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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장애인거주시설 우수사례 수상작 연재-②

함양연꽃의집 직원 서동우 ‘행복한 밥상’의 일등 요리사, 월요일의 행복 레시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11-09 09:28:18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는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자기 삶’을 살고, 이용 장애인 개개인의 삶이 묻어나는 사람살이를 나누고자 ‘2018년 장애인거주시설 삶이 있는 이야기 공모전’을 진행했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이번 공모전은 장애인거주시설 이용장애인 일상 속의 여가, 취미, 학교, 직장, 자립생활 등 모든 이야기를 주제로 장애인 당사자, 시설 직원이 총 82편의 사연을 공모하였으며, 그중 8편이 수상했다. 에이블뉴스는 수상작을 연재한다. 두번 째는 우수상 ‘행복한 밥상’의 일등 요리사, 월요일의 행복 레시피이다.


함양연꽃의집 직원 서동우

“선생님, 월요일 오후에 요리하러 가고 싶어요.”
혜주(가명, 24세)씨는 담당교사를 볼 때마다 요리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매주 월요일, 혜주씨는 함양종합복지관에서 진행하는 ‘행복한 밥상’강좌를 벌써 4학기나 참여하고 있습니다. 비장애인과 함께 배우는 행복요리사 혜주씨의 좌우충돌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울산에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한 혜주씨는 4년 전 함양연꽃의집으로 입소하였습니다. 자폐성 장애가 있는 혜주씨는 어릴 적부터 어머니와 함께 많은 활동을 하였습니다. 수영도 제법 잘하고, 스케이트는 선수 급으로 잘 탑니다.

사교성도 높고 학습능력도 좋은 혜주씨는 많은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연꽃의집이 있는 함양은 전형적인 농촌지역으로 혜주씨가 살아온 울산과 달리 외부활동의 기회가 많이 부족합니다.

연꽃의집에 입소하여 혜주씨가 갖고 있는 많은 능력이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했던 저(생활지도원, 혜주씨 사례담당교사)는 생활재할팀장과 사회재활교사와 협의하여 함양군 종합사회복지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지금까지 장애인 혹은 혜주씨가 장애인임을 알고 이해했던 사람들과 함께 활동했던 연꽃의집에서 혜주씨는 처음으로 오롯이 비장애인과 함께 참여하는 개척자가 되었습니다.

직원들도 처음인지라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몇 차례 회의 끝에 원장님께 참여를 허락받고 저와 생활재활팀장, 사회재활교사는 몇 가지 원칙을 정했습니다.

“ 프로그램 참여 자체에 의의를 갖도록 하자.”
“ 외부인의 시선이 긍정적이지 않더라도 당당하게 끝까지 참여하자.”
“ 끝까지 성실하게 참여하여 이후 다른 식구들도 프로그램 참여할 수 있도록 마
중물이 되어보자.“
“ 연속성을 위해 가능한 제가 휴일이나 야간근무에도 혜주씨와 함께 해본다.”


이를 통해 저와 혜주씨는 2017년 상반기 프로그램 전단을 함께 살피며 혜주씨가 원했던건강체조, 행복한 밥상 두 개의 강좌를 신청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신청부터 순탄하지가 않았습니다. 수강신청은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 후 휴대폰 본인인증 이후 신청이 가능하였습니다. 함양에서 종합사회복지관 프로그램은 매우 인기가 높아 수강신청당일 접속도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혜주씨는 어머니가 성년후견인으로 되어있어 절차도 매우 복잡하였습니다. 이에 종합사회복지관으로 직접 전화를 하여 사정을 설명 후 ‘사회복지법에 종합사회복지관은 장애인 등에 우선하여 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한다.’고 했으나 수강신청에 우선하여 지원을 요청하였으나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대신 어르신들을 위해 당일 복지관을 방문하면 현장접수를 할 수 있으니 이렇게 신청하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수강신청 당일 일찍 아침밥을 먹고 혜주씨와 저는 일찍 복지관에 도착하였습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77”이라는 번호표를 받고 한참 뒤에서 줄을 서서 기다린 끝에 30여분이 지나 간신히 접수를 마쳤습니다.

