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는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자기 삶’을 살고, 이용 장애인 개개인의 삶이 묻어나는 사람살이를 나누고자 ‘2019년 장애인거주시설 삶이 있는 이야기 공모전’을 진행했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이번 공모전은 장애인거주시설 이용 장애인 일상 속의 여가, 취미, 학교, 직장, 자립생활 등 모든 이야기를 주제로 장애인 당사자, 시설 직원이 총 70편의 사연을 공했으며, 그중 11편이 수상했다. 에이블뉴스는 수상작을 연재한다. 열 번째는 특별상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야구'는 포기 못한다”이다.

성우해피홈 이용인 한정훈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야구'는 포기 못한다

나는 뇌병변장애로 인하여 신체활동이 불편하여 부산에 위치한 사회복지거주시설 성우해피홈 이라는 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나는 시설내에서 거주인들의 인권을 책임지는 인권지킴이단 거주인대표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거주인들의 고충과 사연을 듣고 인권회의를 통해 거주인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성우해피홈 거주인들과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

방황, 그리고 우연

이 시설에는 2011년 7월에 집에서 생활이 힘들어서 입소하였으나 그 당시에는 시설생활이 처음이라 잘 적응을 하지 못하여 방황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방황했던 시절, 시설에서 친구들과 함께 여가시간에 TV를 시청하였는데 그것이 야구였다. 야구를 우연히 그렇게 보았으며 그 날 경기가 롯데자이언츠 VS 한화이글스 부산 홈경기이었다. 그 당시 난 전혀 야구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그냥 주변에서 TV시청하니 봤는데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그 경기에서 조성환 선수가 한화이글스 투수 류현진 상대로 홈런을 친 기억이 난다.

야구, 또 다른 기회

그것이 야구의 매력에 빠지는 계기가 되었다. 매일 야구 중계하는 날만 기다리고 야구 경기를 시청하는 것이 일과였다. 나는 시설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생활하던 중 야구는 하늘에서 나에게 보내준 큰 선물이라고 생각하며 내 삶에 기회가 될 것 같아서 좋았다.

비록 지금 내가 몸이 불편하지만 스포츠는 너무나 좋아하는 편이다. 시설에서 같이 생활하는 친구들이랑 시설선생님이랑 야구를 보면서 야구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행복을 느끼고 공감대가 형성되어 내 삶에 야구가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야구라는 스포츠를 지속적으로 좋아하다 보니 야구라는 스포츠 지식도 찾아보게 되고 나에게 애정이 가는 스포츠인거 같다. 나와 같은 장애인 친구들이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스포츠에 대한 감정은 일반인보다 더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나는 시설에 오기 전에는 스포츠를 국가대표 축구만 즐겨보았고 전혀 야구에 대한 이런 스포츠는 접하지 못했기 때문에 흥미라는 것도 없었다. 그저 여기 오기 전까지는 게임과 동네친구랑 노는 것에 빠져 있고 무기력하게 생활한 것만 기억이 생생하게 난다. 지금 야구로 인하여 밝아진 내 모습과 이 현실이 조금 부끄러우면서도 신기하다. 야구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분석하면서 즐기면 재미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금은 그토록 좋아하던 온라인 게임은 하지 않은 지 오래다.

열혈 팬! 팬클럽 회장으로서

어찌하다보니 이제 나는 프로팀인 롯데자이언츠 팀을 사랑하게 되어 팬클럽까지 만들어서 운영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였고 그 계기가 되어 팬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내가 시설에서 생활하는 동안 몸이 불편하기도 하여 야구장을 자주 찾기는 힘들지만 팬클럽으로 팬들과 야구장 후기라든지 야구소식 등을 주변 사람들에게 전해 들으니 진짜 야구장을 안가더라도 야구장에 간 느낌이 든다.

나는 팬클럽에서 야구를 보고 난 뒤 하이라이트 영상과 한경기도 빠짐없이 경기내용 데이터를 기록하여 팬들과 공유하는 것을 하고 있다. 야구팬들이 매우 이런 것을 좋아하고 꼼꼼히 분석을 잘해준다고 좋아한다. 팬들이 자신의 생각도 댓글로 달아주고 좋아 해주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나는 프로야구가 팬이 있어야 만이 프로선수가 있는 것 이라고 나는 그렇게 알고 있다. 나는 그중에서 야구계에 열혈 팬인거 같다.

야구 없이는 못산다

내가 좋아하는 팀 롯데 자이언츠가 패할 때는 분노가 달아오른다. 프로의 법칙은 패배도 인정해야 되는 거지만 승부욕이 강해 그러기가 쉽지만은 않다. 경기를 하다가 심판 분들이 한번씩 오심을 하면 분노가 극에 올라 저번에는 국민청원까지 한 적이 있다. 그 정도로 롯데 자이언츠 팀을 사랑한다.

