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재활원(원장 이범석) 중앙보조기기센터에서는 보조기기 사용 인식 개선 및 보조기기센터 저변 확대를 위해 ‘2017 전국 보조기기 수기공모전’을 진행했다.

이번 공모는 최우수상 1편, 우수상 2편, 장려상 2편, 입상 2편 등 총 7편이 수상했으며 에이블뉴스를 통해 수상한 우수작품을 연재한다. 마지막은 입상작 ‘두 바퀴로 달리는 아름다운 동행’ 이다.

(왼)라이딩 전 텐덤바이크 정렬 된 모습(오)이용자와 봉사자의 라이딩 모습.ⓒ국립재활원

두 바퀴로 달리는 아름다운 동행

김경국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국립재활원 재활연구소에서 장애인 건강 관련 연구를 하며 특수체육으로 석사과정 중인 학생 겸 연구원입니다. 지금은 연구소에서 장애 건강 연구와 대학원도 다니면서 장애에 대한 인식과 이해의 폭이 넓어졌지만, 한 때 장애에 대한 편견과 무관심으로 지내오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국립재활원으로 이직하기 전에 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체육지도자로 3년 정도 근무를 한 경험이 처음으로 장애와 마주하게 된 때입니다. 저에게 있어서 장애인이란 혼자서는 활동이 어렵고 보호자나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었습니다.

장애인을 직접 만나 본 경험도, 장애인에 대한 지식조차 부족했었기에 시각장애인들의 체육활동을 위해 환경을 조성하고 지도한다는 것이 얼마나 낯설고 어려웠는지 모릅니다. 처음에는 시각장애인들이 체육 활동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 ‘장애인 보조기기(보장구)’라는 단어조차 알고 있었을까요? 물론 그렇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조금씩 지나 시각장애인 이용자분들과 수영, 등산, 스키, 텐덤바이크 등 다양한 체육 활동을 함께 진행하면서부터 그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저마다 역할을 하고 있는 보조기기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며 시각장애인 뿐만 아닌 다른 어떤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보조기기만 있다면 얼마든지 체육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시각장애인에게 여러 체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을 꼽는다면 ‘텐덤바이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텐덤바이크는 흔히들 알고 있는 한강에서 연인 혹은 친구끼리 타는 두 바퀴의 2인용 자전거입니다. 이러한 텐덤바이크를 어떻게 시각장애인이 탈 수 있을까요?

사실 텐덤바이크 교실에 참여하는 시각장애인 분들은 전맹이신 분들보다는 저시력으로 잔존시력이 있으신 분들이 더욱 많습니다. 그러나 잔존시력이 있다고 해도 흰 지팡이를 이용하여 독립보행이 가능하기까지 수많은 노력과 시간이 걸리고 또한 저시력 시각장애인이 단순히 눈이 나쁜 정도가 아니기 때문에 자전거를 탄다는 것은 더욱 어렵습니다. 이렇듯 스스로 이동의 제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장비를 이용하여 이동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텐덤바이크 교실은 이용자가 직접 접수를 통해 선정절차를 거쳐 토요일 오전에 운영되는데 평일에는 일을 하고 주말에는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점과 장비를 이용하여 야외를 달릴 수 있다는 이 두 가지 장점 때문에 가장 인기가 높은 프로그램 중 하나였습니다. 텐덤바이크 교실은 자원봉사자가 앞에서 가이드의 역할과 방향을 잡고 시각장애인은 뒤에서 가이드를 보조하며 호흡을 맞추는 스포츠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텐덤바이크가 단순히 의자에 앉아서 페달을 굴리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막상 텐덤바이크를 탑승해보면 가이드와 시각장애인 간의 호흡이 상당히 중요함을 알 수 있습니다.

뒤에 앉은 시각장애인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앞에 앉은 가이드가 순간의 힘으로 폐달을 굴려버린다면 자칫 페달에 발을 부딪쳐 부상을 입을 수 있으며 코너를 돌거나 속도를 내야하는 상황에서 시각장애인과 가이드간의 신체 중심이 반대를 이룬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텐덤바이크는 방향과 속도를 가이드가 안내하며 시각장애인과 서로 의지하고 호흡하며 함께 동행하는 스포츠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마다 많은 시각장애인 분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해주셨지만 시각장애인 이충안(가명)님은 지금도 기억에 가장 남는 이용자입니다. 해병대 출신의 유난히 운동을 좋아했던 이충안님은 군대에 제대 후 시각장애 1급 전맹 판정을 받게 되셨습니다. 누구보다 건장하시고 강했던 이충안님은 갑작스러운 장애를 받아드리는 것에 큰 어려움이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장애에 대해서도 조금씩 받아드리게 되었고 흰 지팡이를 이용하여 독립보행이 가능하게 되면서 서서히 사회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복지관에서 텐덤바이크라는 프로그램이 운영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신청하게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전혀 앞을 볼 수 없었던 이충안님은 본인이 자전거를 탈 수 있겠냐며 기대감 반, 불안함 반으로 처음 교실에 참여하셨지만, 제가 복지관에 입사하였을 때는 이미 가장 오랫동안 참여하여 텐덤바이크 베테랑 이용자로 불렀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당시 ‘어디 달리고 싶으신 곳 있으시냐.’는 물음에 서울에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웬만한 곳은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라며 어디든 괜찮다고 웃으며 말씀하시던 모습이 생각이 나곤 합니다.

시각장애인분들이 탑승하고 가이드와 함께 호흡을 맞춰 페달을 굴렸던 텐덤바이크는 자전거를 타고 즐기는 단순한 신체활동이 아니었습니다. 봄이 되면 벚꽃길이 만들어지는 안양천, 자전거 도로를 달리며 상쾌한 바람을 맞을 수 있는 한강, 유채꽃이 활짝 핀 구리한강시민공원과 지금은 폐역이 되었지만 옛 추억을 사진으로 간직하고 있는 능내역(팔당자전거도로) 등 혼자서는 쉽게 가지 못하는 곳을 텐덤바이크라는 장비를 이용하여 가고 즐길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텐덤바이크를 체육활동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도구로 생각하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동의 제한이 있는 시각장애인에게 신체적 건강함을 넘어 여가 생활과 추억까지 함께 공유 할 수 있게 해주는 또 하나의 보조기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흔히들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조기기를 떠올린다면 흰 지팡이, 독서확대기, 점자시계 등이 떠올리시겠지만 시각장애인의 체육활동과 여가생활을 위해 두발이 되어주는 텐덤바이크 역시 보조기기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글을 작성하면서 장애인을 마주하기 전 장애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듯 보조기기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스스로도 돌이켜보게 되었습니다.

짧지만 저의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보조기기의 폭을 넓히고 장애인들에게 보조기기가 어떠한 역할을 해주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자전거를 타실 줄 아는 정안인이라면 주말 오전 시각장애인분들의 가이드가 되어 함께 아름다운 동행에 동참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감사합니다.

[국립재활원 중앙보조기기센터 공식 홈페이지 참고 : http://www.knat.go.kr]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