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의 Access Living센터에서 'Nothing About Us Without Us' 책 저자인 James I. Charlton과 함께.

노들장애인야학 박경석 교장의 미국 자립생활 체험기

내 나이 42년 2개월 만에 처음으로 미국을 비행기타고 갔다. 미국의 자립생활운동(Independence Living Movement)에 대하여 배우기 위해 자립생활센터, 자립생활연구소,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미국정부기관을 들러보았다. 사회복지사협회에서 미국연수를 보내주어 각 기관에서 종사하는 6명의 동료들과 함께 미국이라는 나라를 휠체어로 밟아보았다.

[세상이야기]'박경석의 공간이동'

한국에서의 미국이라는 나라는 누구에게나 '장애인들의 천국'이라고 불리우고 그렇게 세뇌되어 있다. 무엇을 하든지 간에 항상 미국과 비교하여 말한다. 그리고 미국의 기준은 마치 절대적인 선의 기준인 냥 들어왔었고 선전되었다. 그러한 미국을 난생 처음으로 갔다.

'형, 미국에는 무엇 때문에 가나요?'라는 질문을 뒤로하고, 15일 동안 덴버, 로렌스, 시카고, 워싱턴, 휴스톤으로 돌아다녔다. 차로 10시간이상 달려도 지평선만 바라보이는 지겨움은 땅덩어리가 넓은 미국을 피부로 느끼기에 충분하였다.

미국에서 전투적인 장애인이동권 투쟁으로 유명한 ADAPT(American Disabled for Attendant Programs Today : 예전에는 American Disabled for Accessible Public Transit의 약자였음)와 미국에서 10대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들어있는 PARAQUAD, ACCESS LIVING 그리고 RTCIL, ILRU와 같은 대학 내의 자립생활연구소를 견학하였다. 또한 RSA와 같은 정부기관을 들렀다.

▲미국 장애인이동권 투쟁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덴버에 위치한 ADAPT 사무실 벽면의 사진:미국의 버스타기 투쟁.
처음에는 미국에서 살아가는 장애인들에 대한 막연한 생각들, 그들의 삶은 한국의 장애인들보다 훨씬 행복할 것이라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짧지만 미국연수를 통해 배울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은 한국보다 법제도적인 측면에서 진일보하고, 물질적인 측면에서 풍요하고, 인식의 측면에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덜한 사회임에는 분명했다. 또한 미국에서 60년대에 시작된 장애인자립생활운동이 강력했고 진일보한 운동이라는 것을 현재 미국 내 320여개의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활동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Nothing About Us Without Us(우리를 제외하고서 우리에 대한 것은 없다)'는 시카고의 ACCEESS LIVING센터에서 시카고대학에 '장애학' 강의 나가는 책 저자인 James I. Charlton으로부터 한국의 장애인이동권투쟁 비디오를 감명 받았다고 선물로 받은 책제목이다. 이 단어가 장애인자립생활운동을 이해하는데 있어 장애인당사자주의를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 장애인의 삶과 운명을 결정하는데 있어 장애인을 배제하고 결정된 것은 장애인을 또다시 대상화시켜버린 아무 의미 없다는 것이다. 여성의 문제에서 여성이 배제된 것과 같은 것과 같은 이치이다.

미국에서의 수많은 자립생활센터가 너무나 기본적인 'Nothing About Us Without Us'의 장애인당사자 원칙에 기초하여 장애인자립생활운동을 해나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과 운동' 사이에서 서로 다른 입장들이 존재하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센터가 대인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립생활서비스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는가 아니면 Ed. Robert(미국의 자립생활의 아버지라 불리움)가 첫째도 'Advocacy', 둘째도 'Advocacy', 셋째도 'Advocacy' 외쳤듯이, 즉 인권을 테마로 운동을 중심으로 센터를 운영하는가에 따라 차이를 발견하였다. 그 차이는 '보수와 진보'의 차이처럼 서로 다른 센터의 성격을 보여주었다. 또한 그 성격의 차이에 따라서 신자유주의를 절대적으로 추종하는 자립생활센터가 있듯이, 자립생활운동이 반세계화운동과 함께 가는 운동이라 주장하는 자립생활센터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 장애인이동권 투쟁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덴버에 위치한 ADAPT 사무실 벽면의 사진:경찰에 끌려가는 장애인.
이러한 현상은 자립생활운동이 장애운동에서 진일보한 운동임에도 불구하고 자립생활운동의 철학이 가지는 심각한 모순에서 나타나는 것이라 생각되었다. 장애인의 당사자주의와 자기결정권을 지향하려 하면서도, 장애인들이 시장에서 평등한 대우를 받을 소비자로서의 권리라는 맥락으로 장애에 대한 논쟁을 국한시킴으로써 자유시장 이데올로기의 토대를 내재화하고 있는 운동으로 종속되느냐, 극복하느냐는 갈등에서 기인하고 있었다.

미국에는 거리마다 God Bless America! 글씨가 넘쳐나고 겉으로 보기에는 좀더 인권의 측면에서 사람대접 받는 것처럼 보였다. 또한 1960년대부터 장애인자립생활운동을 시작하여 현재 전국에 수많은 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존재하고, 1990년에는 모든 삶의 영역에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미국장애인의 자존심의 상징처럼 ADA(Americans with Disablilities Act)를 제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장애인들은 장애인의 70%이상 실업자로 살아가고 있었으며, 대다수의 장애인들이 최소한의 수당으로 간신히 생존하면서 미국 내 최하층을 형성하고 있었다. 세계장애인들이 저마다 추종하는 화려한 ADA의 제도적 뒷받침과 왕성한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운영의 뒷모습에 가려진 미국장애인의 이러한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형! 미국에는 무엇 때문에 가나요?'라는 질문에 여전히 대답할 수 없는 숙제를 가슴에 안고 20시간 가까이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치장된 '장애인의 천국'인 미국보다 아직도 더 할 일이 많은 한국에서 그 답답함을 잘 풀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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