며칠 뒤 저의 핸드폰으로 수강접수가 되었다는 문자와 함께 강의시간과 장소가 공지되었습니다. 그러나 시작도 전에 걱정이 또 앞섭니다.

강의실에서 혜주씨의 장애를 이야기해서 사람들의 이해를 구해야 할지, 괜히 장애이야기를 해서 낙인이 찍혀 또 다른 차별을 받지 않을지, 그런 시선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리고 결론은 정면돌파! 있는 그대로 보이고 시작해보기로 하고 저는 다시 한 번 마음을 굳게 마음으로 먹고 강의실에 들어갔습니다.

강의실에는 다른 수강생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상당수가 몇 학기를 함께 수강했던 수강생들이라 서로 안면이 있어보였습니다. 혜주씨와 함께 인원이 적어보이는 테이블로 갔습니다.

손을 귀에 대고 소리를 내거나 저에게 요리프로그램 일정을 반복하여 이야기하는 혜주씨를 보며 주변에 있던 수강생들은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강의가 시작되고 요리강사가 프로그램 안내를 한 뒤 수강생들의 자기소개가 시작되었습니다.

한사람씩 소개를 하였지만 저는 혜주씨 소개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생각으로 다른 사람들 이야기는 건성으로 들립니다. 드디어 혜주씨 차례입니다. 혜주씨는 인사를 크게 한 뒤 “안녕하세요”라고 이야기합니다.

정적아 흐르자 강사가 이름을 묻자 “임혜주입니다.”라고 대답하고 다시 조용해집니다. 제가 일어나 다시 혜주씨에 대한 소개를 하였습니다. “저는 장애인 거주시설인 함양 연꽃의집 혜주씨 담당 사회복지사입니다.

혜주씨는 자폐가 있습니다. 혜주씨의 장애 특성상 간혹 같은 말이나 노래를 반복하기도 하고 조금 서툰 모습도 보입니다. 그러나 혜주씨는 요리도 좋아하고 연꽃의집에서도 요리를 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앞으로 한 학기 동안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여러분들께서 많이 도와주세요. 감사합니다.”라고 몇 번이나 되뇐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수강생들은 박수를 쳤으나 여기저기 웅성이며 낯설고 경계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요리강좌는 강사가 레시피를 나누어 준 뒤 먼저 다 같이 모여 요리강사가 시범을 보인 뒤 시식을 하고 조별로 재료를 가져가 함께 음식을 만듭니다. 서로 오랫동안 진행해서인지 각 조에서도 따로 역할분담을 하지 않고 각자 알아서 실습이 진행되었습니다.

첫 시간은 칼국수입니다. 저는 받아온 재료를 다듬고 씻은 뒤 도마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저는 먼저 칼을 들고 강사가 했던 대로 호박채를 자르고 혜주씨에게 칼을 하나 건네며 함께 해보자고 하였습니다.

혜주씨는 천천히 서너 번 호박을 썰던 혜주씨는 평소 급한 성격이 나오며 빠르게 그리고 투박하게 호박을 썰기 시작합니다.

모양도 삐뚤삐뚤 크기도 큰 호박도 문제였지만 혹여 혜주씨가 급하게 하며 다치지는 않을까 걱정부터 됩니다. 그리고 불 위에 놓인 프라이팬을 보며 젓가락으로 재료를 휘젓는 모습역시 위태위태합니다.

저는 맛있는 요리도 좋지만 먼저 혜주씨에게 바르게 조리도구 잡는 법을 해보자고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먼저 왼손을 주먹을 쥐듯 오므리고 천천히 한 번에 한 번씩 호박을 자르고 혜주씨도 저를 따라 한 번씩 호흡하며 썰어봅니다.

가늘고 고른 호박채가 이전보다는 훨씬 좋아졌습니다. 이번에는 재료를 볶는 시간, 먼저 왼손은 손잡이를 잡고 오른손으로 나무젓가락을 잡고 천천히 야채들을 볶습니다. 안정되게 조리도구를 잡으니 저도 다른 조원들도 조금은 마음이 놓입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손이 문제입니다. 손가락을 뜯는 혜주씨의 습관이 나오며 손톱을 한번 뜯고 입에 넣고 다시 재료를 만집니다. 이번에는 머리를 한 번 긁고 다시 재료를 만집니다.

