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는 매년 장애인 고용 촉진 및 장애인식개선을 위해 ‘장애인직업재활시설 근로체험 수기’를 공모하고 있다.

2019년 공모에는 34건의 수기가 접수됐고 심사결과 총 27편의 입상작이 선정됐다. 이중 대상 1편, 최우수상 2편, 우수상 10편을 연재한다. 세 번째는 최우수상 수상작 ‘화사한 봄을 닮고 싶은 나’이다.

화사한 봄을 닮고 싶은 나

허춘귀

‘아름다운 생명들이 깨어나는 봄이 왔다. 형형색색 예쁜 꽃들로 온 세상을 물들이고 있는 계절, 모든 일의 시작을 알리는 희망을 품게 되는 봄이다. 난 봄처럼 따뜻하고 희망적인 삶을 살고 싶다.’

내가 겪은 50년의 세월 동안 내린 ‘봄’에 대한 정의이다. 대부분 정신과 질환자나 정신장애인의 경우에는 봄에 가장 증상의 변화를 겪는 어려운 시기를 보낸다. 하지만 나는 봄의 따뜻한 기운과 같이 내 인생도 희망적이며 따뜻하길 항상 기도하고 있다.

나는 정신장애인으로 조현병이 첫 발병한 것은 1992년 겨울이었다. 1991년에 부산에 있는 어느 재활원에서 보육교사로 근무하였는데, 주야 2교대로 밤낮이 바뀌는 삶을 살았다. 그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고된 시간이 아니었나 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렇게 일을 하면서 체력적으로도 매우 힘들어서 어느 날 갑자기 환청, 환시, 관계 망상 등의 정신과적인 증상들이 나에게 나타나면서 1992년 발생하였다. 그래서 대구에 있는 한 정신병원에 입원에서 오랫동안 치료를 받았다. 지속되는 환청과 망상 등으로 매우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오랜 시간 관리를 통해 조절을 하게 되었고 기다리던 퇴원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퇴원 후 약물 관리 등에 실패하여 또 다시 입원을 하는 등 입퇴원을 반복하였으며, 스스로 독립적인 삶을 살기에는 아직은 무리라고 생각되어 주위 사람들의 권유로 정신장애인 사회복귀시설로 운영되는 입소시설 ‘비콘’이라는 곳에 입소를 하게 되었다.

그 곳에서 같은 병을 가진 여러 회원들과 교류를 하면서 나 자신을 이해받을 수 있었고, 자신감도 회복하게 되었다. 차츰 병이 호전되는 느낌을 받기 시작하였고 집이 아닌 곳에서의 안락함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던 중 비콘의 사회복지사의 소개로 직업재활시설 앞산베네스트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사회복지사는 나에게 많이 증상이 좋아졌으니 이제 사회로 진출하기 위한 디딤돌로 직업재활시설을 이용해서 직업훈련도 받고 증상관리도 해보는 것이 좋지 않냐고 제안을 했었다.

하지만 나는 무리한 근무로 인하여 체력적으로 약해져 정신병이 발병했다고 생각을 해 두려움이 컸다. 처음에는 거절을 하였지만,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을 때 평생 이렇게 안주하고 살 수는 없다는 답을 내렸다.

망설여졌지만 사회복지사에게 앞산베네스트에 지원하겠다고 이야기를 하여 면접을 보고 앞산베네스트 직업훈련을 처음 시작하게 되었다.

사실 그 전에 복지사의 권유로 몇 군데 취업을 해보기도 하였는데 취업에 대한 두려움이 컸고, 적응이 어려워 퇴사를 반복하였다. 하지만 앞산베네스트에서는 나와 같은 장애인이 재활하는 모습을 보고 나 역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그렇게 하면서 점점 자신감도 회복되고 또, 비콘에서 만난 좋은 친구가 항상 나를 응원해주고 용기를 주어 일을 하다가 재발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점점 사라졌다.

그 때 나를 응원해주었던 친구가 지금은 나의 남편이 되어 평생의 반려자로 함께 살고 있다. 항상 나를 보살펴 주고, 아플 때 병문안도 와주었던 지금의 남편이 나에게 희망을 주었던 것이다.

직업재활시설에서 점차 자신감을 가지면서 나의 인생도 점점 변하기 시작하였다. 일을 하면서 독립자금도 모았고, 남편과 함께 소박하지만 가정을 일구게 되었다. 남편 역시 나와 함께 앞산베네스트에 다니면서 서로 응원해주고 단점을 잘 보완해주면서 적응하고 있다. 내 인생에 있어 가장 힘이 되어 주고 고마운 사람이다.

이렇게 근무를 잘 적응하면서 일을 손에서 놓지 않고 지속하였다. 앞산베네스트에서 일을 마치면 부업을 하여 부가적인 수익도 창출하려 노력하고 있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배선 조립, 테이핑, 타이 묶는 작업 등등 이제는 작업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온몸이 뻐근하지만 나름 성취감을 느끼며 일을 하고 있고 열심히 살고자 하는 의욕이 계속적으로 샘솟는다. 그렇게 일을 하면서 앞산베네스트의 거래업체에 연계되어 사업체에 취업을 하는 성과도 이루었다. 일년 넘게 다니면서 일도 배우고 하였다. 하지만 일은 잘 적응하였지만 체력적으로 고되기에 다시 앞산베네스트로 돌아와 작업을 하고 있다.

그렇게 자동차 배선 조립을 12년 동안 하면서 내가 하고자 했던 ‘직업’을 갖게 되었고 열심히 일을 하여 내가 가진 어려움들을 관리해 나갈 수 있었다. 체력에 따라서 외부 사업체로 취업할 수도 있지만 현재는 지금 하는 일에 만족하고 있다. 그 전에 했던 어떤 일보다 지금하고 있는 이 일이 가장 적성에 잘 맞고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다.

훌륭한 삶을 살아가는 것은 자신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일을 하느냐에 좌우된다고 생각한다.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지금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건강하게 살고 싶다. 아침에 일어나서 해야 할 일과 갈 곳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 내 나이 50세가 지나가는 지금의 시점이 그야말로 내가 꿈꿨던 인생의“봄”이 아닌가 싶다.

난 지금 내 삶에 만족하고 있지만, 또 더 나은 ‘삶’, 더 나은 ‘봄’을 결코 포기하고 싶지 않다. 나는 내 자신에 게 말해본다 “춘귀야! 잘하고 있어! 그리고 수고했어. 사랑한다! 앞으로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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