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는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자기 삶’을 살고, 이용 장애인 개개인의 삶이 묻어나는 사람살이를 나누고자 ‘2019년 장애인거주시설 삶이 있는 이야기 공모전’을 진행했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이번 공모전은 장애인거주시설 이용 장애인 일상 속의 여가, 취미, 학교, 직장, 자립생활 등 모든 이야기를 주제로 장애인 당사자, 시설 직원이 총 70편의 사연을 공했으며, 그중 11편이 수상했다. 에이블뉴스는 수상작을 연재한다. 아홉 번째는 특별상 “축구로 열린 나의 인생 2막”이다.

가온들찬빛 직원 김근혜

축구로 열린 나의 인생 2막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채워지는 것이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무엇으로 채워가는 것이다. 그 누군가의 말입니다. 이 문구가 현재의 서세원씨의 삶을 잘 표명해주고 있는 말인 것 같다.(존 러스킨)

2019년 4월 20일 토요일 변함 없는 보통의 일상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특별한 날이기도 합니다. 경남 동계 연합 전지훈련이 있는 날입니다.

세원씨는 양산드림FC 소속 축구일원으로 활약을 하고 있으며 그 이름도 거룩한 주장의 역할을 톡톡히 해나가고 있습니다. 우리를 비롯한 20여개 남짓한 팀이 참여한 전지훈련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기초체력 훈련과 전술훈련을 등 다양한 훈련에 임했습니다. 비장한 각오로 경기가 시작되었고 이날 친선경기에서 무려 3골을 넣은 서세원씨의 활약으로 찬란한 승리를 거둘수 있었습니다.

정말 짜릿하고 기분이 좋았다고 몇 번이고 거듭 말씀하시는 서세원씨. 가온으로 돌아오자 마자 함께한 팀에 대한 이야기, 골을 넣고 세러머니를 한 이야기, 친선경기에서 만난 팀에 대해서 훈련 다녀온 이야기만으로도 가슴벅찬 순간이 전해지는 듯했습니다.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 세원씨는 힘이 드셨는지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앞서 2017년 양산 지역 장애인들의 체력향상을 위해 양산드림(Dreamer) FC가 창단 되었습니다. “축생축사” 축구에 살고 축구에 죽는다 라고 할 정도로 축구를 좋아했던 세원씨에게는 너무나도 반가운 소식이였고, 양산드림(Dreamer) FC 창단 멤버로 가온을 대표, 나아가 양산을 대표하는 축구단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소속되었습니다.

지난해에는 남해 보물섬 대회라는 타이틀의 축구 경기에서 전국 우승을 거머 쥐었으며 그 결과 방송에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나온 서세원씨!

많은 사람들이 시청하는 시간에 방영이 되었고 가온의 전 가족들은 텔레비전에 함께 둘러 앉아 시청하였습니다. 방송에 나온 서세원씨의 모습은 축구 선수가 따로 없을 정도로 훌륭한 기술을 내보였고 시원한 슈팅을 선보였습니다. 시청하는 모두가 감탄사를 연발하자 서세원씨의 어깨는 한 없이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세원씨가 슈팅하는 모습이 방송에 나오자 세원씨가 일어나 자신있게 말합니다. ‘내가 골 넣었다. 와우’ 그날 축구대회에서의 주인공은 바로 세원씨였고 그 당당한 모습에 함께 보던 사람들 모든 사람들이 세원씨에게 축하의 박수를 선사하였습니다.

방송이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버지께서 연락이 오셨습니다. 세원씨의 활약 모습은 어느 국가대표보다 더 멋지고 훌륭했다고 떨림이 있는 목소리로 진심을 전해주셨습니다. 당신의 아들이 무척이나 자랑스러웠을 것입니다. 세원씨와 부모님은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세원씨의 땀방울과 열정을 알아주셨을까요? 남해 경기의 승리를 이끈 주역으로 양산드림(Dreamer) FC 주장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왼쪽 팔에는 거룩한 주장의 상징인 노란 완장을 차고 더욱 열심히 달립니다. 이제는 주장으로 팀원들을 승리로 이끌도 다스리는 서세원씨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2019년 5월에 있을 남해의 경기에서 다시 한번 승리의 팀으로 이끌수 있을까요? 다시 한번 전국 우승을 기대하며 매주 열심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세원씨의 인생에서 이제 축구를 빼놓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또 한번 주인공이 되었던 제주도 도지사배 지적 5인제 전국 축구대회