주변에서 저와 혜주씨에게 보내는 시선이 제법 부담스러워 집니다. 혜주씨에게 위생장갑도 끼고 요리를 해보도록 합니다. 손을 입에 댈 때마다 손을 씻고 다시 재료를 손질하도록 하였으나 주변의 시선은 너무도 차갑고 따가웠습니다.

게다가 이런 눈치를 모르는 혜주씨는 재료를 손질하고 큰소리로 “잘했어요”라고 여러 번 반복합니다. 특히 이번 강좌 반장이었던 같은 조의 수강생은 계속 불만스런 모습을 보이다가 결국 두 주 만에 수업을 그만두었습니다.

낮선 시선과 혜주씨의 반복되는 행동에 여기서 그만 멈추어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선은 처음 계획할 때부터 예상했었고, 여기서 포기하면 혜주씨도 다른 연꽃의집 식구들에게도 기회를 잃어버릴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혜주씨도 다른 조원들과 함께 할지 고민해 보았습니다. 먼저 강의시간에 5분 먼저 도착하여 강사와 조원들에게 먼저 인사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조리보다는 보조를 맞추며 허드렛일을 먼저 시작하였습니다. 재료를 씻고, 양파껍질, 마늘껍질, 파 껍질을 벗겨 다른 사람들이 조리할 수 있도록 접시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았습니다.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 정리와 설거지를 하고, 행주로 주변을 닦고 사용한 식기를 정리하였습니다. 이와 함께 저는 강사가 시범을 보이면 다른 조원들이 바로 조리할 수 있도록 조리도구도 챙겨놓고 물도 먼저 끓여놓았습니다.

그렇게 두 주가 지나자 조금씩 변화가 생겼습니다. 같은 조 한분이 이전에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적이 있었다며 당시 혜주씨와 같은 아이가 있어 그때 참 힘들었다며 본인의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다른 조원들도 혜주씨에게 함께 하자며 제법 어려운 양념장도 만들고 마무리 조리도 해볼 수 있도록 돕습니다. 차츰 연꽃의집 이야기, 혜주씨 이야기도 묻고 본인들의 이야기도 하며 혜주씨는 차츰 장애인, 깍두기로써가 아닌 행복한 밥상의 수강생으로 인정받았습니다.

그렇게 16주간의 상반기 강의를 모두 마치고 혜주씨는 다음에도 또 참가하고 싶다는 소감을 이야기하고 모두의 격려를 받으며 강의를 마쳤습니다.

한 달여 휴식기를 마치고 하반기 혜주씨는 다시 수강신청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강사로부터 한통의 문자가 왔습니다.

‘혹시 상반기에 참여한 그 혜주씨가 맞나요?’

문자를 받고 짧은 시간에 많은 생각들이 지나갑니다. 사람들과 잘 어울려 마무리했다고 생각했으나 속마음은 달랐는지, 혜주씨의 행동이 강의에 방해가 되니 수강포기를 요구하는 것은 아닌지 불간감이 들었습니다. 저는 불안한 마음을 갖고 ‘네, 상반기에 참여한 혜주이가 맞습니다.’고 답장했습니다. ‘네, 반갑습니다’는 답문에 저의 마음은 환해지고 가벼워졌습니다. 아니 뛸 듯이 기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반기 강의가 시작되자 가장 먼저 마음을 내주었던 수강생 한 분이 반갑게 인사를 하며 함께 하자고 손짓을 합니다.

그리고 혜주씨를 많이 도와주었던 옆 조의 수강생, 개인칼을 세 개나 들고 참가한 상반기 건강체조를 함께 했던 멋진 할아버지와 혜주씨까지 하반기 행복한 밥상 최고의 조가 탄생하였습니다.

