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택회장은 장향숙 회장 퇴진운동은 체육회의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수뇌부와 재야체육인 간의 이념적인 갈등이 표면화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이블뉴스

[이슈와 사람들] 하영택 서울지체장애인협회장(하)

2009년, 에이블뉴스는 장애인계 뉴스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을 찾아 뉴스속의 뉴스를 진단하고 분석해 대안을 찾아보는 특집을 전개한다. 첫 번째로 한국지체장애인협회 박덕경 중앙회장 퇴진 주장과 대한장애인체육회 장향숙 회장의 퇴진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하영택 서울시지체장애인협회 회장을 만났다. 하영택 회장이 최근 ▲박덕경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중앙회장 퇴진 주장에 대한 입장 ▲ 지장협 중앙회장 출마 입장 ▲지장협 수익사업 문제 ▲장향숙 한국장애인체육회 회장 퇴진 주장 배경 ▲경기도 이천장애인종합체육시설 운영권 주도 소문 ▲체육회 차기 회장 내정설 등에 대해 자세히 물어봤다. 본지 백종환 대표이사가 진행한 하영택 회장과의 인터뷰는 두 차례로 나눠 싣는다.

백종환: 대한장애인체육회 장향숙 회장에 대한 퇴진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장 회장이 퇴진해야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하영택: 이번 퇴진논란의 근원적인 원인부터 얘기하자면 체육회장 등 수뇌부에 대한 누적된 불만에서 불거져 나온 것이다. 체육인들이 과거 20여 년간 눈물 젖은 빵과 함께하면서 체육에만 매진해온 그 인고의 세월은 누구나 다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장애인체육업무가 문화관광체육부로 이관이 되고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설립되고 난후 기대가 컸었던 만큼의 재야 체육인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있었다. 체육회의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수뇌부와 재야체육인 간의 이념적인 갈등이 표면화 된 것이라고 본다.

공공기관의 특성이겠지만 관료화되어가는 대한장애인체육회 조직에 대해 일부 재야체육인들이 느끼는 괴리감이 있었다. 재야체육인 1세대들이 그동안 체육회조직의 기반과 구성 그리고 마인드에 대한 문제제기를 굉장히 많이 해왔다. 그것은 아마도 체육회 수뇌부가 좀 더 감수성 있게 체육인들을 아우르지 못한데서 오는 소통의 부재인 것 같다.

실은 베이징올림픽 이전에 퇴진론이 나왔었고 올림픽이라는 대사를 앞두고 있었던 상황이라

올림픽이후로 미루어졌었다. 개인적으로는 북경에서 체육회운영 시스템과 마인드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장 회장님께 용퇴를 권유한 적은 있었다. 그 이후에 한때 체육인 주체성회복 투쟁을 같이했던 옛 동지들인 체육 1세대들이 저에게 어필을 해왔고 그에 응답하고 지지한 것이었고, 결국 여러 복잡한 과정들을 거쳐서 농성이라는 물리력으로 번졌다.

분위기에 편승한 측면은 있지만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새 정권으로 바뀌었으니 전 정권출신의 회장을 쫒아 내려한다고 하는 것, 그것 자체를 본질로 본다면 곤란하다. 다만 편의상 정치적 논리로 비약시킨 것에 대해서는 오류를 인정한다.

체육회는 사단체가 아니다. 정부산하 기관으로서 정부와의 파터너쉽이 무엇보다도 요구되는 기관특성상 정치적 메커니즘으로부터 완전 자유로울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우려되는 점은 있다.

장애인체육회장으로서 경영능력이나 장애감수성으로 평가받기 보다는 장애인이라는 것 자체에 면죄부가 주어지고 신성불가침의 직책처럼 생각해서는 곤란하지 않겠는가? 만약에 기관장이 비장애인이었다면 경영능력이 뛰어났다손 치더라고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라고 본다. 어쨌건 퇴진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또 체육회 부회장으로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다만 이런 논란이 장애인체육에 대한 충심으로 이해해주시기를 바란다.