여러차례 여행을 갔던 제주도 였지만, 이번의 제주도 방문은 특별했습니다. 축구선수의 모습으로 제주도로 향하니 기대감과 부담감이 더욱 와닿았습니다. 경기장에 도착할수록 심장의 박동수가 빨라지며 극도로 긴장감으로 얼굴이 경직되었습니니다.

그래서인지 세원씨는 여러 차례 수 없는 질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언제 도착하나요?’, ‘우리 도착하면 대회부터 해요?’ ‘우리 또 우승해요?’ ‘골 못 넣으면 어떻게 하죠?” 불안한 마음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에 감독진과 담당자는 격려와 지지를 아끼지 않았고 이내 감정을 추스릴 수 있었습니다. 숙소에 도착해서 간단히 몸을 풀고 훈련을 했습니다. 그리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다음날에 경기에 출전하였습니다.

주장을 하고 임하는 첫경기였음에도 긴장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그라운드를 활보하였습니다. 결과 전국 3위를 차지 했고 트로피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세원씨는 축구단 주장이자 맏형으로써의 본인의 역할 이상으로 최선을 다해주시고 있었습니다.

양산드림(Dreamer) FC의 소속 선수들은 대부분의 연령이 낮은 편이나 그 선수와 달리 세원씨는 53세의 관록있는 선수입니다. 축구팀의 주장과 맏형이란 타이틀이 힘겨울 법도 하지만 힘든 운동으로 지쳐 있는 나이 어린 동생 선수들을 다독이기도 하고, 독려하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시고 운동을 하며 어려운 점에 대해서는 코치님과 직접 조율하기도 하면서 주장이라는 무거운 역할을 잘 해 나가고 있습니다.

물론 직장생활을 마치고 저녁시간 특별 훈련을 가는 것이 조금은 버겁게 느껴지기도 하고 매주 토요일마다 하는 연습이 귀찮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주장인데, 내가 가야지’라며 훈련에 빠짐없이 참여를 하십니다.

토요일 정기 훈련에서는 기초체력 훈련을 가장 중점있게 하고 훈련을 마치고 나면 코치님의 격려는 무엇보다 큰 힘이 되고 있어 이제 축구는 소소한 취미를 넘어 또 하나의 삶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연령이 있기에 축구를 지속하게 되면 체력적인 한계와 건강적인 부분이 염려되지만 본인은 체력이 허락하는 한 끝까지 하고 싶다며 굳은 의지를 표명하셨습니다. 축구를 사랑하고 축구를 하면 행복하다는 세원씨! 이제 그의 삶에 축구는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요소이고 그 에너지와 열정에 무한한 찬사의 박수를 보냅니다.

세원씨는 다방면에서 능동적이고 타인들과 어울려 살기에 충분하기에 독립을 꿈꾸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풀지 못한 숙제가 있습니다. 매사 어떠한 일이든 혼자서 하는 일이 두렵고 힘들어하십니다. 다른 선수들처럼 도움없이 혼자 축구장에도 찾아 가보고 싶고 지역사회의 어디든 자유롭게 외출을 하고 싶지만 막상 혼자서 무언가를 해나감에 있어 겁부터 난다고 하는 세원씨! 그 두려움을 깨치기 위해서 한걸음씩 도약하고자 합니다.

우선 가온 근처의 상점부터 천천히 알아가 보도록 했습니다. 건널목을 건너지 않아도 되는 위치에 있는 미용실부터 혼자 가보았습니다. 미용실 원장님과 인사 나누며 적절한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서부터 긴장감이 풀리게 되었습니다. 컷트 주문부터 결재까지의 모든 과정을 혼자서 해나감에 무리가 없었습니다.

