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여성문화공동체 끼판 박하연 운영위원. <에이블뉴스>

서울여성재단의 여성단체 인큐베이팅 사업으로 서울여성플라자에 새 둥지를 틀게 된 장애여성문화공동체 ‘끼판’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장애여성문화공동체 끼판은 지난 2000년부터 사무실을 갖지 못한 채 장애여성문화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오다가 올해 서울여성재단이 여성단체 인큐베이팅 사업의 일환으로 사무실을 마련해주어 더욱 탄탄한 활동의 기반을 갖게 되었다.

지난 15일 '영상워크숍'으로 장애여성의 자기표현의 문을 연 장애여성문화공동체 끼판. 대학원에서 여성학을 전공하고 군포여성민우회 가족과 성 상담소에서 교육·연구부장을 맡으면서 동시에 끼판의 영상워크숍을 담당하는 박하연(33) 운영위원을 만나보았다.

영상워크숍을 이끌게 된 계기는?

"장애여성들을 다루는 영화들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오아시스'를 계기로 장애여성의 삶에 대한 관심이 예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장애여성에 대한 비판이 많아지면서 이제 우리가 원하는 장애여성의 모습, 왜곡되지 않은 진정한 의식을 보여주는 영화를 보고 싶다는 욕구가 많이 작용하는 것 같다.

장애여성이라는 것에 대한 정체성은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복합적이다. 여성이면서 여성으로 환원되지 않는 갈등과 혼란은 단순한 '이중차별'이라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들이 너무 많다. 그 동안 장애인을 다룬 영화들을 보면 대부분 장애로 인한 천재성이나 예술성만을 부각시키고 우상화했지만 긍정적인 시각과 미화시키는 것은 분명 다르다. 우리는 조금 더 진정한 내면의 의식과 정체성을 드러낸 영화들을 주체적으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것이다."

첫날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한 소감을 말하자면?

"생각보다 참가자가 많지 않았지만 장애여성이나 비장애여성이 그렇게 예민하게 자아에 대한 성찰을 하고 표현할 줄은 몰랐다. 여성민우회에서 활동 하면서 만난 여성들에게서 느꼈던 부분들도 겹쳐지는게 많았고 젊은 여성들이 타인과의 관계로 인해 갈등하고 혼란을 느낀다는 것은 공감이 많이 됐다.

타인과의 관계에 휘둘리고 의지대로 할 수 없는 것, 한 가지 기준이나 가치로 판단되는 것, 스스로를 고립시켜 가면서 그 자체에 죄책감을 갖는 것. 많은 여성들이 그런 고민들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됐다."

굳이 장애여성문화 운동을 하는 이유가 있다면?

"차별에 저항하거나 차별을 말하는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대부분 제도적인 대안을 요구하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런 방식은 여러가지 법률적, 제도적인 부분에 있어 많은 변화를 이뤘기 때문에 상당히 의미있는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하는 '문화'운동은 개인이 일상에서 겪는 차별과 억압들이 그냥 작고 소소한 것으로만 치부되어 버릴 개인들의 정서적인 차이와 공감을 중요한 핵심으로 삼고 있다. 드러내놓고 말하진 못하지만 그 작은 일상의 차별과 정서적 상처들이 장애여성의 삶을 얼마나 억누르고 있는지 표현하는 것이다. 그것이 문화에 깔려있는 차별이고 문화에 드리운 차별은 문화적인 방법으로 부딪혀나가야 하지 않겠나."

군포 여성민우회에서 하고 있는 일은?

"교육․연구 부분을 맡고 있다. 이것도 문화운동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영화를 이용한 성교육이나 월경 페스티벌 등을 계획하고 있는데 월경페스티벌 같은 경우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낯설어 하는 것 같더라.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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