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는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자기 삶’을 살고, 이용 장애인 개개인의 삶이 묻어나는 사람살이를 나누고자 ‘2019년 장애인거주시설 삶이 있는 이야기 공모전’을 진행했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이번 공모전은 장애인거주시설 이용 장애인 일상 속의 여가, 취미, 학교, 직장, 자립생활 등 모든 이야기를 주제로 장애인 당사자, 시설 직원이 총 70편의 사연을 공모했으며, 그중 11편이 수상했다. 에이블뉴스는 수상작을 연재한다. 네 번째는 장려상 “사진작가 구정현(가명)”이다.

천마재활원 직원 정윤지

사진작가 구정현

칼을 들었으니 무라도 썰자

내가 사진을 처음 접하게 된 건 2017년이다.

이 사실은 내가 생활하는 천마재활원 연간지에도 실린 이야기이다. 17년 연간지에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마지막에 내 이름이 걸린 사진전을 여는 것이 목표라고 이야기해버렸으니 그 이야기는 지울 수 없는 잉크로 인쇄가 되었고 연간지를 보신 많은 구독자 분들이 내 목표를 공유하게 된 것이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

뭐든 처음이 어렵다고 내게 사진을 찍는 것은 내 생각과 다르게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카메라를 사고 출사를 나온다는 것에는 마냥 기분이 좋기만 했는데, 사람 얼굴을 똑바로 보는 것도 가슴이 두근두근 떨리고 힘든 나에게 막상 내가 본 것을 카메라에 담아낸다는 것은 도통 쉽지 않아 골머리를 앓았다.

내가 내뱉은 말이 있기에 자존심이 상해서라도 잘하고 싶은데 이놈의 사진기는 내 마음 같지가 않고 뭔 놈의 날씨는 이렇게 좋아서는 뭔가 기대를 잔뜩 하고 있는 듯 담당교사의 눈빛도 여간 부담스럽기 짝이 없었다.

연신 셔터를 누를 것을 기대했을 담당교사의 기대를 충족시켜 줄 수가 없었다.

그러다 식사 때가 되어 담당교사가 식사를 제안했고 나도 배가 고파 우선 밥부터 먹고 보자 싶어 식당으로 향하던 중 한 가게 유리창에 내 모습이 비춰졌다. 카메라 가방을 들고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내 모습 제법 멋지다. 오늘 나 좀 멋진데? 이것이 의상이 주는 효과였던가? 사진을 찍고 싶은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왠지 멋지게 셔터를 누르고 싶어졌다.

그때부터 식당으로 가는 내내 사진을 엄청나게 찍어댔다. 그때는 내가 뭘 찍으려 했던가 생각이 잘 안 날 정도로 셔터 누르는 느낌 그 소리 내가 카메라를 들고 있는 그 자체가 으쓱하고 설레어서 눈과 손이 너무 바빴다.

거절이 알려준 것

사진전을 준비하는 과정은 나에게 설레기도 하지만 굉장히 힘들고 낮선 경험이기도 했다. 사진을 찍는 것과 사진전을 준비하는 것은 내가 생각 했던 것보다 결코 쉽지 않았고 장소부터 준비과정까지 하나하나 신경 쓸 것이 많고 이 모든 것을 처음부터 계획과 진행을 내가 결정하고 진행해야 하는 것이 설레는 만큼 책임감의 무게가 나를 누르는 기분이 들었다.

대관을 하는 것에 있어서도 수차례의 거절도 당했고 진행되다가도 차질이 생겨 좌절 된 경우도 수차례 경험하며 스트레스로 인해 입맛이 없어 끼니를 자주 거를 정도로 심리적 압박감을 많이 느꼈다.

담당교사와 사진전 준비로 외출을 한 날이 기억난다. 여기저기 알아보아도 대관은 쉽지가 않았다. 싸늘하게 거절을 당한적도 여러 번 있었고 그때마다 담당선생님은 내 눈치를 보는 듯 했지만 난 오히려 담당선생님 눈치를 보았다, 내 전시회니까. 어느 날은 전시회 대관을 약속하고 전시 2주일 전 거절을 당한 적도 있었다.

화가 나는 듯 울먹이는 담당선생님과 많이 지친 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치솟아 올랐다. 그 날이 전시회 준비 중 가장 속상한 날이었다.

