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교사로부터 컨덕티뷰 에듀케이션 과정 중 운동치료를 받는 준현이 ⓒ배상억

가슴 졸이며 기다렸던 귀한 생명. 뜻하지 않게 아이에게 장애가 있다는 걸 발견한 순간 가족의 운명은 바뀌게 됩니다. 망망대해를 떠다니는 보트 난민처럼 표류하기도 합니다.

중증 뇌병변 장애가 있어 초등학교 입학통지서가 나와도 3번이나 입학을 지연해야 했던 준현이 부모님도 생명줄이 되어 줄 정보를 찾아다녔는데요. 컨턱티브 에듀케이션을 만나고 나서 아들에게 꼭 필요한 복합교육이란 확신이 들었습니다. 아버지는 직장도 접고 가족과 함께 영국으로 날아가 기꺼이 그 과정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에게 생소한 컨덕티브 에듀케이션. 준현이 아버지 배상억씨로부터 준현이네 영국생활과 함께 들어 보겠습니다.

-지금 가족들과 영국에 계신다고 들었어요.

영국 울버햄프턴대학교(Wolverhampton University)에 있는 3년제 학부(BA) 과정인 컨덕티브 에듀케이션(Conductive education)에서 공부하는 중입니다. 헝가리 외에 유일하게 영어권에서 교사를 배출하는 교육기관이라서 선택의 여지없이 영국으로 유학을 오게 되었는데요. 참고로 컨덕티브 에듀케이션은 헝가리에서 시작된 특수교육 시스템입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있는 페토 인스티튜션(Peto Institution)에 있는 4년제 학부 과정이 원조라고 할 수 있죠.

*참고로 네이트 영어사전에서는 ‘컨덕티브 에듀케이션’을 ‘전도 교육, 헝가리에서 시작된 운동과 교육을 통한 뇌성마비 환자의 치료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겨레신문은 2000년 8월 ‘자활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이에 대해 소개했다.

-그럼 공부하러 가신 거군요.

2005년 뉴질랜드에서 파견근무를 했을 때 아들 준현이를 1년간 컨덕티브 에듀케이션 센터에 보낸 적이 있어요. 그 때 컨덕티브 에듀케이션이 장애아동들의 교육, 치료, 생활교육 등을 모두 다루는 통합적이고 전인적인 특수교육 시스템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온 후 우리 아이를 통해 우리나라 장애아 재활교육 현실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요. 우리나라에도 반드시 필요한 시스템이라는 것을 더욱 절실히 느꼈죠. 컨덕티브 에듀케이션의 도입에 대해 고심한 끝에 제가 직접 이를 배워서 지도교사(condutor)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럼 준현이 때문에 뛰어들게 되신 거네요?

준현이는 출생 시 산소결핍에 의한 뇌손상으로 뇌성마비 장애를 갖게 됐어요. 생후 5개월부터 심한 경기로 2번의 뇌수술과 케토제닉 다이어트 등 거의 4살이 될 때까지 각종 재활 치료 및 힘든 병원 생활 잘 이겨낸 아이인데요. 저희들은 '스마일 보이'라고 부를 정도로 멋진 녀석이죠. 현재 집 근처에 있는 특수학교인 빅토리아 프라이머리 스쿨에 다니고 있는데요. 오는 9월이면 중학교에 진학할 예정입니다.

아들을 위한 치료방법을 찾던 중 컨덕티뷰 에듀케이션의 가능성에 눈뜨게 된 아버지 배상억씨(왼쪽)는 영국에서 이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배상억

-컨덕티브 에듀케이션이라면 어떤 공부를 하게 되나요?

컨덕티브 에듀케이션은 중추신경계의 손상으로 인해 운동기능 장애를 가진 어린이와 성인들을 대상으로 생활 속에서 필요한 모든 운동기능을 가르치게 됩니다. 뇌성마비, 뇌혈관 장애 등이 있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죠.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보다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하도록 도와주는 재활교육 시스템입니다.

특별히 취학 연령의 장애아동의 경우에는 학교 교과과정의 일환으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아이들 각자에게 적절한 인지기능에 맞춘 교육과 운동기능 교육을 병행하는 통합 재활교육법입니다. 장애가 있다 보면 아무래도 움츠러들기 쉬운데요. 컨덕티브 에듀케이션을 통해 심리적인 변화까지 유도해서 보다 독립적이고 자립적인 성격으로 변화하는 데까지 도움을 주게 됩니다.

