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병변 장애아 김보현 양의 어머니 김영수씨가 25일 기획예산처 앞에서 열린 통합교육기반마련 시위에서 사례 발표를 하며 절규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엄마들끼리 모이면 아이 하나에 어느 나라는 6명이 붙는다고 하더라, 어느 나라는 7명이 붙는다고 하더라는 이야기들을 해요. 그런데 저는 이민가기 싫거든요. 그럴 여력도 안 되고요. 우리나라에서 아이 키우며 당당하게 잘 살고 싶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삼각산초등학교 3학년에 다니는 김보현(10·여·뇌병변 2급) 학생의 어머니 김영수(39·여·한국뇌성마비부모회 회원)씨의 하소연이다. 25일 기획예산처 앞에서 열린 ‘2004 통합교육 기반마련 위한 장애아동교육지원예산 전액 삭감 규탄 결의대회’에 참석해 사례 발표를 한 김씨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기세였다.

“이 나라에서 아이 키우며 당당하게 살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을 가진 김씨. 그는 장애아들의 부모들 사이에서 돌아다니는 선진국들의 장애아동 지원에 관한 소문을 꺼내놓으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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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들은 언어치료사, 물리치료사, 이동보조원 등 한 아이에 붙는 교사만 해도 6~7명은 된다고 해요. 진짜 주위에서 이민을 권유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안 되니까 외국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요? 통합교육 보조교사 제도 하나 도입을 못 해주는 나라가 정말 OECD에 가입한 나라가 맞나요?”

통합교육 보조교사 제도. 지난해 김씨는 통합교육시민연대에 속해 서명운동을 벌이고, 정부에 청원서를 제출하고, 공청회를 개최하며 “‘이제 내 팔자가 피려나보다. 이제 우리나라도 통합교육 보조교사 제도가 실현이 되는 구나’라는 희망을 가졌다”고 한다. 바로 얼마 전까지도 그랬다. 교육부 예산요구안에 관련 예산이 포함됐을 때까지는 말이다.

“기획예산처가 이렇게 통합교육예산을 전액 삭감시킬 줄은 몰랐어요. 정말 맥이 빠지네요. ‘결국 안 되는구나, 역시나 그렇구나’라는 생각이 들고, 허탈해지네요. 그런데 저는 더 이상 할 수가 없거든요. 보현이가 이제 몸무게가 25kg이 넘어가니까 제가 체력이 달려서 혼자서 아이를 돌보는 것도 힘들어요. 그리고 보현이도 제가 학교에 오는 것을 원치 않아요. 아이들한테 놀림거리가 되니까요. ‘너는 다 컸는데 엄마가 다 해 주네’라는 말이 얼마나 상처가 되겠어요.”

뇌병변 장애 2급를 가진 보현이는 걸을 수 없어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김씨는 “아이를 통학시키는 것은 기본이고, 하루에 2시간에 한번 꼴로 학교에 찾아가야한다”고 말했다. 교실에서 과학실로 옮겨갈 때, 용변 볼 때, 체육시간 때, 야외수업을 할 때 등 김씨가 없으면 보현이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집안일은 신경 쓸 겨를이 없다. 김씨는 “우리는 정말로 밥도 제대로 못해먹고 살아요”라고 또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 사례 발표를 하는 김영수 어머니 뒤로 전경들이 줄지어 기획예산처 정문을 지키고 있다. <에이블뉴스>
“그나마 보현이는 지금까지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 다행인데, 다른 엄마들은 장애아 교육에 대해 전혀 배우지 못한 일반학교 선생님 때문에 더 힘들어해요. 선생님 기분에 따라서 아이를 데리고 집에 가야하는 엄마가 한둘이 아니에요. 통합교육 보조교사 제도가 생겨나면 그 분들이 부모들과 교사들 사이의 중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김씨는 통합교육 보조교사제가 필요한 이유를 쉴 새 없이 쏟아놓았다. 다른 부모들 사이에서 구호를 외치며 한 주먹을 허공으로 높이 쳐드는 그의 모습에선 마치 ‘투사’의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했다.

“더 이상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부모들끼리 모여서 신세한탄을 하고 나면 가슴만 허탈해질 뿐이죠. 저는 직접 서명운동을 하고, 1인 시위를 하면서 절실함이 더욱 커진 것 같아요. 엄마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행동으로 보여준다는 것이 보현이 보기에도 자랑스럽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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