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로 인해 오른손 3, 4지가 절단된 김미선씨는 산재보상과정을 통해 자신이 겪은 차별사례를 힘겹게 수화로 발표하며 눈물을 흘렸다. <에이블뉴스>

“사고 이후 장애를 입은 손으로 대화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남 앞에 나서는 것이 두렵습니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까페에서 열린 ‘수화언어 정책반영 대정부 요청문 발표 및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진정을 위한 기자회견’에서 산업재해로 인해 손에 장애를 입은 김미선(여·청각장애 2급·광주)씨는 산재보상과정에서 겪은 차별사례를 발표하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청각장애 2급인 김미선씨는 직장근무 중인 지난 2002년 9월 프레스 기계에 오른쪽 손 전체가 눌리며 우측 손가락 3,4지가 절단됐다. 이 후 병원으로부터 장애 진단서를 발급받아 지난해 9월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했으나 보편적인 산재보상만을 받았다. 이에 대해 김미선씨는 1차 근로복지공단의 심사에 불복, 외적인 장애의 보상이 아닌 손을 사용해 대화해야 하는 청각·언어장애인의 특수성을 고려해 이에 상응하는 보상을 요구했으나 기각됐다.

김 씨는 불복 이유와 관련 “청각·언어 장애인들에게 있어서 손은 언어를 표현하는 입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노동적인 기능만을 따지고 외적인 장애판단만으로 보상을 할 수가 있나”며 “특히 오른손을 위주로 하는 수화에서는 손가락 하나하나를 이용해 지문자나 지숫자를 표현하는 등 오른손의 기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씨는 “지난해 9월 근로복지공단에 가서 장애심사를 받는 과정에서 심사 담당자에게 청각․언어장애인은 손을 사용해 대화해야 하므로 비장애인이 손을 다친 것과는 의미가 다르다고 충분히 설명했지만 담당자는 ‘수화하는데 꼭 두 손이 필요한가’라고만 물어볼 뿐 그 외 다른 질문은 없었다”고 토로했다.

특히 김씨는 “오늘 한국농아인협회를 통해 이 문제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출하고자 한다”며 “이로 인해 수화를 언어로 사용하는 청각장애인들이 산재보상과정에서 부당한 처리가 되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사례발표가 진행되는 동안 기자회견장 곳곳에서는 김씨의 안타까운 사연에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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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한국농아인협회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시행령에서 일반인이 산재를 입어 언어기능이나 음식물을 삼키는 기능을 상실했을 경우는 장해등급이 1급으로, 언어기능을 상실했을 경우는 3급으로 판정되는 데 비해 김미선씨의 경우는 수화라는 언어를 구사하는 오른손 3, 4지를 상실했는데도 불구하고 장해등급 10급 7호밖에 받지 못했다”며 손의 기능이 아닌 해부학을 근거로 하고 있는 현행법률에 의한 장해판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여기에 한국농아인협회 이정자 사무처장은 “점자를 통해 의사를 전달하는 시각장애인에게 오른쪽 엄지손가락은 청각장애인과 마찬가지로 단순히 손 이상의 기능을 하고 있다”며 “이에 시각장애인 여성회 등에서는 이들이 오른쪽 검지손가락을 잃게 될 경우도 특수성을 고려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김미선씨와 청각장애인인권센터 김기범 소장 등은 국가인권위원회를 방문,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진정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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