담당교사는 괜한 위로를 하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나를 달래주려고 했지만 난 단순한 사람이 아닌 것 같다. 마음속에 계속 기대해온 전시회를 못하게 된다는 생각에 도통 기분이 나아지질 않았다. 멋지게 사진전을 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는데…

“정현씨 사진전 계속 하고 싶어요?” 라고 담당선생님이 나에게 물어 보았다. 순간 많은 생각을 했다. 안한다고 하면 이제 더운 날 돌아다니지 않아도 될 테고 당분간 스트레스는 받지 않아도 될 테니 포기하겠다고 할까? 나는 내 사진을 보여주고 싶은데, 멋지게 내가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사람들 앞에 서고 싶은 마음이 더 큰데…

많은 고민이 머릿속에 맴돌았지만 왜 대답을 해보라는 담당교사의 질문에는 아무 말도 하지 못 했던 걸까? 그날 밤은 침대에 누워서도 마음이 불편해 도통 잠에 들지 못했다.

다음날 아침 출근이 하기 싫었다. 그냥 사진이 찍고 싶은 마음에 담당선생님에게 괜스레 카메라를 들고 “사진! 사진 찍어요!”라고 말했더니 담당선생님이 자기가 난관에 봉착한 사진작가가 된 표정으로 내 어깨에 손을 척 걸치면서 “정현씨 우리 사진전 할 수 있어요. 우리 포기는 하지 맙시다!”라고 말했다.

그 말에 어찌나 안심이 되고 기분이 좋았던지.

첫 번째 사진전

내 전시회 대관이 어려움을 겪는 다는 소식으로 천마재활원 선생님들, 국장님, 원장님 까지 알게 돼서 모두 도우려고 발벗고 나서주었다. 각 사람들의 인맥과 정보력을 동원해 나를 도왔고 그 결과 서대신1동주민센터 동장님의 배려로 사진전을 열 수 있었다. 주민 센터에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이 내 사진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 설렌다. 참 많이.

어느 날은 주민 센터에 방문한 스님이 사진을 보시더니 “사진이 참 따뜻하네요! 라고 이야기 해주셨다.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악수를 청하는데 부끄러워서 고개도 들지 못했지만 정말 감사했다. 제대로 말도 못 했지만 정말 감사했습니다. 스님.

두 번째 찬란한 순간

뭐든 첫 단추가 어렵다고 했다.

부산문화협회에서 주관하는 부산장애인예술인 쇼케이스의 사진부문 대표 예술인으로서 참여하 멋진 전시와 쇼케이스를 통해 예술인으로서 멋지게 사람들 앞에 모습을 보였다.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다.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떨렸지만 그 날의 주인공은 내가 확실했다, 아주 큰 스크린에 비친 내 사진, 내 이름 ‘사진작가 구정현’ 쇼케이스 날 장소 안 가득한 사람들이 나를 볼 때마다 “작가님 반가워요!”, “구정현작가님 맞으시죠?” 먼저 알아보고 나에게 인사를 하는데 심장이 쿵쿵 소리가 새어 나갈 정도로 떨리지만 ‘나는 사진작가 구정현이니까’ 의연하게 인사를 건네 본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카메라 가방을 어깨에 슬쩍 걸쳐 메고 선글라스는 당연히 필수 영감이 떠오르면 미간을 살짝 찡그려 슬쩍 확인 후 찰-칵! 나만의 감성을 담아내곤 한다.

이렇게 듣기만 해도 제대로 폼 나는 남자가 누구냐고? 바로 나 사진작가 구정현!

내 꿈

렌즈 속 자신의 세상을 사랑하고 출사 가는 날이 어떤 외출보다 가장 행복한 나. 사람들은 종종 나에게 꿈이 원래 사진작가여서 도전한 것이냐고 묻는다. 대답을 하자면 아니다. 나는 사진을 찍고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그 과정을 사랑하고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지만, 내 꿈은 아직 더 경험하고 맛보면서 알아가는 과정에 있다. 출사를 나가 많은 것을 보고 배우며 렌즈 속에 담아낼 것이다.

어찌 알겠는가, 렌즈 속에서 내 꿈을 발견하게 될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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