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는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자기 삶’을 살고, 이용 장애인 개개인의 삶이 묻어나는 사람살이를 나누고자 ‘2018년 장애인거주시설 삶이 있는 이야기 공모전’을 진행했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이번 공모전은 장애인거주시설 이용장애인 일상 속의 여가, 취미, 학교, 직장, 자립생활 등 모든 이야기를 주제로 장애인 당사자, 시설 직원이 총 82편의 사연을 공모하였으며, 그중 8편이 수상했다. 에이블뉴스는 수상작을 연재한다. 세번 째는 우수상 ‘진한 씨가 이사했어요’다.

밀알한마음쉼터 직원 이정윤

2017년 7월 17일 진한(가명) 씨가 임대아파트 신청한 날이다. 담당자는 대기자가 많아 언제 확정이 될지 알 수 없다는 답을 주었지만 독립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어 행복해 하였다.

임대아파트를 신청 후 진한 씨는 이00 직원과 자립훈련을 시작하였다. 아파트 주변의 주민센터, 은행, 마트, 병원 등 위치들을 익히고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는 요리도 배우고 세탁기 사용법이 능숙해져 가는데도 입주하라는 통지는 오지 않는다.

참고 기다리는데 한계가 있는지 짜증도 조금씩 늘어간다. 어느 날은 식사를 거부하고, 어느 날은 새로 구입한 라디오를 던져 부셔버리기도 하고 방문을 닫아 누구와 이야기도 나누려 하지 않았다. 혼자 고독하게 지내는 날이 많았다. “진한 씨 여기가 행복해” 물으면 커다란 눈망울을 꿈벅하고 “아니요”라고 답하고 다른 곳을 응시한다.

신청한지 꼭 1년 만에 답이 왔다. 지루한 기다림 이었다. 2013년 3월 6일 진한씨와 인연이 시작되었다. 본인의 의지가 아니라 이웃들의 민원이 있어 사회복지사를 통해 시설에 입소를 하게 되었다.

뇌병변 장애1급, 몸은 잠시도 쉬지 않고 움직이고 언어는 도통 알아들을 수 없어 “다시, 천천히 이야기 해주셔요”를 반복하여야 간신히 이해할 수 있었다.

둘째 날 진한 씨는 식사를 거부하고 퇴소를 하겠다고 한다.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어 하루를 꼬박 진한 씨와 이야기를 나누다 ‘담배를 피우고 싶어서“가 퇴소 이유라는 것을 알았다.

이제까지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이용자가 한분도 없어 이런 고민을 해본 적이 없었다. 담배가 뭐라고 퇴소까지 생각할까 싶어 고민을 하고 본인이 하루에 두 개피를 피우기로 했다.

그러나 진한 씨는 다음날 딱 한번 담배를 피우고 금연을 한다고 선언했다. 아마 분위기가 아님을 느꼈는지 피우지 않았다. 참 대단한 사람이다. 진한 씨 어머니는 요양원으로, 형님은 충주에 있는 시설로 다 떠나고 함께 살았던 집은 산사태 위험 철거 지역으로 돌아갈 상황도 아니었다.

집에 대한 그리움이 있어 살림도 정리하고 빠뜨린 물건도 가져오기 위해 함께 집을 방문하였을 때 참 힘들게 살아온 모습이 보여 마음이 뭉클했다.

또 하나 진한 씨에게 미안하다고 고백하고 싶다. 소중한 물건이었을텐데 살림을 정리하면서 묻지도 않고 물건들을 버렸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 많이 슬퍼하였다. 남루하고 작은 집이었지만 진한 씨가 나고 자란 추억이 있는 집인데 당사자에게 묻지 않았고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미안하다.

떠나오면서 자주 드나들던 마트 사장님과 이웃의 어른들께도 인사를 드렸다. 잘 지내라고 격려해 주셨다. 2018년 7월 2일 주택관리공단 관리사무소에서 예비입주자 신규계약 체결안내 문서가 왔다. 진한 씨에게 문서를 보여주고 아파트 입주가 확정되었음을 알렸다.