그다음은 미용실 옆 편의점입니다. 편의점은 조금 번거롭습니다. 1+1 상품도 있고 손님들이 많아 느긋하게 물건 고르고 결제하기 어렵지만 역시 극복하셨습니다. 다음은 편의점 옆 슈퍼입니다. 슈퍼는 작지만 편의점 보다 종류가 많아 좋아하시는 물건을 넉넉히 구입할수 있어 물건 사는 일이 재미있기만 했습니다.

도보로 이동하는 상점은 몇 번의 연습만으로 어려움이 없습니다. 도보로 이용 가능한 곳이 늘어가다 보니 더 많은 물건이 있는 상점에 가보고 싶다고 말씀 하였습니다.

도보로 걸어가는 근거리 지역에는 세원씨가 좋아하는 커피 파는 곳도 없고, 제빵실에서 일하면서 다른 사람이 만든 빵도 먹어 보고 싶은데 빵집도 없다며 좀 더 넓은 곳의 상점을 가 보고 싶다 하십니다.

그 중 가장 가고 싶어하는 상점은 큰 메가마트라는 상점인데 거리가 멀어 버스로 7코스 정도 가야되는 거리입니다. 버스를 타야만 갈 수 있다는 점을 알려드리니 용기를 내어 봅니다.

교통카드 구입 차 함께 편의점에 들렀습니다. 생각보다 교통카드 종류가 많습니다. 세원씨는 편의점 직원에게 사용방법을 물어보고 마음에 드는 그림이 있는 교통카드를 선택하고 직접 충전을 해보았습니다.

처음 교통카드를 사용해 보신다고 하며 본인의 것이라며 소중히 지갑에 넣어 둡니다. 교통카드가 이제 생겼습니다.

교통카드도 충전했으니 목적지를 가기 위한 버스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가온에서는 시내버스와 마을버스가 있는데 우선 마을버스부터 연습해 보기로 했습니다.

버스를 이용함에 교통카드를 처음 사용하다보니 여간 서툰점이 많았습니다. 앞에 사람이 하는 대로 해보니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내려오다 보니 ‘감사합니다’소리가 들립니다. ‘아 밑에 카드를 대어야 하는구나’이번에도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음은 정류장 찾기입니다. 버스를 타고 가고 싶어하는 마트를 가려면 메가마트정류장에서 내려야 합니다. 잘 듣고 있지 않으면 메가마트 정류장 전에 내리거나 지나쳐 버릴 수 있으니 잘 듣고 있어야 합니다. 잘 듣기 위해 집중하다 보니 옆에 다른 것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 어디를 지나고 있는지 옆에 풍경은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소리에 집중하다 보니 앉은 자세도 엉거주춤하고 너무 긴장하는 모습에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정류장 안내 방송도 살짝 들으면서 노선도를 보고 주변 지형을 익히는 연습을 하기로 했습니다. 우선 가온에서 출발한 버스를 타고 메가마트 정류장이 나오기 전 큰 건물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사거리 왼쪽 편에는 파리바게트 빵집이 있고 반대편에는 투썸커피숍이 있습니다. 세원씨는 좋아하는 빵집과 커피숍이 있는 덕계사거리가 좋다고 하시며 기억할 수 있겠다며 자신 있다고 하십니다.

덕계사거리를 지나고 ‘메가마트’라는 안내 방송이 나오자 ‘여기서 내려야 되는데. 맞죠?’라며 고개를 갸우뚱 했습니다.

"세원씨, 여기 맞아요. 여기서 내리시면 됩니다."

세원씨와 메가마트 정류장에 도착했습니다. 이날 세원씨와 메가마트에 가서 좋아하는 도너츠도 사고 커피도 사고 이것저것 구입하고 싶은 물건이 참 많았습니다. 큰 마트에 오니 먹거리 뿐만 아니라 화장품, 생활용품, 관상어까지 없는게 없습니다. 물건 구경만 해도 시간이 훌쩍 지나버려 아쉬운 마음에 마트를 나왔습니다.

