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는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자기 삶’을 살고, 이용 장애인 개개인의 삶이 묻어나는 사람살이를 나누고자 ‘2019년 장애인거주시설 삶이 있는 이야기 공모전’을 진행했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이번 공모전은 장애인거주시설 이용 장애인 일상 속의 여가, 취미, 학교, 직장, 자립생활 등 모든 이야기를 주제로 장애인 당사자, 시설 직원이 총 70편의 사연을 공모했으며, 그중 11편이 수상했다. 에이블뉴스는 수상작을 연재한다. 첫 번째는 최우수상 “내 삶이 달라지고 있다”이다.

라온누리 이용인 백은혜

안녕하세요? 저는‘라온누리에서 생활하고 있는 백은혜 입니다.

저는 2018년 1월 3일에 라온누리의 가족이 되었습니다. 여기에 오기 전에는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협회에서 운영하는 재활용봉투를 만드는 일을 8년 했습니다.

혼자 생활하면서 혼자 일어나고 , 혼자 밥 먹는 매일 매일이 이어졌습니다. 그런 생활을 21살 때 부터 29살 때 까지 무려 8년 이상을 근무했습니다. 첫 직장이라서 애사심도 있었고, 제가 다른 곳으로 가서 또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함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느끼기에 일도 고되고, 개인적인 여유가 없는 생활도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라온누리에 와서는 함께 생활하고 함께 일어나며 함께 여가를 즐기는 친구와 가족들이 생겼습니다. 무엇이든지 혼자 하는 생활이 익숙하고 제일 재미있는 줄 알았는데 함께 하는 것도 재밌고 여러 가지 여가활동을 하는 것도 즐겁습니다. 선생님들이 제가 처음 시작하는 것은 귀찮아 하지만 나중에는 제일 재미있어 하고 즐거워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웃음이 나오고 시작을 함께 해주는 가족들이 있어서 좋다는 생각도 듭니다.

라온누리에 들어오기 전에 가족이 있었지만 사정이 있어 혼자 자취생활을 하였습니다. 그때는 평일에는 매일 늦게 와서 혼자 저녁으로 패스트푸드나 간단한 음식을 먹었고, 주말에는 무엇을 할지 몰라서 주로 TV만 보는 생활을 반복하였습니다. 하지만 라온누리에 오고 나서는 그러한 제 일상이 달라졌습니다.

우선, 집으로 돌아오면 인사해주고 반갑게 맞이해주는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이전에 혼자 자취하는 집으로 돌아갈 때는 쓸쓸하게만 느껴졌던 것들이“어서와요”라는 말 한마디에 하루에 힘든 일들이 보상받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혼자 먹던 음식들을 이제는 함께 나눌 사람들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매일 인스턴트만 먹던 제가 이제는 다양한 채소와 고기도 먹어서 건강해지는 느낌도 들곤 합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제일 기쁜 일은 제 생일 때 함께 축하해주고, 명절에는 함께 보낼 새로운 가족들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주말에 무료하게 TV만 보던 일상이 달라졌습니다. 주말시간을 어떻게 보내야할지 몰랐던 저에게‘라온누리’에서는 주말마다 다양한 여가활동을 할 기회를 제공하였고, 그 덕분에 저는 정말 많은 곳을 다닌 것 같습니다.

특히, 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2018년 홈 가족들과 간 1박2일 경주여행입니다. 날씨는 비가 와서 아쉬웠지만 그래서 더 많이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경주에서 예쁜 한복을 입는 한복 체험을 하였는데, 지나가던 외국 여자 분이“예쁘다.”라고 칭찬 해주어서 제가 ‘땡큐’라고 답했습니다. 점심은‘ANIMA’에서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습니다.

경주여행은 조금 낯설었지만 새롭게 생긴 가족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운 시간으로 저에게 기억되고 있습니다. 그 여행을 통해서 저는 좀 더라온누리에서의 생활에 잘 적응 할 수 있었고, 생활하는 동안 즐거움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제 삶이 달라지고 있는 이유는 여기 시설에서 여러 가지 여가활동을 하면서 제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양궁을 잘한다는 것, 락볼링장이 재미있다는 것, 만화카페에 자주 가고 싶다는 것 등 해보지 못한 경험들을 하면서 내가 좋아하고 재미있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고 있습니다.

작년 홈 가족들과 함께 한 경주여행을 통해 다음에는 일본 여행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비행기 타고 오사카에 가서 기모노도 입어보고 선물도 사고 싶습니다. 그리고 남자친구도 사귀고 싶고, 취미생활로 하는 비즈공예도 더 잘하고 싶습니다. 점점 하고 싶은 것도 많이 생기고 잘하고 싶은 것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라온누리에서 1년이란 시간은 정말 금방 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예전에 해 보지 않았던 것들이 이곳 라온누리에 와서 많이 경험해보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경제적인 부분이 제일 저에게 크게 와 닿습니다.