듣고 싶었던 기쁜 소식이라 너무 좋아한다. 모두의 축하인사를 받았고 다들 부러워한다. 주민센터를 방문하여 주민등록등본, 기초생활수급자증명서, 장애인증명서 등 제출해야할 서류를 발급받아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서류를 제출하고 임대계약서를 작성했다.

그 동안 짜증을 부리고 우거지 죽상이었던 모습은 볼 수 가 없다. 계약서의 내용을 꼼꼼하게 읽어주니 “드디어 나에게도 집이 생겼다”라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진한 씨 자립, 혼자도 살아갈 수 있겠지만 지역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회의를 하였다.

진한 씨는 활동보조가 지원되었으면 하였고 반찬 서비스도 이야기 하여 알아보기로 하였다. 그리고 진한 씨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지원자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어 충북밀알선교단 이00 목사님께 부탁하기로 하였다.

동사무소를 방문하여 활동보조를 신청하니 장애재진단이 필요하다고 하여 간호사 강00 선생님의 지원으로 서류를 제출하였고 한달 후에나 조사가 나온다고 한다.

그리고 장애인복지관에서도 밑반찬 서비스를 지원해 주기로 했다. 장애인활동보조인이 확정이 되면 종결이 된다고 한다. 진한 씨가 활동보조와 반찬도 만들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고 한다.

자립을 하였으니 조금 어설프겠지만 혼자 살아온 경험과 이00 선생님과의 자립훈련 경험이 있어 가능하다는 생각을 했다. 2018년 7월 24일 입주보증금 잔금과 관리비예치금을 납부하였다.

관리사무소에 8월 8일 입주한다는 것을 알리고 키를 받아 진한 씨 집으로 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햇살에 비치는 먼지와 눅눅한 냄새 그리고 아무것도 없다. 진한 씨 구석구석을 살핀 후 함박 웃음을 짓고 먼지 가득한 방 바닦에 철퍼덕 앉아버린다.

청소를 하고 집기들이 채워지면 아늑한 집이 될 것 같아 그동안 기다린 보람이 있구나 싶다. 빈집에 사람 소리가 나니 이웃에서 누가 이사 오는지 궁금해 한다. 2호에 사신다는 어르신은 “먼저 번에 살던 노인이 깔끔해서 벽지도, 장판도 쓸만하다” 라며 먼저 인사를 하신다.

진한 씨가 이집에 살 사람이라고 소개를 하며 잘 부탁드린다는 인사를 드렸다. 예전에 4단지 임대아파트는 바퀴벌레가 많다고 하여 걱정이 많았는데 염려와는 다르게 깔끔하였다.

이사를 하려고 보니 준비해야할 것 들이 참 많다. 진한 씨에게 전기요금, 가스요금도 복지할인을 받을 수 있음을 설명하고 한국전력고객센터와 충청에너지에 전화상담을 통해 입주 후 명의변경, 복지할인, 자동이체 등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하였다.

충청에너지에는 가스 연결, 복지할인 등 전입신고를 하면서 바로 하면 된다고 한다. 가스는 입주전날 전화를 하여 알리면 다음날 바로 설치가 가능하다고 한다.

충주에 살고 계시는 진한 씨 이모님께도 8일에 입주를 한다고 전화를 드렸다. 간간이 찾아주셔서 살펴주실 수 있는지 여쭈었다. 이모부님 건강이 좋지 않아 어렵겠지만 기억은 하겠다고 하시며 “혼자 잘 살 수 있을까요”라고 물으시고 충주 00시설에 살고 있는 형과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추후에 진한 씨와 의논하기로 하였다.

충북밀알선교단 이00 목사님이 진한 씨를 지원해주기로 하셨다. 선교단 모임을 통해 이미 목사님과는 친분이 있었고 누구보다도 믿고 의지 할 수 있을 것 같아 부탁을 드렸는데 흔쾌히 답을 주셨다.

진한 씨와 직원들이 입주 준비를 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진한 씨가 필요로 하는 목록을 만들고 가전제품은 진한 씨의 자립을 도운 이00 직원이 생활용품은 이△△ 직원이 함께 하기로 하였다.

진한 씨와 동행은 하지만 충분한 설명을 하고 본인이 선택할 수 있도록 돕기로 하였다. 살림을 선택하고 구입하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진한 씨가 이사 준비를 위해 외출하는 모습을 본 이용자들도 부러워한다. 교육을 통해 자립에 대하여 설명하는 것보다 몇배의 효과를 진한 씨가 보여주고 있었다.

