륙하고 떠 있는 세상은 다르다. 밑에 세상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부자와 가난한 사람, 건강한 사람과 아픈 사람, 큰집과 작은 집이 나눠져 바쁘게 돌아가지만 드론을 높이 띄워서 하늘에서 보는 밑의 세상은 꿈과 희망이 있는 너무나 아름다운 세상이다. 드론은 단순 항공 촬영 등의 활용이 있으나 지금 하고 있는 장애인 행정도우미 일에도 드론을 접목 시켜 할 수 있는 활용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오늘도 나의 출근을 도우며 옆에서 항상 챙겨주는 아내가 고맙다. 다른 애들처럼 풍족하게 키우지 못했지만 삼형제가 바르게 잘 커 준 게 가장 큰 보람이다. 두 명은 자립해서 생활하고 막내는 군복무 중이다.

사고로 장애인이 된 내가 어머니 가슴 한쪽에 응어리로 남아있지만 사고 후 첫 직장에서 지금까지 사회약자들을 도우며 열심히 일 하는 내 모습은 어머니에게 큰 기쁨이고 희망이다. 사고 후 기쁨을 모르는 어머니의 웃는 모습을 계속 보고 싶다.

그래서 나는 내 몸이 버텨 줄 때까지 장애인이나 취약계층 등 사회약자들을 위해 더 열심히 일 할 것이다. 장애인들도 항상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면 모든 것이 바뀔 수 있다. 다 알고 있지만 실천이 문제다. 감사할 줄 알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꼭 실천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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