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기획홍보부 엄지원씨가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의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국회 앞 1인시위 첫 주자로 나서 1인시위를 펼치고 있다. <에이블뉴스>

“그동안 장애인관련 입법을 할 때 선언적 조항들이 많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장애인차별금지법에는 선언적 조항이 아니라 구체적인 조항들이 들어가 실질적으로 장애인의 차별을 금지해야한다. 그 일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의 1인 시위 첫 주자로 나선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기획홍보부 엄지원(30·뇌병변 2급)씨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대한 바람을 이렇게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엄씨는 26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총 2시간 동안 국회 정문 앞에서 ‘장애인의 장애인에 의한 장애인을 위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라는 구호를 적은 피켓을 목에 걸고 1인 시위를 벌였다.

올 8월 연세대 사회복지과 대학원을 졸업하는 엄씨는 3주전부터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기획홍보부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처음 시작하는 홍보 일을 배우기 위해 매주 토요일 장애인방송아카데미를 수강하고 있기도 하다.

휠체어와 목발을 이용하는 뇌병변 2급 장애인인 엄씨는 그 자신 또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온 당사자이기도 하다. 특수학교나 특수학급에서 공부한 경험이 없다는 엄씨는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대학에서 차별을 많이 겪었다”고 밝혔다.

“강의실이 3층에 있고, 편의시설은 전혀 없는데 장애학생에게 수업에 들어오라고 하는 것은 차별이죠. 학교에 편의시설을 요구하니 담당자들이 소수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다수에게 피해가 간다는 식으로 답변하는데 어이가 없었어요. 똑같은 등록금 내고 다니는 건데….”

엄씨는 또한 “예상되는 차별 때문에 진로를 변경해야했다”고 털어놓았다. 연세대 94학번으로 경영학과에 입학한 엄씨는 96년부터 복수전공으로 사회복지학도 같이 공부했다. 엄씨는 “경영학을 잘 공부해서 그쪽에서 일을 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취업 과정에서 뻔히 받을 차별과 불이익을 생각해보니 다른 길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엄씨는 자신과 같은 장애인들이 받고 있는 차별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장애인차별금지법은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계속되는 장애인의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마스터플랜이 되어야 한다”고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위상에 대해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국회의원들에 다음과 같은 당부도 잊지 않았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만을 위한 법이 아니다. 특정집단의 문제가 아니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우리 사회에서 존재하고 있는 차별의 대표적인 것이다. 장애인차별 속에는 다른 사회적 차별이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것은 이 사회에서 존재하고 있는 차별의 고리를 끊는 시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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