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회장 황규인)는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자기 삶’을 살고 있는 장애인의 이야기를 찾고, 장애 여부를 떠나 사람살이의 감동과 희망의 이야기를 많은 이들과 나누기 위해 2015년, 2016년에 이어 세 번째로 ‘2017년 장애인거주시설 우수사례’ 공모를 진행했다.

이번 공모에는 협회소속 시설의 이용장애인과 직원이 총 62편의 우수사례를 제출했다.

여기에는 시설거주 장애인의 삶의 이야기가 담겼다.협회는 외부심사위원의 심사를 거쳐 수상작으로 최우수상 1편, 우수상 2편, 장려상 3편, 우수작 2편 등 총 8편을 선정했다. 에이블뉴스는 수상작을 연재한다. 네 번째는 장려상 ‘간절히 원하던 꿈이 이루어지고 있어요!’이다.

동암재활원 이용인 고상

은인을 만나다

저는 20대 나이에 서울 형님 집에서 생활을 하였습니다. 서울에서 생활하면서 자립을 하기 위하여 국립재활원에 입소하여 화훼를 배워 보기도 하였습니다.

내가 자립하는데 도움 되는 것은 나름대로 다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30대 초반에는 아파트 인근에서 가판대 운영도 해보았는데 장애인이라는 사회적 편견과 성치 못한 몸 탓에 1년 이상 유지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던 중 당숙모와 형수님의 권유로 문화회관에서 사회복지법인 동암 양복규이사장님의 강의를 듣게 되었습니다.

이사장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새로운 삶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저는 이사장님께 상담을 요청하였고 상담 중 저는 제 마음속에 있는 말을 모두 다 하였더니 이사장님께서 저에게 서류를 갖추어 전주 동암재활원에 한번 찾아가 보라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이사장님과의 만남은 제 인생에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재활원에 입소하여 직장에 들어가다.

저는 1998년 봄 36세 나이로 필요한 서류를 갖추어 부푼 마음으로 동암재활원에 입소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입소하여 재활원 주변을 둘러보고 연고도 없고 낯설기 그지없는 이곳에서 과연 내가 생활을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목표했던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떠한 어려움이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생활을 한다면 나의 꿈이 이루어 질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입소하여 며칠 되지 않아 재활원의 배려로 케익액세서리를 만드는 공장에서 일을 하게 되었고 저는 나름대로 저의 계획과 꿈을 이루기 위해 작업이 힘들기도 하였지만 최선을 다하여 열심히 일을 하였습니다.

그 덕분에 제가 3, 4년 정도 근무를 하고 있을 때 재활원 전임 박 원장님의 제안으로 급여도 높고 근무 여건도 좋은 전북장애인보호작업장에 취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저의 첫 번째 꿈이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직장에서 작업반장이 되다

저는 더더욱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을 하였고 나의 주 업무는 임가공 파트에서 정리 작업을 하는 일을 하였습니다. 새로운 일에 보람도 있었지만 때로는 힘이 들고 스트레스 받아 도망가고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인내심을 가지고 열심히 일을 하다보면 언젠가 세월이 흐른 뒤 좋은날이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맡은바 임무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렇게 직장에서 근무한지 5, 6년이 되던 해에 작업장 원장님께서 저를 부르시더니 그 동안 저의 근면 성실한 근무 태도를 보셨다고 저에게 작업반장이라는 임무를 주셨습니다.

저는 기쁘기도 했지만 나름 무거운 짐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더 열심히 일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제 자신을 낮추며 근무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어느 때에는 체력이 부족하여 지칠 때도 있었으나 내가 스스로 일하여 저축한 여러 개 통장을(예금, 저축, 청약저축 등) 보며 뿌듯한 마음에 힘을 얻기도 했습니다.

작업장에서 일한지 벌써 19년째 이제는 눈을 감고도 모든 일이 익숙해졌지만 교만하지 않고 작업반장으로써 책임감을 가지고 동료 근로 장애인들을 도우면서 최선을 다해 성실히 근무하고 있습니다.

반려자를 만나다.

전북장애인보호작업장으로 출근하고 동암재활원에서 생활한지 10년째 되던 봄 저를 아껴주고 사랑해 주는 인생의 소중한 반려자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지난 2008년 어느 봄날 화단 끝 돌 위에 앉아 있는 나에게 고영이씨가 다가와서 말을 걸었습니다.

처음에는 마음속에 있는 얘기를 하지 않고 일상적인 이야기만 하다가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영이씨가 마음이 아주 따뜻하고 너그러운 여성이라는 걸 느끼게 되면서 개인적인 이야기도 하기 시작했습니다.

