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소망이 세상과 그만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던 장애인이동권연대 이규식 투쟁국장.<에이블뉴스>

"이제는 정말 싸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또 이렇게 싸우게 됐다."

지난 12월 31일 에이블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새해 소망에 대해 "세상과 그만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던 장애인 이동권 쟁취를 위한 연대회의 이규식(35·뇌병변1급) 투쟁국장이 다시 세상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지난 27일 국가인권위원회 건물에서 농성중인 글리벡 공대위 회의에 참석한 후 귀가하기 위해 시청역 6번 출구로 갔으나 고정형·이동형 리프트가 모두 고장나 1시간 이상 추위에 떨어야 했던 그는 "왜 내가 여기서 떨어야 하나"라고 자조했다.

"리프트가 고장나 고생을 한 적이 셀 수도 없이 많다. 이것은 결코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많은 장애인들이 나와 같이 고장난 리프트때문에 시간을 허비하고 추위와 떨고 있다."

사실 고정형 장애인용 휠체어 리프트의 잦은 고장은 예전부터 장애인계가 지속적으로 제기했던 고질적인 문제다. 지난해 발산역 장애인리프트 추락참사의 고 윤재봉씨 또한 고장난 리프트 때문에 다른 리프트를 이용하다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그 당시 발산역내 리프트 4대는 1월부터 5월까지 33차례나 고장을 일으켰던 것이 밝혀졌다. 이 국장은 이제 이러한 현실에 대해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고 울분했다.

사실 이 국장은 리프트와 관련해 기억하기 싫은 또 다른 기억을 갖고 있다. 지난 99년 6월 28일 지하철 4호선 혜화역 고정형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하던 이 국장은 리프트에서 그만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다. 이와 관련해 끈질긴 싸움끝에 법원으로부터 500만원 배상이라는 판결을 받았지만 결코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이후 혜화역에는 장애인용 승강기 두대가 설치되는 등 변화가 있었다. 이번 싸움을 통해 이 투쟁국장은 세상의 또 다른 변화가 오기를 갈망한다. 이에 그의 각오는 투철하다.

"시청역장으로부터 공개사과와 손해배상을 받지 않는한 여기서 절대 나가지 않고 농서을 계속 하겠다. 이건 나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다. 이번에 선례를 만들어 모든 장애인들이 자유롭게 지하철역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

이 국장은 현재 피노키오자립생활센터 조직국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자립생활을 실천하기위해 현재 서울시 성북구 안암동의 7평짜리 집에서 동료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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