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2.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생기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 하셨느니라.

3. 공부하는데 마음에 장애 없기를 바라지 말라.

마음에 장애가 없으면 배우는 것이 넘치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장애 속에서 해탈을 얻으라」 하셨느니라.

4. 수행하는데 마(魔)가 없기를 바라지 말라.

수행하는데 마가 없으면 서원이 굳건해지지 못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모든 마군으로서 수행을 도와주는 벗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5. 일을 꾀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말라.

일이 쉽게 되면 뜻을 경솔한데 두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여러 겁을 겪어서 일을 성취하라」 하셨느니라.

6. 친구를 사귀되 내가 이롭기를 바라지 말라.

내가 이롭고자 하면 의리를 상하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순결로써 사귐을 길게 하라」 하셨느니라.

7.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주기를 바라지 말라.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주면 마음이 스스로 교만해지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내 뜻에 맞지 않는 사람들로서 원림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8. 공덕을 베풀려면 과보를 바라지 말라.

과보를 바라면 도모하는 뜻을 가지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덕을 베푸는 것을 헌신처럼 버리라」 하셨느니라.

9. 이익을 분에 넘치게 바라지 말라.

이익이 분에 넘치면 어리석은 마음이 생기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적은 이익으로서 부자가 되라」 하셨느니라.

10. 억울함을 당해서 밝히려고 하지 말라.

억울함을 밝히면 원망하는 마음을 돕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억울함을 당하는 것으로 수행하는 문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이소현 씨. ⓒ이복남

이 글은 ‘보왕삼매론’이다. ‘보왕삼매론’은 중국 원나라 말기부터 명나라 초기에 걸쳐 중생을 크게 교화하였던 묘협스님의 저서인 ‘보왕삼매염불직지’ 총 22편 중 제17편 ‘십대애행’에 나오는 구절을 가려 뽑아 엮은 글이라고 한다. ‘십대애행’은 묘협스님이 삼매를 닦음에 있어 방해가 되는 열 가지 큰 장애를 여러 불경에 의지하여 정립해 놓은 것이다.

중생이 사바세계에 살아가면서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살아야 할 것인가를 표현한 옛 선사들의 교훈적 이야기이자 생활의 지혜이다. 이와 같이 막히는 것이 도리어 트이는 것이요, 트임을 구하는 것이 도리어 막히는 결과를 낳는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는 많은 장애 가운데서 보리도(菩提道)를 얻으셨다고 한다.

도를 배우는 사람이 역경을 이겨내지 못한다면 어떤 장애도 이겨낼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도를 깨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평범하게 살아가는 중생임에도 온갖 고난은 왜 내게만 닥치는 것일까. 나도 이제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자.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쉬우므로 옛 성인도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 하지 않았는가.

이소현(1980년생) 씨는 부산 영도에서 오빠가 있는 가정에서 연년생 동생으로 태어났다. 아버지의 고향은 경북 포항이라 어렸을 때는 포항 할아버지 집에 가끔 가기도 했단다.

“아버지는 국가유공자이신데, 구월만 되면 정신이 약간 이상해졌습니다.”

구월만 되면 아버지가 이상해지다니……. 그게 무슨 말일까.

어린시절. ⓒ이복남

아버지는 월남전 참전용사이신데, 아마도 월남전이 끝나갈 무렵의 구월에 엄청난 폭격이 있었고, 그 폭격 속에서 전우들이 죽어가는 것을 목격한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아버지는 평소에도 어머니와 그의 남매를 못살게 굴었지만 구월만 되면 아버지의 행패는 더욱 더 심해졌다. 술을 마시고 집기를 때려 부수고 어머니와 그의 남매를 때리고 못살게 굴었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아버지가 구월만 되면 전쟁에 대한 트라우마가 심해진다고 이해를 하지만 그렇다 해도 저는 그런 아버지가 너무너무 싫었습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싫다면서 같이 안 살면 안 될까.

“그래서 오빠는 대학생 때부터 집을 떠나 멀리 **대학교로 갔고 지금도 **에서 살고 있습니다. 저도 몇 번이나 시도를 해 보았지만 제가 집을 나가면 아빠가 엄마를 못살게 굴었습니다.”

엄마가 불쌍해서 하는 수없이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아버지가 월남에서 돌아와 어머니와 결혼을 하고 오빠를 낳고 그가 둘째인데, 어머니는 물론이고 그와 오빠에게도 아버지는 천추의 한이라고 했다.