-우리나라 말로는 지도교사쯤으로 번역할 수 있겠는데요. 컨덕터들은 어떤 일들을 하게 되나요?

대부분의 지도교사들은 독립적인 컨덕티브 에듀케이션 센터에서 아이들의 개별적인 능력에 맞춰 교육과 치료에 필요한 많은 일을 합니다. 프로그램 작성에서부터 직접 아이들을 가르칠 뿐만 아니라 교육 성과 분석에 이르기까지 모든 교육과정을 총괄합니다. 특별히 아이들의 잠재력 계발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지요.

지금은 초기 단계이지만 성인들을 위한 재활 프로그램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중추 신경계 손상으로 인한 성인병 즉, 중풍, 파킨슨씨병, 다발성 경화증 등에 많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명되어 이 곳 영국에서는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기존의 재활 치료 기관에서 컨덕티브 에듀케이션 지도교사들의 수요가 크게 늘어 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어떻게 보면 물리치료사와 비슷해 보이는데요. 차이점은 뭐라 할 수 있을까요?

컨덕티브 에듀케이션은 단순한 치료법이 아니란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름 그대로 교육적인 접근법인데요. 운동기능의 장애가 있는 아동 및 성인들의 신체적, 감성적, 지성적, 개별적인 발달에 관련된 모든 부분을 다루는 총체적인 교육 시스템이라고 보시면 돼요.

-공부를 하면서 새롭게 터득하게 된 것들이 많을 듯 합니다.

제가 공부를 시작하고 제일 힘들고 어렵게 깨닫게 된 사실은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나 성인들도 모두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장애 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인간은 누구나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거죠. 중요한 관건은 어떻게 그들의 잠재력을 계발하고 발전시키느냐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제가 전에 가지고 있던 선입견을 버리고 나를 먼저 변화 시키는 것이 가장 힘든 일 중에 하나였는데요. 다시 말하자면, 가르치는 교사가 먼저 변해야만 아이들도 변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아이들의 발전에 확신을 가지고 가르칠 때 비로소 성공적인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을 테니까요.

컨덕티브 에듀케이션은 운동기능에 장애가 있는 아이들의 몸과 마음 사이에 새로운 대체 의사소통 기능을 성립해 가는 장기적인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손상된 뇌는 뇌가 원하는 정확한 신호를 우리의 근육운동에 정확하게 전달할 수 없는데요. 그래서 걷기, 말하기 등이 힘들어지게 되거든요. 때문에 뇌손상을 입은 아이들은 뇌의 신호를 근육운동에 전달할 새로운 대체 통로를 개발하는 훈련이 필요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훈련을 시키는 사람이 바로 컨덕티브 에듀케이션 지도교사인 것이죠.

*유투브 동영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컨덕티브 에듀케이션

www.youtube.com/watch?v=Iwj8Y7o1bQM&feature=related

*다음 회에는 특수학교에 다니는 준현이를 통해 영국의 장애인 제도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예다나 기자는 ‘장애 경력 19년’을 자랑하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입니다.

“장애인에게 제일의 경력은 장애 그 자체”라고 말하는 예다나씨는 22세에 ‘척추혈관기형’이라는 희귀질병으로 장애인이 됐다. 병을 얻은 후 7년 동안은 병원과 대체의학을 쫓아다니는 외엔 집에 칩거하는 세월을 보냈다. 그리고 8년간은 장애인복지관에서 일했다. 그 동안 목발을 짚다가 휠체어를 사용하게 되는 신체 변화를 겪으며 장애 경중에 따른 시각차를 체득했다. 장애인과 관련된 기사와 정보를 챙겨보는 것이 취미라면 취미. 열 손가락으로 컴퓨터 자판을 빠르게 치다가 현재는 양손 검지만을 이용한다. 작업의 속도에서는 퇴보이지만 생각의 틀을 확장시킨 면에선 이득이라고. 잃은 것이 있으면 얻은 것도 있다고 믿는 까닭. ‘백발마녀전’을 연재한 장애인계의 유명한 필객 김효진씨와는 동명이인이라서 부득이하게 필명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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