자기소개 시간에 혜주씨가 인사를 하자 이번에는 제가 아닌 강사가 혜주씨 소개를 합니다. “혜주씨, 지난학기에도 참여했고, 요리도 잘합니다. 말이 조금 많기는 한데 함께 재미있게 해봅시다.” 혜주씨를, 혜주씨의 장애까지 온전하게 안아준 모든 사람들에게 저는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후 혜주씨는 ‘행복한 밥상’의 훌륭한 일원으로 거듭났습니다. 조에서필요한 조리도구가 있으면 혜주씨가 먼저 척척 가져오고, 재료 손질은 물론 조리에서 마무리까지 조원들과 함께 멋진 요리들을 하나씩 만들었습니다.

혜주씨가 가을나들이로 수업을 한 주 빠진 후 수업에 들어가자 다들 안부를 묻습니다. 한 수강생은 지난주 수업에 혜주씨가 빠져 배경음악이 없어 너무 적막했다고 하자 모두들 그렇다면서 크게 웃습니다.

수강생들은 혜주씨의 장애습관을 온전히 요리수업의 레시피로 승화시켰습니다. 뿐만 아니라 가을 추석을 맞이하여 강사와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도 저와 혜주씨를 초대하여 함께 맛있게 식사도 하고 그동안 수업시간에는 어려웠던 서로간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습니다.

세 번째 학기, 혜주씨는 ‘행복한 밥상’의 조교가 되었습니다. 혜주씨는 매주 행정실에서 출석부를 받아와 수강생들이 출석체크를 할 수 돕는 역할을 부여받았습니다.

그리고 강사의 요리 시범시 혜주씨에게 조리조구와 양념, 재료를 요청하면 혜주씨는 척척 가져다주었습니다. 덩달아 저에게도 간혹 빠진 준비물이 있으면 마트에서 재료 구입을 해달라는 요청도 함께 있었습니다.

이렇게 세 학기 동안 혜주씨는 많은 우여곡절을 거쳤지만 비장애인들과 함께 매주 재미있는 요리수업을 진행하였습니다. 혜주씨가 만든 요리는 월요일 저녁 식사때 다른 식구들과 함께 맛있게 나누어 먹었습니다.

그러나 하나의 작은 성과에 너무 자만하지 말라는 의미인지 이번 하반기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지난 세 학기 동안 혜주씨와 함께 했던 강사는 개인 사정으로 프로그램 진행을 하지 못하게 되어 새로운 강사가 오셨습니다.

그리고 수강생들도 많이 바뀌고 조도 인위적으로 편성이 되어 기존에 함께한 조원들과도 헤어졌습니다. 모든 것이 처음처럼 리셋 되었습니다. 첫 주 모두가 낯선 수업시간, 서툰 혜주씨는 또다시 수강생들 사이에서 홀로 떨어져 있었습니다. 자기소개 시간도 없어 더욱 혜주씨를 다른 사람들에게 알릴 기회도 없었습니다.

첫 주가 지나자 지난주 깐깐하게 혜주씨를 바라보던 수강생 한 분이 “선생님은 따로 계시면 저희가 해민씨랑 한번 요리를 해볼게요”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아주 능숙하게 혜주씨에게 고추꼭지 따기처럼 쉽게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자고 하고, 혜주씨의 능력을 보며 조금씩 단계를 높여 함께 합니다. 그렇게 혜주씨는 조금씩 조원들과 자연스레 녹아져 갑니다.

혜주씨를 바라보며 조마조마하며 혜주씨의 장애에 편견했던 사람은 오히려 제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모두들 익숙해져갈 시간이 필요하고, 서로 익숙해지고 이해가 되면 온전히 받아드려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오히려 제가 중간에 껴서 시간이 더 걸리고 갈등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장애인권 개선이라는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라 함께 만나고 자주 부딪히며 알아갈 때 비로소 서로 간에 마음이 열리는 것을 몸소 체험하였습니다.

혜주씨의 요리프로그램은 혜주씨보다 제가 더 성장해 가는 시간입니다. 이후에 펼쳐질 새로운 시간들이 이제는 걱정보다 기대가 앞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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