또 경기 도중에 선수가 불의로 부상을 당하기라도 하면 깜짝 놀란다. “우리선수가 부상만은 안돼”라고 말하며 기도하게 되고 그 부상당한 선수의 기사만 기다리게 된다. 괜찮겠지? 부상은 없겠지? 라고 혼자서 마음속으로 간절히 기도한다.

겨울에 선수들은 야구의 한 시즌을 위해서 피땀 흘려 겨울에 쉬지 못하고 몸을 만든다. 선수 본인의 성공도 중요하지만 팬들이 자신을 알아 봐주기 때문이다. 야구와 야구선수를 사랑하는 팬들에게는 승리를 원하는 것도 원하지만 좋아하는 선수가 부상을 안 당하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다.

나도 중요한 볼링대회를 앞두고 조금 크게 다쳐서 대회를 망친 적이 있다. 그 당시에 엄청 나 자신에 대하여 실망스럽고 마음이 속상했다. 나는 다치게 된다면 몸이 정상인보다 더 늦게 회복이 되기 때문에 부상을 숨기고 경기에 참여 해볼 여지를 가졌지만 나는 그 대회 참여를 포기하기로 하였다. 결국 이 부상 때문에 대회를 참여하지 못한 것이다. 무척 속상했다.

프로선수는 오죽하겠나? 프로야구 선수는 겨울에 쉬지 못하고 부상을 안당하기 위해 비시즌 몸만들기에 최선을 다한다. 그러니 나는 개인적으로 프로야구 선수가 모두 건강히 한 시즌 마무리 했으면 하는 바람이며 야구팬으로써 간절하게 기도하고 있다. 나의 바람과 간절한 기도가 통하겠지?

내가 시설에서 야구를 접하면서 프로야구 연간이용권을 끊어놓고 여가 생활을 계속 즐기고 싶다라는 평소의 생각을 차츰 실천에 옮겨 ‘가능한 일’이 되도록 노력하다보면 곧 좋은 일들이 펼쳐질 것 같은 설렘으로 하루하루가 기다려진다고나 할까?

몸이 자유롭지 못해도

물론 지금 현재 시설에서 생활하면서 생활지도원 선생님 도움으로 야구경기 관람하는데 별 지장이 없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으로 활동 할 수 있는 범위가 한정적이고 많이 개선되었지만 아직도 시설 및 편의제도의 부족을 느낀다.

나의 개인적인 생각으로서는 아직 미흡하다는 생각이 든다.

뇌병변 중증장애인으로서의 나의 경험상, 몸이 자유롭지 못한 어려움 때문에라도 장애인들이 야구장이나 영화관에 가게 되었을 때 엄청 어려움을 실감한다. 옛날에 비해 요즘은 우리나라도 많이 개선이 되고 있다지만 또 다른 나라들의 경우, 교통수단이라든지 계단도 낮고 장애인이랑 비장애인이 즐길 수 있는 친화적인 야구장이랑 영화관 편의시설들이 모두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것을 볼 때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부끄럽지만 많이 부족해 보인다.

우리가 이제 고령화 사회나 사회적인 약자가 많아지는 것이 현실화되고 있는데 우리 장애인들이 여가생활이나 취미생활하기에는 여전히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조금 더 환경이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우리 장애인들은 도전정신이 많고 하고 싶은 욕구가 매우 많다. 비장애인들이 하는 것 다하고 싶어 한다. 당연한 부분이다.

팬과 감독과의 만남, 기회

내가 좋아하는 롯데자이언츠 팬클럽을 여가생활 겸해서 운영을 하는 도중에 내 활동이 너무 좋다고 하여 나랑 같이 활동하는 인권지킴이단 외부단원이 롯데자이언츠 레전드 최동원 코치님을 기리는 연합회를 소개시켜준 적이 있다. 그 연합회 담당자께서 롯데자이언츠 양상문 감독님과 만남을 추진하였고 감독님과 함께 식사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며 이후 좋은 인연으로 관계가 지속적으로 이어져 가고 있다.

나는 그 뒤로 야구팬으로써 자부심을 가지고 더욱 열심히 팬클럽에 집중하며 매일 경기가 있는 날에는 브리핑이라든지 라인업 이런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것이 대단한 일이 될 줄은 몰랐다. 나는 야구라는 여가를 즐겼는데 이런 좋은 기회가 오고 나를 다시 돌아볼 기회가 올 수 있는지 문득 지금 생각해보면 신기 할 따름이다. 내가 몸이 조금 불편하지만 이런 대단한 일을 해내다니 라고 내 스스로의 자신을 칭찬하게 된다.

집중하는 삶, 감사와 사랑

이렇게 야구를 사랑하는 나 자신이 무언가 하나에 집중 할 수 있는 것에 내 자신에게 감사하고 더 열심히 무언가를 더 도전해봐야 되지 않겠나? 라고 생각하게 된다. 사람들은 한번 재미있으면 그쪽 분야에만 집중하게 되는데 나도 야구라는 분야가 너무 흥미롭고 재미가 있다.

