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신장을 이식했다. 메리놀 병원에서 수술을 했는데 신장이식 100례라고 했다. 이식을 하면 평생 면역억제제를 먹어야 하고 병원에서는 저염식으로 소식을 하라고 했다.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 했다가 영양실조나 합병증으로 가는 사람도 있고, 다시 투석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인명은 재천이고 나는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 생각해서 낙천적으로 생각하려고 합니다.”

병원에는 한 달에 두 번씩 가서 약을 처방 받아 온다고 했다.

아들 결혼식. ⓒ이복남

“예전에 학교 다닐 때 이육사의 광야를 좋아 했는데 지금은 일제 강점기도 아니고 현재 저는 초인이 아니라 초연을 바랍니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생사에 대한 욕심마저 내려놓고 보니 벌써 20년이 지났다고 한다.

“예전에는 돈이 없으면 투석하기도 어려웠고 더구나 신장이식은 조직이 맞는 사람을 찾기도 어려웠을 뿐 아니라 비용도 문제였습니다.”

혈액투석은 이틀에 한 번씩 일주일에 3번을 해야 되는데 기초생활대상자는 무료다. 그래서 돈이 없는 사람들은 위장이혼을 하기도 했다. 현재(2017년 말) 전국의 신장장애인은 83,562명인데 남자가 48,768명이고, 여자가 34,794명이다.

그동안 신장환자들도 장애인에 포함시켜 달라는 것과 건강보험 혜택 등을 요구하며 데모를 하는 등 많은 투쟁을 했다. 그리고 2000년 1월 1일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되면서 신장장애인이 포함되었다.

투석은 한 번 하는데 병원 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략 15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일주일에 세 번씩 한 달이면 스물네 번 정도는 투석해야 되는데, 현재는 돈을 다 내고 투석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수급자는 무료이고, 수급자가 아닌 사람은 희귀난치성질환자로 등록을 하면 건강보험에서 부담을 하므로 본인부담금은 10%만 내면 됩니다.”

2015년도 장애인 바다낚시대회 거제계도. ⓒ이복남

예전에는 중국에 가면 이식을 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 2000년 이후에는 그런 일은 일체 없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장기매매는 불법이다. 현재는 뇌사자들의 장기기증이 많아져서 이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몇 년에서 20 여년을 기다린 사람들도 있다.

“2005년에 부산신장장애인협회 제7대 회장에 취임하였습니다.”

그동안 부산신장장애인협회에서 해 오던 사업에서 신장장애인의 복지증진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서 장기기증 문화정착을 위한 인식개선 사업, 부산장애인주간보호센터 신설, 부산협회 홍보지 계간 ‘나누미’발간, 뇌사자 기초검사비 지원, 건강세미나 개최를 비롯하여 복지대회 개최, 어르신 나들이 등 여러 가지 사업을 추진하였다.

한편 슬하에 아들과 딸 남매가 있는데 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가 쓰러졌다. 아들은 울면서 아버지의 건강을 염려했고 장래 의사가 되기를 결심했다. 그 후 아들은 정말 의사가 되어 병원에 근무하면서 현재는 아버지의 건강을 돌보고 있단다.

사이버대학 학위식. ⓒ이복남

부산신장장애인협회 제7대 회장의 임기를 끝내고 사이버대학 사회복지과에 등록했다. 현재 그의 집은 수영구에 있다. 부산에는 부산광역시장애인지역법인연합회 산하에 각 구마다 장애인협회가 다 있다. 구협회장은 대부분이 지체장애인이 맡고 있는데 수영구협회 관계자들이 그를 찾아 와서 수영구를 좀 맡아달라고 했다.

처음에는 자문을 맡았다가 2012년부터 수영구협회장에 추대되어 지금 3회째 연임하고 있다. 수영구협회에서는 3층의 독립건물(구청건물)에서 주간보호센터, 지적장애인작업장, 장애인활동지원 기관 등을 운영하고 있었다.