영이씨는 몸이 불편하여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데 항상 웃는 얼굴이었고 동료에게 먼저 인사를 하고 말을 걸어주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뇌병변(좌측편마비)이면서 뇌전증(간질)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영이씨는 전혀 내색하지 않고 나의 건강을 먼저 생각해 주었습니다.

저는 주중에는 전북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일을 하고 주일에는 영이씨와 같이 함께하는 교회에 나가 예배를 보고 찬송을 하면서 보냅니다. 이렇게 같이 지내면서 마음의 위로를 받고 영이씨를 생각하면 힘이 절로 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서로 마음을 여는 사이가 되었고 같이 쇼핑도하고 영화도 보고 외식도 하면서 점점 가까워졌고, 나를 진정으로 이해해 주고 사랑해 주는 이 여자와 평생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제가 영이씨와 사귀면서 초반에는 다투기도 많이 다투었지만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고 있었습니다. 다투고 나면 나는 수없이 영이씨가 싫다고 말했지만 영이씨는 그런 나를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 해주고 붙잡아 주는걸 보고 영이씨의 진실한 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영이씨는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알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랑스런 여자라는 걸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영이씨와 사귄지 3~4년이 되던 해 저는 부모님께 영이씨에 대하여 말씀을 드렸더니 부모님께서는 동성동본은 사귀면 안 된다고 반대를 하셨고 또 나보다 장애가 심하다는 이유로 반대를 하셨지만 저는 부모님을 꾸준히 설득하였습니다.

저보다 장애상태가 심하기는 하지만 서로 도와가면서 살겠다고, 정말 마음이 따뜻하고 이해심이 많은 이 여자를 놓치고 싶지 않다고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더니 조금씩 긍정적으로 이해를 해주셨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저의 변함없는 마음을 보시고 부모님께서 흔쾌히 승낙을 해주셨고 이후 영이씨 가족분들도 재활원으로 오셔서 영이씨와 함께 자립생활을 하겠다는 저의 확실한 의지를 확인 하시고 격려를 해주셨습니다.

자립하여 둘이서만 살아가려면 많은 어려움도 있겠지만 서로를 아끼고 존중하며 사랑하는 마음으로 서로의 빈자리를 채워주며 서로에게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보금자리를 계획하다

처음 문화회관에서 이사장님께 말씀드렸던 저의 첫 번째 목표는 직장을 잡고 두 번째 목표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는 거였는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보니 또 다른 목표가 하나 더 생겼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여자와 자립해서 한 평생을 같이 지낼 보금자리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재활원 직원의 도움을 받아 2015년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 국민임대아파트를 신청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신청만 하면 바로 되는 줄 알았습니다. 부푼 가슴으로 직장에서 가까운 아파트를 찾아 예비입주자 모집에 신청하였고 당연히 될 줄 알았던 예비입주자 모집에 탈락을 하였고 크게 실망한 저는 식사도 못하고 낙심하여 있는 저에게 영이씨와 재활원 직원분들의 경려로 많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쉽게만 생각했던 국민임대아파트 당첨은 그 후로도 4번이나 탈락을 하였지만 전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우리의 보금자리를 찾을 때까지 임대아파트 예비입주자 모집을 신청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지속적으로 신청을 해왔습니다.

그 결과 5번째 신청한 LH 국민임대아파트(전주효자5) 예비입주자 모집에 2016년 12월 드디어 2년 만에 우리의 보금자리가 당첨이 되었습니다. 당첨이 확인 된 후 저는 모든 걸 다 이룬 것처럼 하늘을 날듯이 기쁘고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올 7월 말에는 전화가 와 예비입주자 대기인수가 8번이라고 입주 하느냐고 묻는 확인 전화가 왔다. 얼마가 될지는 잘 모르지만 머지않아 영이씨와 저는 우리의 보금자리로 가게 될 것 같습니다.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저는 현재 영이씨와 함께 동암재활원에서 생활하면서 앞으로 있을 행복한 가정생활을 위하여 주중에는 직장에 다니고 주로 주말을 이용하여 가정생활예절교육, 세탁훈련, 쓰레기 분리수거 등 생활에 필요한 예비가정생활 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자립 생활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해 주시고 사랑과 관심을 가져 주신 이사장님과 원장님을 비롯하여 직원 여러분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김팀장님께는 고마운 마음입니다.

또 하나 하고 싶은 말은 우리 장애인 여러분들도 목표를 가지고 최선을 다하여 노력 한다면 꿈은 꼭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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