야구는 2가지 보물 중에 한가지라고 말할 수 있다. 한가지는 역시 ‘가족’이고. 두 번째는 ‘야구’이다. 그 정도로 나 자신에게 소중한 보물이다. 무언가 내가 흥미로운 걸 찾지 못했다면 난 계속 조금씩 퇴화해 나갈 것 같다. 빨리 나의 길을 찾아서 다행인거 같다. 취미는 꾸준하게 할수록 길이 열리는 것 느꼈다.

옆에서 많은 조언도 해주셨고 응원도 많이 해주시는 분이 많다. 주변 사람들의 응원에 힘이 계속 나는 것 같다. 여태까지 여러 사람을 보면서 콤플렉스도 많이 느끼고 또 그 사람들에게 조언을 들으며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게 마음처럼 쉽게 되지 않을 때가 많다. 내생각과 그 사람의 생각이 다를 수도 있기 때문에 맞는 것이 없다. 하지만 자신이 성공했든 이야기라든지 실패했든 이야기라든지 인생의 조언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일부 장애인들은 사회생활이 노력을 한다고 하더라도 쉽지 않는 문턱이 있다. 그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수없는 시련이 올 것이고 아픔, 슬픔, 고독을 모두 이겨내야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자기와 싸움이다. 이 싸움에서 진다면 자신감과 사기가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비장애인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도 있다.

하지만 쉬운 건 없다.

이건 내가 야구를 좋아해서 꾸준히 보고 있는데 여기서 유심히 선수들을 지켜보면, 2군 선수들이 1군에서 뛰기 위해 피땀 흘려 노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노력이 없으면 프로라는 세계는 냉정하기 때문에 방출되거나 일자리를 잃는 경우가 있다. 장애인도 마찬가지로 노력과 피땀이 필요하다.

내가 야구라는 걸 그냥 보는 것이 아니다. 유심히 본다. 그런데 야구를 보다보면 조금 자신이 잘한다고 해서 노력 하지 않는 선수가 있다. 야구를 보는 팬으로써는 속상할 수밖에 없다. 나도 친구들이랑 야구를 한다면 비록 아웃이 되더라도 불편한 몸이지만 베이스까지 전력 질주한다. 끝까지 하고자 하는 플레이가 중요한 것이다. 나중에 내가 이런 플레이를 안했다면 다 끝나고 나서 후회한다.“아! 그때 열심히 할걸~”이라고 말이다.

나중에 우리가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으면 남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끝까지 최선을 다해라”라고 내 아들과 딸에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노력하고 무너진다면 그래도 노력을 했으니까 그 경험담을 선.후배들에게 경험담을 줄 수도 있고 내가 노력한 것을 공유할 수 있다면 그 자체가 조금 뿌듯할 것 같다.

책에서도 여러 가지 경험담을 찾아볼 수 있었다. 나는 야구를 좋아해서 야구 책을 가끔 볼 때가 있는데 몸은 건강하지만 나와 비슷한 환경에 있는 선수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롯데자이언츠 이대호 선수 이야기다.

이대호 선수는 부모님이 어렸을 때 돌아가셨다고 한다. 이대호 선수도 나랑 비슷하게 할머니 품에서 자랐다고 한다, 나랑 조금은 똑같은 이야기다. 이대호 선수는 야구로 성공한 선수이기 때문에 부럽고 존경스럽다. 이대호 선수를 생각하면서 자극도 많이 받는다. 나도 저렇게 성공했으면 하는 바람이랄까?

예전에 나의 인생은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모습으로 체력을 소진한 내 자신을 자책하는 부분도 있다. 내가 조금만 더 노력했다면 내가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보다 더 밝은 모습으로 사람들과 어울려 생활하고 재미있는 삶을 추구하고 있지 않을까? 가끔 자책하는 자신을 돌아보며, 열혈 팬으로서, 팬클럽 회장으로서 주위의 많은 꿈과 희망을 바라는 사람들과 야구 이야기를 공유하는 시간이 보람되고 즐겁다. 옛날에는 몰랐지만, 나의 야구 이야기에 공감하고 즐거움을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행복하고 고마운지~

야구, 롱~런 인생을 설계하다

야구로 인하여 내 인생을 다시 설계해 본다. 그리고 비록 내가 몸이 불편하고 부족한 점이 많은데도 나에게 많은 기회와 나를 항상 믿고 끌어 주시는 성우해피홈 선생님과 부모님 때문에 내가 이렇게 성장해 나가는 것 같아 잠시잠시 잊고 있던 여러분들께 늘 감사하다고 느끼고 있고 감사한 만큼 잘 생활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게 된다.

높~이, 멀~리 희망을 향해 날아가는 야구공을 바라보며, 포기하지 않고 야구와 함께 내인생도 롱~런 할 수 있기를~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