제 이름의 통장으로 급여가 들어오고, 제가 급여와 통장내역을 확인하며, 제가 필요할 때마다 체크카드로 현금을 뽑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립을 위해 돈을 모으고 쓰는 것 모두 제가 선택할 수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모르는 것들은 선생님들에게 물어보고 도움을 청할 수 있어서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든든하기도 합니다.

지금 제가 쓰는 방에는 새 가방, 새 책, 새 옷, 새 다리미, 새 고데기, 새 탁자 등 새 것, 그리고 제 것이 가득합니다. 앞으로도 제 방에 새 것이 가득하겠지요. 쌓여갈 새로운 물건 만큼 제 마음에도 새로운 경험이 쌓여서 보람차게 보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들이 쌓여 자립을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자립을 꿈꾸면서 나중에 어떤 집에 살지, 주말에는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지, 방은 어떻게 꾸밀지, 집을 사면 누구를 초대할지 등을 생각해 봅니다. 생각만 해도 너무 좋습니다. 여가활동 때 부동산 유리창에 붙여진‘아파트 매매, 전세’를 유심히 보며 언젠가 내 집을 살 것이라고 생각하면 기뻐서 가슴이 콩닥콩닥 합니다. 그리고 제 삶이 달라지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이전 직장을 관두고 다른 직장을 구하기 위한 면접을 준비하는 새로운 경험을 하는 기회가 생긴 것입니다.

그렇게 만나게 된 직장이‘스타벅스’입니다. 새로운 직장은 커피전문점인데 그동안 해보지 않은 직업이라 많이 떨리고 긴장되기도 했지만 홈에서 선생님과 함께 면접 준비도 하고, 직장생활 예절교육도 진행하고, 필요한 물건들도 하나씩 준비하며 ‘저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찾았습니다. 저를 위해 다들 노력해주신 덕분에 무사히 면접을 통과해 3개월간의 훈련생과정 끝에 올해 1월부터는‘스타벅스’의 당당한 정직원으로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스타벅스를 다니는 지금이 매일 매일 행복합니다. 근무 중에 입고 있는 스타벅스 초록색 앞치마와 검정색 티셔츠유니폼을 보면 저 자신이 뿌듯하게 느껴지며,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직장인으로서의 저의 소속감을 가지게 되며 제가 무척 쓸모 있고 중요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길을 가다가 만나는 스타벅스를 보면 반갑고 뿌듯합니다. 그리고 “내가 정말 스타벅스 직원이구나”라는 생각으로 웃음도 나옵니다. 라온누리에 입주하여 협회에서 스타벅스로 회사를 옮기면서‘자기결정권’이라는 부분으로 힘들기도 했습니다.

누군가가 결정해주고 회사를 옮기라고 하면 좋은데 제가 결정하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망설이다가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면접 교육과 면접에 참여하였습니다. 자기결정권은 좋은 단어 같은데 저에게는 부담스러웠습니다. 지금은 자기결정권을 말하라고 한다면‘내 생각,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기 결정권이 있는 제 삶이 행복해 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더 행복할 것 같습니다.

저는 스타벅스 직원으로 닉네임이 JOY입니다. 일을 할 때 즐겁게 일하고 다른 사람도 즐겁게 해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동료 파트너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제가 힘들 때는 외국인 손님이 외국어로 말할 때 당황스럽습니다. 화장실을 물어보는 경우가 많고 그 다음은 와이파이에 대해 물어봅니다. 저는 “오케이”라고 말하거나 손으로 가리키며 눈치껏 안내해 줍니다. 이럴 때는 “영어를 열심히 공부할 걸”이라고 생각 합니다.

스타벅스의 초록색 앞치마와 검정색 티셔츠 유니폼은 저에게 자신감을 주고 제가 소중한 사람이라고 느끼게 해 줍니다. 손님이 많아서 힘들어도 스타벅스에서 일하는 시간이 좋습니다.

저는 며칠 전 휴일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다가 저 혼자 여가를 즐겨보기로 하였습니다. 하단 cgv에 가서‘장난스런 키스’영화를 관람했습니다. 영화 속 여주인공이 남자에게 사랑을 고백하는데 거절당합니다. 그런데 이후에 해피엔딩에서는 사랑이 이루어집니다. 여자 주인공의 고백을 보면서 용기가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부럽기도 했습니다. 용기를 가지고 행동하면 사랑도 이루어졌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용기를 가지면 내 미래도 해피엔딩으로 이루어 질 수 있을까? 사랑도 이루어 질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해피엔딩은 내 집을 사는 것과 스타벅스 매니저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퇴직하면 작은 커피숍을 하고 빵도 직접 굽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랑도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라온누리에 온 지 1년 만에 저의 생활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점점 더 좋게 변하고 있습니다. 저자신도 변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해피엔딩이 될 거 같습니다. 그래서 기대가 되고 일도 더 열심히 하고 싶습니다. 내 꿈은, 용기를 가지면 이루어 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늘도 12시 부터 오후5:30분까지 스타벅스에서 일을 했습니다. 테이블도 닦고 휘핑크림도 만들었습니다. 매일 매일 같은 일을 하지만 용기를 가진, 해피엔딩을 꿈꾸는 라온누리의 가족이고 스타벅스 정직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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