이소현 씨는 영도에서 태어났으나 장전동으로 이사를 가서 장전국민학교를 다녔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무서웠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고 초등학교 다닐 때도 달리기를 잘 했습니다.”

학교에서 운동회를 할 때는 단거리는 물론이고 장거리도 항상 1등을 했고, 달리는 것이 좋아서 육상선수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달리기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었고 오로지 공부뿐이었다.

“아버지가 공부 공부 그러니까 점점 공부하기가 싫어져서 나중에는 아예 공부를 안 했습니다.”

미술학원에서. ⓒ이복남

아빠에 대한 반항은 공부를 안 하는 것이었기에, 학교에 가서도 그냥 멍하니 앉아만 있었고, 집에 와서도 공부를 하는 척 책상 앞에 책을 펼쳐놓고 앉아만 있었다.

“아버지는 술만 취하면 엄마하고 싸웠는데, 오빠도 저도 두 분의 싸움은 안 말리고 모른 체 했습니다.”

그의 목표는 학교에서 꼴찌를 하는 것이었는데 아무리 공부를 안 해도 웬일인지 꼴찌는 안 되었다.

“성적표를 받아 가면 공부 못했다고 때리는데, 아빠가 무작위로 아무 데나 때리는 스타일은 아니었습니다.”

아빠가 회초리를 들고 와서 “어디 맞을래?”라고 물으면 엉덩이나 손바닥을 맞았다. 아빠한테 얻어맞아도 반항도 못 하고 그냥 참고 견디며 울기만 했다. 그와 오빠가 아빠한테 맞을 때면 엄마도 아빠가 무서워서 말리지도 못했다. 말리면 더 때리니까.

그런 가운데서도 세월은 흘러 금정여중에 입학했다. 아빠가 두렵고 무서웠지만, 그래도 학교에서 달리기는 잘했다.

“전력 질주로 달리는 시간만큼은 내 세상이고 자유였습니다.”

중학교 때 육상 코치가 아버지를 만나러 왔다. 그를 육상선수로 키우고 싶다며 아버지에게 허락을 받으려고 했던 것이다.

“안 됩니다. 우리 소현이는 육상 같은 건 안 합니다. 공부를 해야 됩니다.”

아버지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코치 선생은 아쉬워했지만, 그는 육상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만 해도 아버지의 명을 거역한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고 아버지가 죽으라고 하면 죽어야 하는 줄만 알았다.

금정산 소풍. ⓒ이복남

어머니는 그가 철이 들면서부터 직장에 다니기 시작했다. 봉제공장 등 여러 곳을 다녔다. 돈을 벌어야 했던 것이다.

“엄마도 없고 아빠만 있는 집에 들어가기 싫었습니다.”

엄마가 그에게 탈출구를 마련해 주었다.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와 미술학원을 다녔고 나중에는 주산 부기 등 별별 학원을 다 다녔는데 학원가는 두 시간쯤이 저의 자유 시간이었습니다.”

학원에서 무엇을 배우는가는 조금도 중요하지 않았다. 항상 학원은 두 군데쯤 다녔는데 그 두 시간이 학교를 마치고 유일하게 놀 수 있는 공인된 시간이었고, 아빠로부터 벗어나는 시간이었다.

“아빠가 공부하라고 하니까 더 하기 싫었고, 이래도 맞고 저래도 맞고 이왕 맞는 거 꼴찌가 목표였는데 그래도 꼴찌는 안 됩디다.”

중학교 때에도 하나도 공부를 안 해도 꼴찌는 아니었지만, 고등학교를 갈 데가 없었다.

아버지는 딸과 아들이 공부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는 왜 몰랐을까.

“아빠는 자신이 못한 공부의 한을 자식들에게는 풀려고 한 모양이지만 저는 아빠의 그런 한을 풀어주기는 싫었습니다.”

**상고를 갔다. 그의 성적으로는 **상고 밖에 갈 곳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자식이 어떻게 사는지도 모른 체 오로지 공부 공부 공부밖에 몰랐다.

“**상고에서 첫 시험을 치렀는데 어쩌다 보니 1등급이 되었습니다.”

그때부터는 그 1등급을 지키기 위해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아빠 때문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공부를 했다. 1등급을 지키기 위해서였는데 공부를 해 보니까 재미도 있었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도 생겼다. <2편에 계속>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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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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