세원씨는 다음엔 덕계사거리에 있는 빵집에도 가보고 싶다고 하셔서 버스 타고 덕계사거리에 내려 보기로 했습니다. 버스 타고 세원씨 좋아하는 빵집, 커피숍, 큰 마트를 이용하다 보니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내가 사고 싶은 것 사고 보내고 싶은 만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자신의 삶의 주인으로 사는 것 아니겠습니까. 인생을 즐기는 세원씨를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30년정도 오래 가온에서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양한 입주자들과 인연하게 되었습니다. 같은 홈에서 생활하는 김광보씨가 야구장에 다녀온 이야기를 했습니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세원씨는 야구장에 대해 물어 보십니다. 롯데가 이겨서...치어리더가 춤 추고 응원하고... 재미 있었다고 하며 사직야구장 앞에서 햄버거를 먹고 왔다며 경험을 이야기하자 내심 부러우셨나 봅니다.

그러고는 광보씨는 부산에 있는 체험홈에서 지냈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하셨습니다. 한양아파트라는 곳에서 지냈는데 그 앞 번화가에 있는 상점 이야기와 영화관이 있어 언제든지 영화를 볼 수 있고 은행이 있어 자유롭게 용돈을 사용하고 있으며 출.퇴근할때는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는 이야기에 처음으로 체험홈에 살고 싶다며 넌지시 이야기를 건네주었습니다.

체험홈에서 생활하고 싶다는 이야기에 세원씨에게 체험홈에 대해 더 자세히 알려드렸습니다. 더 나아가 아파트를 구해서 독립을 할 수 있는 부분까지 이야기 드리니 세원씨는 같은 직장에 다니는 친한 동료들에게 지역사회에서의 삶에 대해서 이것저것을 물어보셨나 봅니다.

세원씨는 우선 체험홈에서 자유로운 삶을 살아보고 싶다고 하여 우선 부모님께 체험홈에 대해 이야기 드렸더니 가온 밖에서 생활하는 부분에 대해서 큰 걱정과 염려가 많으셨습니다.

“우리 아들은 밖에서는 혼자 못 산다”

모든 부모님의 걱정이겠지요. 아직 버스 타는 것도 익숙하지 않고 교통사고의 위험과 혼자 다니는 것에 대한 걱정이 너무 많다고 하시며 체험홈에서 지내시는 것에 대하여 단호하게 거절하였습니다. 부모님 반대가 대단합니다. 몇 번을 안심시켜 드려도 말이 통하지 않습니다.

세원씨가 조금 실망한 듯 가온에서 계속 생활하겠다며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부모님은 아들의 마음을 알고 있지만 그 보다 아들의 안전한 삶이 우선이기에 애써 모른척 하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포기는 이른 법! 서세원씨는 체험홈 삶에 대해 포기한 것이 아니라 독립적인 삶을 위해 조금 더 연습하고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하였습니다. 또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부모님께 다시 한번 의논드려 봅니다. 세원씨도 나이가 점점 들어가고 있고 그만한 역량을 갖추고 있고 본인의 의지가 매우 강하기에 체험홈에서 지내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거듭 강조를 드려보았습니다.

부모님에게 체험홈이란 어떠한 곳인지 설명을 해드렸습니다.

체험홈은 지역사회의 아파트에서 보다 독립적이고 자주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곳으로 아파트 생활을 하면서 아파트 노인정 봉사도 다니고 반상회도 참여하고 아래 위집 사람들과 소통하고 보다 폭넓고 함께 공존하는 사람사는 곳입니다. 전혀 무리가 없음을 알려드렸습니다.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오랜시간 가온에서 지내셨기에 막상 체험홈, 독립홈에 대한 두려움과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보다 세원씨 본인이 체험홈 삶에 대한 기대감과 설레임이 앞서고 있다는 점을 재차 알려드렸습니다.

부모님께서 드디어 인정을 하시고 세원씨의 새로운 도전을 지지해주셨습니다. 세원씨가 환하게 웃는 순간입니다.

제2의 인생과 도약을 준비합니다. 그 과정에는 역경과 고난이 있을지 몰라도 그 역시 본인이 감내야 할 몫이고 잘 해내리라 믿습니다.

서세원씨가 그리는 본인만의 주체적인 삶, 주인된 삶을 위해 사회복지사로써 서세원씨 곁에서 조용히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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