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는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자기 삶’을 살고, 이용 장애인 개개인의 삶이 묻어나는 사람살이를 나누고자 ‘2019년 장애인거주시설 삶이 있는 이야기 공모전’을 진행했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이번 공모전은 장애인거주시설 이용 장애인 일상 속의 여가, 취미, 학교, 직장, 자립생활 등 모든 이야기를 주제로 장애인 당사자, 시설 직원이 총 70편의 사연을 공모했으며, 그중 11편이 수상했다. 에이블뉴스는 수상작을 연재한다. 여섯 번째는 장려상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이다.

군산나눔의집 직원 강동훈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새집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어린 시절 학교 운동장에서 옹기종기 모여 모래성 쌓으며 불렀던 노래입니다. 그렇게 놀던 것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새집에 이사 가는 일이 기대되고 설레며 가슴 뛰는 일이었을까요? 옆에 같이 모래성을 쌓으며 노래 부른 친구도 같은 마음이었을까요?

경수 씨도 어린 시절 모래성을 쌓으며 노래 불렀을 겁니다. 경수 씨도 설레고 가슴 뛰었을까요? 물어보지 않았지만 느낄 수 있습니다. 새집으로 이사하는 경수 씨의 표정에 설렘이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경수 씨는 추억 가득한 헌 집을 마음에 담아두고 새집으로 이사합니다.

이사

예로부터 손 없는 날을 잡아 이사했습니다. 이사가 삶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일 겁니다. 경수 씨는 오늘이 손 없는 날인지 아닌지 찾아보지 않았습니다. 경수 씨의 표정이 밝아 보이니 그냥 손 없는 날로 합시다.

“경수 씨, 이사 준비 다 했네요?”

“그냥 어젯밤에 다 챙겨 놨어요.”

“엄청 빠르네요. 얼른 트럭 준비해야겠네요.”

“짐 꺼낼까요?”

전날부터 이사 준비했다고 합니다. 하룻밤을 지낼 최소한의 물품만 남겨두고 모든 짐을 챙겨 두었습니다. 남은 물품도 일어나자마자 다 챙겨두었습니다. 문 앞에 가득 채운 박스, 봉지가 가득합니다. 이사 당일 짐을 챙겨 오후쯤엔 옮기겠거니 생각한 담당 직원의 몸과 마음이 급해집니다. “짐 꺼낼까요?”라고 말하는 경수 씨에게 “기다리세요.”라고 답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서둘러 트럭을 집 앞에 주차하고 짐을 싣습니다. 이사하기엔 작은 1톤 트럭을 최소한으로 쓰기 위한 고민을 시작합니다. 짐을 최대한 많이 실어야겠지요. 경수 씨는 게임을 시작합니다.

사이사이 차곡차곡 마치 테트리스 게임하듯 고민하고 또 고민합니다. 이리저리 쌓아봅니다. 같이 자취하는 입주자와 의논하고 담당 직원과 의논합니다. 이사 도와주신 다른 선생님과 목사님께 묻고 의논합니다. 고민과 의논의 결과일까요? 목사님 차량 뒷자리과 트럭 두 번에 모든 짐을 옮겼습니다.

짐 다 옮기고 보니 점심시간입니다. 이사 날에는 짜장면이지요. 이사 도와주신 분들을 모시고 중국집으로 향합니다. 짜장면에 탕수육까지 한 상 가득 주문합니다. 주문한 음식 나오자마자 빠르게 먹기 시작합니다. 짐 옮기는 일이 힘든 일이었음을 짜장면을 먹으며 느낍니다.

“맛있어요. 진짜 맛있어요."

“진짜 맛있네요. 경수 씨 많이 먹어요.”

“선생님 더 드세요.”

옮겨 온 짐을 정리합니다. 집안 가득 짐으로 가득합니다. 발 디딜 틈 만들어 조금씩 움직입니다.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쉽지 않네요. 쉽지 않아요.”

경수 씨의 말대로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오늘 부터 살아야 하는 경수 씨의 집입니다. 하나둘 정리해 갑니다. 묵묵하게 정리해 나가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짐 정리가 끝났습니다. 사람 사는 집다워졌습니다. 경수 씨는 오늘부터 여기서 살아갑니다.

먹고 사는 일

자취 시작하니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생겼습니다. 오늘은 뭐먹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오늘 내일로 끝나지 않을 문제입니다. 해결 방법을 찾아봅니다.

