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고주석씨.

"앞으로도 작품활동에 제 남은 정열을 다 바칠 계획입니다. 작품으로 생긴 이익금은 불우한 이웃과 장애인을 위해 사용할 것입니다. 제 그림이 어려운 장애를 가진 이웃들에게 삶의 희망을 준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작품을 앞에 두고 마지막 손질에 정성을 기울이고 있는 한국화가 고주석(60)씨를 그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작업실 사방에 가득 걸린 한국화외에 한쪽 벽면을 빼곡히 장식한 수상사진과 전시회액자들이 그의 이력을 말해주고 있는 듯 하다.

제9회 대한민국 종합미술대전에서 특선, 제3회동아문화서화작가협회 대상전에서 특선, mbc신춘휘호대전에서 입선하는등 그의 수상경력은 화려하다. 고 화백의 수상경력만큼 화려한 것은 불우이웃돕기나 장애인 돕기위한 기금마련에 쾌척한 560여 작품이 그것이다.

"한 작품 한 작품 온 심혈을 바쳐 완성한 작품들이지만 이 작품들로 인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조금의 도움이라도 된다고 생각하면 힘든 줄 모르고 붓질을 멈추지 않은 거죠. 이 불편한 몸에 제 한 몸 잘 살자고 작품활동을 했다면 그 정도의 다작은 탄생되지 못했을 거에요."

고 화백이 본격적인 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한 지난 1989년.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길가에 세워진 경운기와 충돌하여 우측다리가 크게 다쳐 장애를 입었다. 극한 상황에서도 자신이 평소 좌우명과도 같이 자주 되뇌였던 한마디가 뇌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운명을 아는 자는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자기를 아는자는 남을 원망하지 않는다."

젊은 시절 배워온 운명철학 때문인지 오히려 담담해져 인생을 새롭게 시작하는 기회로 삼게 되었다는 고 화백. 오랜 병상생활에서 그는 자신의 아호를 따 '대암화실' 을 개설하고 한국화를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소나무밑에 웅비하는 호랑이, 백설들판에 뛰노는 사슴무리, 화사한 겨레의 꽃 무궁화, 여의주를 물고 비상하는 용 등 많은 작품들이 그의 손끝에 의해 탄생되었던 것이다.

장수에서 태어난 고 화백은 어린시절부터 한학과 사군자를 틈틈히 그리며 동양화에 눈을 떴다. 동양화에 관심을 갖게 된 뒤부터 우연히 동양철학에 매료되어 운명철학에도 조예가 깊어졌다. 이곳 저곳 산세를 보고 다니면서 풍수지리에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자개기술 또한 뛰어나 한 때는 '송죽자개공예사'를 경영하기도 했다. 틈틈히 배운 기타실력도 수준급이어서 노인당이나 고아원등 위문을 가게되면 인기 또한 젊은 사람 못지 않다. 글솜씨 또한 뛰어나서 한국장애인협회에서 주관한 생활수기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런 그의 숨은 재능이외에 고 화백이 주위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은 고통을 희망으로 바꾼 불굴의 의지때문이 아닐까.

"미천하지만 저의 운명은 힘없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는가 봅니다. 지난 세월 숱한 고통과 번민의 세월을 보냈고 돈도 한때 많이 벌었던적도 있지만 지금 이렇게 불우한 이웃을 위해 도울 수 있는 힘이 남아 있다는 것이 가장 행복합니다."

교통사고로 인한 골절상으로 만성골수염까지 10년동안 무려 7번이나 재수술하는 아픔과 고통속에도 좌절하지 않고 우리 지역 중견 동양화가로 우뚝선 고 화백. "어려운 이웃을 위해 한점 빛이 되는 그림이 되길 소망한다"는 그의 마지막 바램이 오늘 가슴 뭉클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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