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 큰스님. <사진출처:성철넷(http://www.songchol.net)>

어느 날 빈 병을 주우러 나가셨던 어머니가 골목길에서 후진하는 레미콘에 받혀서 팔을 하나 잃으셨다. 어머니도 장애인이 되신 것이다. 그동안 어머니가 그녀를 돌보아 주었으나 이제부터 그녀가 어머니를 돌봐 드려야 했다. 그녀는 집안에서는 기어다니거나 모서리를 잡고 겨우 발을 뗄 수 있을 정도인데 어머니 병 구완하느라 거의 밤잠을 설쳤다. 어느 날 아침 싱크대를 잡고 일어서려다가 넘어져 엉치뼈가 부러졌다. 또다시 그 지긋지긋한 병원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두달을 입원해 있다가 돌아오니 어머니가 안 계셨다. 어머니께서는 장애를 입고 사랑하는 딸도 보이지 않자 치매기가 있었고 며느리는 시어머니 모실 자신이 없다며 요양원으로 보내셨던 것이다. 다시 어머니를 모셔왔다. 오랫동안 막내 딸 때문에 애탐 하시던 어머니는 2001년 92살로 생을 마감하셨다.

이제 그녀에게는 아무도 없다. 국민기초생활 수급자로 혼자 살고 있다. 한 달에 한번 외출을 한다. 부산지체장애인단체협의회 봉사차량으로 병원에 가는 일이다. 루마티스, 골다공증, 콜레스테롤, 혈액순환장애 등 여러 가지 처방약을 받아 온다. 그리고 필요한 약이나 부식은 사다 주는 봉사자가 있다. 오랫동안 절에서 생활한 탓인지 그녀는 채식을 하는데 콩나물이나 푸성귀 등을 자신의 돈으로 사다 준단다.

어머니는 평소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베풀었고 사람들도 어머니를 잘 따랐다. 5년 전 어머니가 은행에서 만났다는 00학교 서무실의 박 모양이 여태까지 잔심부름을 도맡아 주고 있는데 내년에 박 양이 시집을 가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하고 있다.

외로움과 고독을 달래며 하루 종일 집안에서 책을 읽거나 TV를 보는데 일주일에 하루는 선생님이다. 예전에 어머니 친구였던 할머니 한 분이 정말 어렵게 한글 공부를 하러 오신 단다.

그녀는 혼자다. 생활하는 것 자체도 어려울 뿐더러 가슴은 더 막막하단다. 이렇게 살아 있는 것도 살려고 하는 집착이 아니겠느냐고 오히려 필자에게 되물었다.

"장애도 어차피 내가 짊어져야 할 짐이다. 길을 가노라면 산도 있고 물도 있고, 고난은 있게 마련이다. 살아있는 동안에 마음을 다스릴 수 있겠는가. 보살행을 할 수 있겠는가."

필자가 그녀의 화두를 들으며 인연이란 어디서 어떻게 만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 컴퓨터와 휠체어를 알아봐 줄 테니 그동안 배운 공부를 다른 사람을 위해 보시하기를 권유했다. 처음에는 필요 없다 하더니 며칠이 지나자 인연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다며 다시 시작해 보겠단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기므로 저것이 생긴다.

이것이 없으므로 저것이 없고

이것이 죽으므로 저것이 죽는다.

일체 만물은 서로서로 의지하여 살고 있어서, 하나도 서로 관련되지 않은 것이 없다는 이 깊은 진리는 부처님께서 크게 외치는 연기(緣起)의 법칙이니 만물은 원래부터 한 뿌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이쪽을 해치면 저쪽은 따라서 손해를 보고, 저쪽을 도우면 이쪽도 따라서 이익을 받습니다.

남을 해치면 내가 죽고, 남을 도우면 내가 사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러한 우주의 근본진리를 알면 해치려고 해도 해칠 수가 없습니다.

이 진리를 모르고 자기만 살겠다고 남을 해치며 날뛰는 무리들이여!

참으로 내가 살고 싶거든 남을 도웁시다. 내가 사는 길은 오직 남을 돕는 것밖에 없습니다.

-성철스님의 법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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