경수 씨는 20대입니다. 여느 20대와 다르지 않습니다. 곧바로 휴대폰 꺼내듭니다. 할만한 요리, 먹고싶은 요리 찾아봅니다. 그렇게 정한 요리는 고구마 맛탕.

“동영상 봤어요.”

“할 수 있겠어요?”

“네. 따라하면 되요.”

동영상 돌려보며 하나하나 따라해 봅니다. 동영상을 50번은 더 돌려봅니다. 고구마가 조금 탔지만 그럴싸한 고구마 맛탕이 완성되었습니다. 경수 씨가 한 개 집어먹어 봅니다. 환하게 웃습니다. 그렇게 오늘 저녁은 맛탕으로만 밥을 먹습니다.

매번 요리를 해서 먹을 수 없습니다. 시간적 여유가 부족할 때도 있고 힘이 들기도 합니다. 다른 방법을 찾아봅니다.

“반찬 만들어서 가져다줄까?”

경수 씨 어머니께서 전화하셨습니다. 밥은 잘 먹고 있는지 걱정이 되셨나 봅니다. 한걸음에 달려오셔서 주방 살림을 살펴주십니다.

“먹고 싶은 반찬 있어?”

“오므라이스 해줘.”

평소 필요한 것 없는지 물어봐도 괜찮다고만 하던 경수 씨가 먹고 싶은 음식을 말합니다. 어릴적 어머니께서 해주신 오므라이스가 생각난걸까요? 그냥 오므라이스가 먹고 싶어진걸까요? 알 수 없지만 먹고 싶은 것 어머니에게 이야기 한 경수 씨의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담당 직원이 오므라이스 하는 법 경수 씨에게 알려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장부터 봐야겠다고 하시며 마트로 향하십니다. 어머니 옆을 경수 씨가 지킵니다. 담당 직원은 장보는 모자의 모습을 상상하며 집에서 기다립니다. 경수 씨의 손에 터질듯한 봉지 두 개가 있습니다. 봉지를 채울 동안 수많은 대화를 했을 모자의 모습이 상상이 됩니다.

어머니는 냉장고를 가득 채울 만큼의 반찬을 하셨습니다. 당분간 반찬 걱정은 안해도 됩니다.

고쳐야 할 일

화장실에 물이 흥건합니다. 특히 변기 주변이 그러합니다. 변기에서 이상한 소리도 납니다. 지켜보던 경수 씨가 직접 살펴봅니다.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실수로 부속품이 부서졌습니다.

"어제 이상한 소리가 나길래 만지다가 부서졌어요."

"괜찮아요. 수리하면 되죠."

"어떻게 해요?"

"저도 잘 모르는데 인터넷 찾아볼까요?"

인터넷에 찾아보니 부속품을 교체하면 된다고 합니다. 관리사무소에 전화 해봅니다. 아파트 옆 철물점에 판매한다고 합니다. 철물점 가서 부속품 물어봅니다. 사장님께서 교체 팁을 이야기해주십니다.

"다른 건 쉬운데 연결하는 부분은 잘 잡고 돌려야 해요. 잘못 잡으면 부서져요.“

철물점 사장님의 조언을 기억하며 관리사무소로 향합니다. 관리사무소에서 공구를 빌려준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필요한 공구를 빌렸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작업복으로 갈아입습니다. 철물점 사장님의 조언과 관리사무소에서 빌린 공구, 인터넷에 나온 설명으로 수리해봅니다. 오래 걸렸지만 수리했습니다.

“쉽지 않네요.”

앞으로 해야 할 일

자취하니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먹고 자는 일은 기본입니다. 청소도 직접 다 해야 합니다. 난방도 신경 써야 합니다. 공과금도 확인하고 납부해야합니다. 필요한 물품을 스스로 알아보고 구매해야 합니다. 아파트 각종 공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스스로 수리해야 하는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 모든 일을 경수 씨가 감당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을 경수 씨 혼자서 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할만한 일도 있습니다. 때론 어머니의 지혜와 도움을 받아야 하겠지요. 전문가에게 문의하고 요청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방법은 많습니다.

모든 일이 자취를 하니 경험할 수 있는 일입니다. 누군가 상황을 만들어 주지 않습니다. 기관이 프로그램으로 경험하게 하지 않습니다. 그저 경수 씨의 삶에서 경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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