2018년 7월 30일 이동욱 목사님께서 오셔서 진한 씨 방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충북밀알선교단에서 월~목요일까지 하고 있는 프로그램과 일요일 종교활동에 대하여 설명하셨고 진한 씨가 이사할 4단지에 재가장애인분들이 살고 계셔서 좋은 관계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하시고 개인금전 등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하셨다. 진한 씨도 도움을 받고 싶다고 하였고 좋은 분이 도와주신다고 하니 안심이 된다.

2018년 8월 1일 진한 씨가 이00, 이□□ 직원과 00전자를 방문하여 눈으로 보고만 왔던 가전제품 냉장고, TV, 전자렌지, 밭솥 등을 구입하였다고 한다. 입주전날 배달해 주기로 했다고 한다.

이사하면 인터넷이 바로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여 KT에 문의를 하니 예전 단양에 살 때 미납된 인터넷 요금 30여만을 납부해야 설치가 된다고 하여 진한 씨에게 미납된 요금에 대하여 설명하니 납부하자고 한다. 참 꼼꼼하게 챙겨야 할 것과 해결해야할 것들이 계획과 다르게 많이 생긴다.

2018년 8월 2일 진한 씨와 살림살이를 구입하기 위해 목록을 적다보니 사야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은지~~, 내가 이사를 가는 것 같다.

주방, 욕실에 필요한 것, 옷장 등 먼저 이마트, 다00를 다니며 목록에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구입하였다. 보는 것 마다 좋다고 하는 진한 씨에게 제품을 살펴보고 선택하도록 하였다.

날이 너무 무더워 등줄기에서 땀이 흐르고 힘이 들어 바닦에 주저 않기도 하였지만 물건을 고르고 선택하는데 너무 좋아한다. 진한 씨와 살림살이를 장만하는 동안 이00, 이□▢ 직원은 집을 청소하기로 하였다.

8월 1일 팀장회의 시 진한 씨 이사준비 일정을 설명을 하면서 청소에 대한 의견이 나왔을 때 청소업체에 의뢰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어 청소업체에 알아보니 비용이 20만원이라고 한다.

좀 과하다 싶어 진한 씨에게 물으니 청소업체에 맡기자고 한다. 이00 직원은 집이 크지 않은데 뭘 맡기냐고 하며 직원들이 청소를 하면 된다고 하며 진한 씨와 남 생활실 직원들과 의논하기로 하였는데 직원들이 청소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살림살이를 가지고 올라가니 구석구석 깔끔하게 청소가 잘 되어 있었다. 구입한 물건들을 채워 넣으니 사람 사는 집 같아 보였다. 이▢▢ 직원은 “ 진한 씨 살면서 부족한 것 구입해요. 살면서 채워가는 것도 진짜 재미나요” 한다. 정답이다.

완전하게 채워져 있으면 만족은 하겠지만 무슨 재미가 있을까 싶다. 쌀 구입하는 것을 깜박했다. 아직도 구입해야 할 것들이 있다. 김00 팀장님 지인이 운영하시는 가구점에서 옷장을 구입하기로 하였다.

직원회의에서 임○○ 직원이 진한 씨에게 이사선물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참석하지 않은 직원도 있어 직원 전체에 문자를 보냈는데 모두 찬성, 날이 너무 무더워 에어컨을 사줄까? 세탁기를 사줄까? 의견이 분분하여 당사자인 진한 씨에게 물으니 에어컨은 아직 필요하지 않다고 하며 옷장을 필요하다고 한다.

길치는 아닌데 무더위에 헤매다가 가구점을 찾았다. 진한 씨도 나도 땀으로 샤워를 했다. 가구점 사장님이 주시는 음료수가 어찌나 시원하던지 감사했다. 진한 씨는 사장님이 보여주는 가구들을 보며 모두가 맘에 든다고 한다.