1981년부터 매년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그런데 수영구의 4월에는 또 하나의 축제가 있다. 그동안 소규모로 개최되어 오던 남천활어축제, 민락활어축제, 남천벚꽃축제, 광안리해변축제를 2001년부터 <광안리어방축제>로 통합하였다. ‘어방(漁坊)’이란 예로부터 어로활동이 활발했던 수영지방의 어업협동체를 일컫는 말로 전통을 이어간다는 의미에서 "광안리어방축제"로 명칭을 정하고 매년 4월말에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는 것이다.

<광안리어방축제>는 아름다운 광안대교와 민락수변공원 등 친환경적인 휴식공간인 광안리에서 수영지방의 전통을 이어간다는 ‘좌수영어방놀이’와 같은 전통 민속을 주제로 <광안리어방축제>가 펼쳐진다. <광안리어방축제>에서 가장 큰 볼거리는 길거리 퍼레이드다.

길거리 퍼레이드는 경상좌수사 행렬인데 경상좌수사 행렬은 구청광장에서 출발하여 광안리해변 야외상설무대까지 1.8km를 걸으면서 퍼레이드를 펼친다. 조선시대 경상좌수사 행렬을 재현한 150여명의 좌수사 행렬과 300여명의 수영민속보존회원들로 구성된 수영야류, 전통탈춤 등 전통행렬, 이어 의장대, 군악대를 비롯해 세계 가면퍼레이드, 만화 캐릭터퍼레이드, 전문 힙합, 젬베, 라인댄스, 줌바댄스, 대학 최고 치어리딩팀, 세계민속공연(폴란드, 러시아, 아프리카 춤 등) 등 전문 공연 팀들이 참가해 역대 가장 풍성한 볼거리를 선보인다.

제16회 경상좌수사(박일복 회장)행렬. ⓒ이복남

그동안 <광안리어방축제>는 수영구청에서 개최를 하므로 경상좌수사는 구청장이 맡았다고 한다. 그런데 박현욱 수영구청장은 제16회 경상좌수사를 수영구장애인협회 박일복 회장이 맡게 했단다.

조선전기 경상도와 전라도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수군절도사가 좌우 해역을 맡음으로써 좌수영과 우수영이 등장하였다. 특히 경상좌도 수군절도사영은 일본과 가까워 대일 방어를 위한 첨병격인 수군지휘부였다. 당시의 좌우영은 왕이 있는 서울에서 보아 우편을 전담하는 주진을 우수영, 좌편을 전담하는 주진을 좌수영이라 하였다.

임진왜란 당시 경상우수사는 원균이었고, 경상좌수사는 박홍이다. 그리고 전라우수사는 이억기, 전라좌수사는 이순신인데 전라좌수영은 다른 수영의 반밖에 되지 않는 작은 곳이었다. 그리고 수군절도사의 품계는 정3품 무관이었다.

밀양 영남루 손녀와 나들이. ⓒ이복남

“박현욱 구청장님이 경상좌수사(경상좌도수군절도사)를 제게 맡겨 주셔서 감사하지요. 당시 호위병들이 메는 가마를 타고 1.8km를 행진했는데 이는 제게도 의미 있는 추억이 되겠지만 장애인들의 영광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장애인단체에서 장(대표)은 월급이 없으므로 판공비 등으로 말썽이 생기기도 하는데 수영구에서는 그런 일이 없단다. 자신은 사회복지사이므로 주간보호센터장이라서 주간보호센터장은 정부에서 정해진 월급이 있으므로 굳이 협회장의 판공비(활동비)가 따로 필요치 않다는 것이다.

“저는 더 이상 아무것도 바라는 거 없습니다.”

사는 날까지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초연하게 살 뿐이란다. 그래서 투석을 하는 사람이나 이식을 하는 사람이나 생사에 너무 연연해하지 말고 열심히는 살되 ‘인명은 재천이다’ 생각하고 편안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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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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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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