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회장 손영호)가 장애인에 대한 청소년의 긍정적인 인식을 일깨우기 위해 '2017 장애청소년 BestFriend'사업을 실시하고 활동사례수기를 공모했다.

이번 공모에는 전국의 중·고등학교에서 장애청소년 Best friend로 활동하고 있는 비장애청소년을 대상으로 학교장의 추천을 받았으며, 최종 최우수 1팀, 우수 4명(팀), 장려 15명(팀) 등 총 20명(팀)이 선정됐다.

에이블뉴스는 이들의 활동사례수기를 연재한다. 다섯 번째는 최진호 학생의 활동사례수기다.

중계중학교 최진호

◯◯이와 만난지 3년이라는 시간이 가까워졌다. 고◯◯은 나의 친구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굿프렌즈다. 굿프렌즈는 몸이나 마음의 발달이 느린 친구를 도우면서 학교생활을 하는 것인데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의 추천으로 하게 되었고 그것이 ◯◯이와의 첫만남이었다. 사실 그전부터 안면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친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첫 시작을 하며 ‘어려운 친구를 열심히 도와 봉사해야지.’라는 생각을 했고 그 때문인지 부담감이 생겼다. 나는 이런 일을 해본 적이 없었기에 더욱 그랬다.

◯◯이의 첫인상은 매우 조용하고 얌전해보였다. 내가 먼저 물어보지 않으면 대답하지 않고 먼저 행동하지도 않았다. 사실 나는 성격이 급하고 일처리가 빠른 것을 좋아하는데 ◯◯이의 행동이 많이 느리니 답답했다. 그래도 ‘몸이 불편하니까.’라고 생각하고 내가 맞추어 갔다. 1학년이 거의 끝날 때까지 내가 굿프렌즈인 것을 밝히지 않았다. ◯◯이가 나를 도우미라고 생각하고 어려워할까봐서였다.

처음 내가 굿프렌즈인 것을 밝히고 지금까지 말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을 때, ◯◯이는 고개만 끄덕거렸다. 마음을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내가 굿프렌즈인 것을 알게 됐으니 더 이상 숨길 수도 없다. 전처럼 굿프렌즈가 아닌 그냥 친구처럼 지내자. 그리고 우리도 1년이나 되어 가는데, 너의 의견을 기탄없이 나에게 말해.”라고 이야기했다. 내 생각엔 그 때를 기점으로 ◯◯이의 성격이 바뀐 것 같다. 그 이후로는 나에게 자신이 원하고 생각하는 바, 자신이 지향하는 바를 잘 얘기했다. 그러면서 나와의 거리감도 없어지고, 자신감도 많이 생겼다.

그렇게 2학년이 지나 3학년이 시작됐다. 3학년이 되니 뭔가 바빠지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이는 여전히 행동이 느린 것이었다. 사실 ◯◯이가 그렇게 몸을 못 쓰지는 않는다. 단지 팔, 다리 한쪽 근육이 약해서 행동이 불편한 정도이다.

‘◯◯이의 행동을 고쳐보자.’나는 마음을 먹었다.

“앞으로는 정신 똑바로 하고 행동을 바르고 정확하게 하자. 내가 도와줄게.”

그 이후로 나는 ◯◯이를 많이 재촉했다. 속으로는 미안하기도 했지만 나는 ◯◯이의 도우미가 아닌 친구였기에 꼭 해야만 했다. 그 결과 지금은 일처리도 빠르고 정확하다. 가끔은 나보다도 훨씬 그러할 때가 있다.

이렇게만 말하면 내가 너무 헌신적인 것 같지만 그것은 천만의 말씀이다. 내가 ◯◯이한테 받고 느낀 것도 무수히 많다. ◯◯이는 참 착하고 성정이 여려 말을 할 때도 부드럽다. 나는 말투가 강하다. ◯◯이와 같이 있으니 나도 그것을 배우게 됐다. 그리고 ◯◯이는 엄청 노력한다. ◯◯이는 행동이 느렸지만 노력은 정말 누구도 따라올 수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체육시간에도 자신의 불편한 점을 핑계대지 않고 누구보다 열심히 임한다.

나는 ◯◯이의 그런 모습을 보며 ◯◯이가 단지 도움을 받아야 되는 존재가 아닌, 나에게도 귀감이 될 수 있는, 단지 굿프렌즈로서가 아닌 진짜 끝까지 가고 싶은 친구로 느끼게 되었다. 또 ◯◯이는 남을 잘 용서한다. 남을 잘 이해해주고 인내심이 많은 편이다.

사실 나는 잘 그러지 못한다. 나는 무조건 ‘모 아니면 도’,‘원수는 용서하지 못한다.’라는 과격한 성격이 있는데 ◯◯이를 보면서 많이 배웠다. 지금은 미운 사람을 용서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이는 누구보다도 어른스러운 사람이다. ◯◯이는 친구를 넘어 한 인간으로서 최고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만난 것은 나에게 정말 큰 행운이다. 사실 요즘은 ◯◯이 같은 친구가 없다. 남을 배려할 줄 알고 진심으로 친구를 대한다. 요즘 친구들은 친구의 의미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요즘은 게임 같이 하면 친구, 같이 몰려다니면 친구이지만 의리 같은 것이 없어졌다. 하지만 ◯◯이는 정말 의리와 우정이 있는 친구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이를 좋아하는 것이다. 나 또한 소신 있는 사람이기에 ◯◯이가 나를 믿어주는 것 같아 고맙다.

이제 ◯◯이와 만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쉽긴 하지만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하며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가 성공하고 내가 실패해도 ◯◯이는 나를 친구로 볼 것이다. 내가 성공하고 ◯◯이가 실패해도 나는 ◯◯이를 친구로 볼 것이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이는 ◯◯이고 나는 나다. 서로의 사정이 어떻든 간에 우리는 친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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