모두 좋다고 하니 결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눈에 쏙 들어오는 것이 없다. 아니 눈에 들어오는 것은 너무 비싸다. 카다로그를 보고 선택하기로 했다. 색이 진한 것보다는 밝은 것이 좋을 것 같아 진한 씨에게 물으니 좋다고 하여 몇 가지를 선택하여 그중에서 가장 맘에 드는 것으로 골랐다. 계약금 5만원을 걸고 잔금을 7일 배달하는 날 입금하기로 했다.

제천시 노인장애인과에 자립정착금에 대하여 문의하였는데 답변이 없어 다시 전화하니 자립하는 이유가 취업, 결혼, 대학진학이 아니면 자립정착금을 지원할 수 가 없다고 한다. 아니 시설밖에 나가서 자신의 삶을 스스로 살아가는 것이 자립이라 생각하였는데 단서가 붙어야 하는지 많이 아쉬웠다.

진한씨가 5년동안 살았던 밀알에서의 살림살이는 옷가지들, 이불 등 박스 4개로 그리 많지 않았다. 참 소박한 삶을 살았다 싶다. 아파트에 도착하니 가구점에서도, 가전제품도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었다.

텅비어 있던 방안에 살림이 채워지는 것을 보니 내가 이사를 온듯한 ~~, 진한씨의 입꼬리는 계속 올라가 방들을 오가며 채워지는 모습들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직원이 정리해 놓은 것을 자기가 사용하기 편리하게 다시 정리하는 모습을 보며 이곳이 진한 씨가 살아갈 집이라는 생각을 다시 하였다.

2018년 8월 8일 이사를 가더라도 절차가 있듯이 5년 140일을 살았던 밀알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기 위해 오전에는 퇴소서류 등 그동안 보관하고 있던 서류를 인계하였다. 그리고 이용자와 직원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시설에서는 밥 잘해먹고 살라고 쌀을 챙겨주셔서 남아 있던 짐들과 함께 진한 씨집으로 출발 ~~, 먼저 하소동행복주민센터에서 기다리시는 이동욱 목사님과 함께 전입신고를 하고 사회복지담당자에게 진한 씨 개인금전관리인 신청을 요청하였다. 진한씨의 개인금전은 목사님이 잘 관리해 주기로 하셨고 6개월마다 사용내역에 대한 보고를 하여야 한다.

장애인활동보조 신청은 순조롭지 않았다. 97년에 장애진단을 받아 재진단을 받고 신청을 다시 해야 한다고 한다.

강00 간호사의 지원을 받아 재진단을 받기로 하였다. 하소4단지 관리사무소에 주민등록등본, 수급자증명서를 제출함으로 입주절차를 마무리 하였다. 어제 살림살이들을 들어오고 정리를 해서인지 정감이 있고 이제는 정말 진한씨가 이사를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집에 와 있던 이00 직원이 KT직원과 인터넷 설치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00에너지 직원이 가스연결을 위해 방문하였다. 진한 씨 전에 사시던 분이 가스렌지를 놓고가 사용가능할 것 같아 새로 구입하지 않았는데 고장이라 사용할 수 없다하여 구입하기로 했다.

진한 씨는 더위에 지쳤는지 힘들다고 하며 카드를 건네주며 대신 사오라 한다. 우씨 ~~~~ 무지 더운데, 이00 직원이 새로 구입해 왔다.

KT 역시 통신망이 아파트 외부에 연결이 되지 않아 2-3일의 시간이 필요하단다. 인터넷을 연결하려며 외부작업이 되어야 하며 진한 씨 TV에는 연결되는 잭이 없어 TV시청이 어렵다고 한다.

“TV를 2-3일 볼 수 없다고 하는데 참을 수 있겠어”라는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직원이 잠시 다녀오겠다고 나가더니 TV 한 대를 들고 왔다. 2-3일 TV가 나오지 않으며 답답해 할 것 같아 자신이 쓰던 TV를 임시로 가져왔다고 한다.

세심함에 고맙고 감사했다. 우리도 이용자의 삶을 귀 기울여 듣는 노력이 필요함을 KT직원에게서 또 하나를 배웠다.

이동욱 목사님도 밀알선교단 단원 박00 집사님과 방문해 주셨다. 진한 씨가 병원진료로 외출중이라 만날 수는 없었지만 가까운 이웃에 박00 집사님이 있어 감사인사를 드렸다.

