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체험을 하며 눈물을 터트리고 있는 박진희씨. <에이블뉴스>

"나하고 가장 가까운 가족들이 나를 부끄러워하고 거부한다는 사실에 굉장히 비참하고 억울하고 수치감이 느껴졌어요. 장애여성들이 그러한 상처를 극복하고 살아왔다는 것을 깨닫게 돼서…."

지난 4월 19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장애여성의 날 행사의 한 프로그램인 장애체험을 하다가 박진희(32·사회당원)씨는 그만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이때 박씨는 언어장애와 지체장애를 갖고 있고 휠체어에서 생활하는 여성장애인으로 가족에게조차 거부를 당하는 체험극을 하던 중이었다.

장애여성공감에서 마련한 이 체험극에서 박씨는 집안의 천덕꾸러기로 모든 우선순위에서 비장애인 오빠에게 밀렸으며 어머니조차 오빠를 두둔하고 나섰다. 자신의 의사 표현은 절대 해서는 안되며 설령 의사표시를 하더라도 모든 것을 오빠를 위해 참아야했다. 장애여성들이 이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바로 그 모습이었다.

"너무 억울하고 슬프고 화가 났어요. 저 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그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면 똑같은 기분을 느끼게 됐을 거예요."

집안이나 가까운 친척 중에 장애인이 한 명도 없었다는 박씨는 그동안 장애인 이동권 확보 투쟁에 그동안 동참해오면서 장애인들과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장애인들과 쉽게 가까워질 수 없었다. 박씨는 "장애인이동권 투쟁에 동참하면서 장애인들을 만나면 내가 비장애인이라는 것이 괜히 미안해지고 나의 행동들이 상대방에게 어떤 느낌이 줄까 부담스러웠어요"라고 말했다.

약 20분간 진행된 체험이었지만 이제 박씨는 장애인들의 고통에 대해 어느 정도 알 수 있게 됐다. '정상과 비정상의 방'을 경험한 박씨는 "저한테 익숙한 것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얘기하고, 저한테 익숙한 것을 비정상이라고 말을 하고 강요하니 불편했어요. 정상이니 비정상이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됐죠"라고 말했다. 특히 박씨는 "상상하는 것보다 몸이 훨씬 더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이제 우리가 어떤 것과 싸워야하는지 분명하게 느끼게 됐다"고 강조했다.

▲ 정상과 비정상의 방에서 체험을 하고 있는 박진희씨. <에이블뉴스>
이날 장애체험을 한 참가자들 모두는 체험이후의 느낌을 장애여성공감측에서 미리 준비한 천 조각에 글이나 그림으로 남겼다. 이 천 조각들은 모두 합해져 하나의 작품이 됐다. 박씨는 작은 천 조각에 이렇게 적었다.

"저한테 익숙하고 당연한 것들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너무 불편하고 슬픈 세상인 것을 잠시 동안이지만 잘 알게 됐습니다. 쉽게 나누는 정상 비정상이라는 말들이 누군가의 삶을 괴롭히는 것이라면 그런 것들을 이제는 다 버려야한다는 걸 다시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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