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이 이 땅에 들어온 지 220여년의 역사 속에 내달 6일 오후 2시 대축제가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 열린다. 한국 가톨릭 역사상 처음으로 청각장애를 가진 박민서 부제가 서울대교구 정진석 추기경으로부터 사제서품을 받는 것.
청각·언어장애인 사제 탄생은 한국은 물론 아시아에서도 처음이다. 전 세계에서도 미국·영국·뉴질랜드·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14명에 불과하다.
박 부제는 만 두 살 때인 1970년 홍역을 앓았고, 치료 과정에서 약물 부작용으로 항생제 과다 투여로 인해 청력을 잃었다. 박 부제의 삶은 좌절과 아픔, 고통의 연속이었다. 청각장애를 가졌다고 많은 손가락질과 따돌림을 받았다. 심지어 학교에서도 입학 거절을 당했다.
박 부제의 삶은 서울 번동천주교회 정순호 신부를 만나면서 변화했다. 정 신부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사제(신부) 수업을 받기 위해서 유학길에 올랐고, 신학석사 학위를 받고선 유학 10년 만에 금의환향해 서울가톨릭대학교에서 공부를 계속했다.
드디어 2006년도에 부제품을 받았고, 이번에 사제서품까지 받게 됐다. 박 부제는 신부가 되면 청각장애인 권익을 위한 활동을 벌일 작정이다.
박 부제는 "부제가 된 다음날 참석한 첫 전례가 아버지의 장례미사였다"면서 “큰 슬픔도 있었지만 그러나 아버지 같은 정순호 신부님이 계신다”고 말했다. 박 부제는 “한평생 소외된 사람, 버림받은 사람, 무시당하는 사람들을 위해 살겠다”고 덧붙였다.
여기 잘 알려지지 않은 또 하나의 소식이 있다.
또 한 명의 장애인이 박 부제에 이어 부제품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사제서품식이 열리기 바로 전날인 5일 오후 2시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박성구 신부가 세운 작은예수회수도회의 봉화형(요셉) 수사가 부제품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봉 수사는 손목이 절단된 장애인으로 해외에서 신학공부를 하고 지금은 서울 혜화동 가톨릭신학대학에서 신학공부를 하면서 부제품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아직은 정진석 추기경의 결정은 나지 않았지만 올해 부제품을 받고 내년에는 사제품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많은 신자들이 기도하고 있다.
현재 가톨릭의 변화된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큰 박수를 보내고 있다.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