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송파구의회 비례대표 1번으로 확정된 이정인씨. <사진출처 이정인후보 홈페이지>

“비례대표 자리는 저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작게는 제가 활동해 온 장애인부모모임, 크게는 송파구에 있는 전체 장애인을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 솔직히 기쁘면서도 두렵다.”

열린우리당 송파구의회 비례대표 1번으로 확정된 12살 난 자폐아를 자녀로 둔 이정인(43·여)씨의 소감이다. 이씨가 열린우리당에 입당한지는 이제 겨우 2달, 비례대표 1번을 얻기까지의 경선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다.

이씨는 지난 2일 송파구민회관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송파구의회 비례대표 후보 순위 확정 경선에서 송파구 여성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해온 이성자 후보와 겨뤄 비례대표 1번으로 확정됐다. 유효투표수 115표 중 51%에 해당하는 59표로, 이성자 후보보다 겨우 3표를 더 얻었을 뿐이다.

3표차로 1번 확정…“장애인문제의 절박함 때문”

이씨는 경험이 많은 상대 후보보다 많은 표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무엇보다 장애인부모인 당사자가 이야기하는 장애인문제의 절박함이 크게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표차로 1번에 확정됐지만 비례대표 의원은 지역구 의원으로 출마해 당선되는 것과 다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씨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사학을 전공한 후 결혼을 하고 아이 둘을 낳았다. 그러다 둘째아이가 병원에서 자폐아 판정을 받게 되면서 우리나라 장애인 현실을 몸소 느끼기 시작했다.

“10년 전에 병원에서 둘째 아이의 자폐아 진단을 받았는데 자폐가 뭔지 몰라 몇 개월 동안 책을 뒤져 공부했다. 장애에 대한 인식이 부재한 상황에서 하나씩 알아가며 아이를 학교에 보고 키웠지만 점점 사회에 두꺼운 벽이 있다는 것이 느꼈다. 주변에서 장애아를 키우는 다른 부모들을 만나게 됐지만 혼자 힘들어 울거나 포기하는 경우를 보면서 그 벽이 개개인이 깨기에는 너무 두껍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씨는 2003년에 송파구참통합교육희망부모모임을 결성하고 장애인부모 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씨는 “지금은 내가 아이 옆에 있지만 내가 죽은 후 이 아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가장 큰 문제다. 내가 죽기 전에 아이가 부모가 죽은 후에도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가시적인 대책을 부모모임 활동을 통해 만들어 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투표]장애인단체 성과계약제 도입,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서울장애인인권부모회 임시총회 모습. 이정인씨는 부모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출처 cafe.daum.net/differentable>

이씨는 현재 송파구참통합교육희망부모모임에서 발전된 서울장애인인권부모회의 회장을 맡고 있으며, 성년후견제추진연대 공동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송파장애인복지발전협의회 활동도 시작했다. 송파구장애인복지발전협의회는 송파구 내 자립생활센터, 복지관 등 10여개의 장애인 관련 단체들의 협의체다.

송파구장애인복지발전협의회는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를 ‘제2회 송파인권주간’으로 지정해 장애인권 세미나, 걷기대회, 문화마당 등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5·31지방선거를 겨냥해 ‘우리의 참여로 우리의 정책을 만들자’라는 주제로 장애인당사자의 의견을 지역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활동들을 진행했다.

“장애인의 의견이 구 정책에 투영되도록 노력”

이씨는 “송파구에서 부모회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 활동만으로 내 아이의 문제, 장애인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송파구장애인복지발전협의회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구 의원에 당선되면 어떤 활동을 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이씨는 “그동안 지역에서 장애인 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는 장애인당사자나 관련자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며 “송파장애인복지발전협의회를 바탕으로 지역 내에 있는 장애인당사자, 관계단체 종사자 등과 함께 송파지역 장애인권협의체를 구성해 장애인의 의견이 구 정책에 직접 투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지역 전 주민이 장애인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장애인권주간을 조례로 제정하려는 계획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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