진한 씨가 전화가 없어 전달할 내용이 있으면 집사님에게 부탁드려도 되느냐고 하니 괜찮다고 하여 전화번호를 주고 받았다. 진한 씨 집을 나오며 혼자 지내야 하는데 걱정이 된다고 하니 본인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괜한 걱정을 사서 하는 것 같다. 혼자 살아본 경험이 있고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있으니 더불어 잘 살아갈 것을 기대하였다. 이사한 다음날 원장님, 사무국장님과 진한 씨 집을 방문하였다.

전자렌지에 데워 먹을 수 있는 간편식을 집들이 선물로 구입했다. 진한 씨는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고 박00 집사님이 놀러와 있었다. 아침에 식사를 했는지 씽크대에 밥그릇이 물에 담겨 있었고 건조대에도 빨래가 널려 있었다. ‘나 행복해요’라고 씌여 있는 것처럼 환하게 밝았다.

진한 씨는 본인 명의의 폰 구입을 할 수 없다. 형님이 진한 씨 명의로 폰을 구입하고 기기할부금과 요금 500여만원이 있어 그 돈을 납부해야 할 수 있다고 한다.

박00 집사님을 통해 진한 씨에게 연락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는데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고 충주에 있는 형님이 진한 씨 집에 놀러왔다가 카카오톡을 사용할 수 있도록 테블릿PC에 연결해 주었다.

처음에는 집 그림을 보내 서로 의사소통을 하였고 어느날은 진한 씨가 카카오 페이스톡으로 영상통화를 하면서 새로운 것을 배워가는 모습이 참 대견스럽다. 며칠 후 점심시간에 맞추어 진한 씨 집을 방문했다.

테이블 위에 전단지가 있어 점심으로 자장면을 배달 시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자장면을 먹으며 “이사를 했으니 이웃에 떡을 돌리며 인사를 하면 어떨까” 물으니 좋은 생각이라고 한다. 먼저 필요한 물건을 마트에서 구입했다.

쌈장, 고추장, 간장, 식용유, 참기름, 계란, 초코파이를 장바구니에 담고 전자렌지에 데울 수 있는 간편식도 구입한 후 맥주를 사도 되는지 묻는다. 사고 싶은 것 구입하라고 했다. 나는 뒤에서 따라만 다니겠다고 ~~~, 얼굴에 함박 미소를 머금고 무얼 고를까 고민한다.

떡집에 들려 이웃에 드릴 콩이 촘촘하게 박힌 찰떡도 사고 반찬가게에 들려 좋아하는 장조림을 구입했다. 집에 오는 손님들에게 준다며 아이스크림가게에서 아이스크림도 구입했다.

아껴 쓰라고 잔소리 하고 싶었는데 돈 쓰는 일이 얼마나 재미날까 싶어 나의 생각을 접었다. 충고랍시고 하는 말이 혹여 상처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짐이 많아 옮기는 일이 쉽지 않았다. 땀이 범벅이 된 진한 씨는 구입한 물건을 냉장고, 씽크대에 정리하느라 바쁘다. 느리기는 하지만 잘한다.

옆집 어르신들께 이사 떡을 드리고 인사를 드렸다. 이사를 와서 작지만 떡을 돌린다고 하니 “뭘 이런걸 해” 하면서도 좋아하신다. “잘 부탁드린다”고 하니 “노인네들이 뭐 할 줄 아는게 있어야지” 한다. 엄마같이 잘 살펴달라고 했다.

여느 자식처럼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싶지만 노환으로 요양원에 계셔야 함을 알기에 그 헛헛한 마음이 이해가 가고 사람 앞에서 식사하는 것을 거부하던 진한 씨가 이제는 창피하게 생각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행동하려는 모습이 참 대견스럽기도 하다.

5년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자신과 갈등하고 고민하는 모습이 때론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눈물 나게도 하였지만 시설에서 때마다 챙겨주는 삶이 아닌 도전하는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진한 씨, 오늘도 반찬을 만들기 위해 칼을 사용하다 손을 다쳐 병원에 다녀왔노라며 상처를 보여준다. 자신의 삶을 꾸려가며 하나하나 배워가며 추억을 만들고 있는 진한씨에게 “참 잘하고 있다”고 힘을 실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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