백종환: 그런데 정작 민간 기관장들의 퇴진에 앞장섰던 문화관광부 장관은 장애인체육회만은 예외라고 말했다고 한다. 장애인체육회 회장의 임기에 대해서만큼은 보장하겠다는 말을 명확히 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퇴진을 요구하는 측에서 무리한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하영택: 저는 그런 말을 전해들은 적이 없는데 그 말이 사실이라면 명확하게 공문이나 문서로서 문화체육부에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렇게 함으로서 회장의 거취문제의 논란을 잠재울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제가 볼 때는 정치인이 말하는 정치적 중립 서비스를 너무 믿는 것이거나 아니면 장 회장님이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둘 중에 하나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백종환: 하지만 특정 기관의 경우 단체장에 대해서 물러가라고 직접적으로 말하기도하고,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직접 압박도 했었는데, 장애인체육회에 대해서는 특별한 행정적 조치가 눈에 띄지 않는다.

하영택: 감사해봤자 특별히 나올게 있겠냐마는 이면적으로는 관련조치를 위해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고 저 또한 체육회자체는 떳떳하다고 보고 있으며 이러한 측면에서 결국 장회장님 개인에 국한된 문제보다 장애인체육 전반에 부정적 이미지가 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대한장애인체육회 회장직은 능력의 유무보다는 마인드의 올곳음으로 판단해야하는 자리라고 설명한 하영택 회장. ⓒ에이블뉴스

백종환: 장향숙 회장 퇴진 농성에 돌입한 이후로 직접 장 회장을 만난 적이 있다고 들었다. 만나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공개해줄 수 있나?

하영택: 만남의 의미를 굳이 부여한다면 퇴진론이 거론된 이후 공적인 측면에서 대의를 위해 퇴진을 말했던 것이고 서로에 대한 사사로운 개인감정차원이 아님을 확인하는 자리였고 식사도 하고 술도 한잔 하면서 이야기를 나눈 지극히 사적인 자리였다.

백종환: 하 회장 본인도 장애인체육회 부회장으로 활동했다. 잘못을 했다면 대표진 전체가 퇴진 해야지, 회장만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리고 의사결정 구조 안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하영택: 물론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부회장은 비상근으로서 결제라인에 있는 직책이 아니기 때문에 능력을 평가받을 만한 어떠한 근거도 없다. 그러니까 체육회 운영에 대한 잘못을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근거도 없다.

그렇지만 저는 이번 논란과 관련하여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도의적인 책임을 통감하며 언제든지 부회장에서 사퇴 할 의향을 가지고 있고, 멸사봉공 할 생각도 가지고 있다. 부회장으로서 퇴진논란이라는 혼란을 초래한 것에 대해 도의적인 책임을 느낀다. 체육회 직원들한테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으며 그런 이유로 사무총장에게 나는 언제든 사퇴할 의사가 있다는 뜻을 분명히 전달했다.

백종환: 지금 말씀해주신 부분은 정치적인 이유인데, 그렇다면 장향숙 회장의 능력 유무와는 관련이 없는 것인가?

하영택: 능력의 유무보다는 마인드의 문제라고 본다.

백종환: 앞서 부회장직은 비상근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렇다면 회장도 비상근직 아닌가? 만약 장향숙 회장이 국회의원직을 계속 유지했다면, 결재라인에 있다고 해도 일일이 체크를 해나갈 수 있는 구조는 아니었을 것이다. 선 집행 후 결재의 의사결정구조라면 사실은 총장체제로 보는 것이 맞는 거 아닌가.

하영택: 물론 사무총장이라는 직책은 사무처업무를 총괄하며 회장을 보좌하는 등의 책임과 역할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최종 승인은 대표인 회장을 통해서 이뤄지기 때문에 그에 대한 최종적 책임은 회장에게 있다고 본다.

백종환: 올해 장애인체육 예산이 2008년도 253억원보다 110억8,700만원(43.8%)이 증액된 363억8,700만원으로 결정됐다. 회장의 무능력을 이야기했지만, 예산을 보면 그렇지도 않는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영택: 사실 그 부분은 자연발생적으로 증액될 수밖에 없는 예산인데다가 이천의 종합선수촌 운영비 예산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2009년도 예산증액만으로 회장의 경영능력을 평가하기는 쉽지 않은 얘기인 것 같다.

일반체육계의 경우와 비교해도 10%에도 못 미치는 예산규모를 보이고 있고 유형별, 등급별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집중적인 초기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며 예산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체육회 직원들의 엄청난 업무량을 보면 매우 안타까울 때가 많다. 그런 측면에서는 향후 일반체육의 예산규모와 비교 했을 때 장애인체육의 특성상 약 30%까지는 끌어 올려야 한다고 본다.

아직까지 대다수 장애인들이 스포츠를 접할 기회조차 가지지 못했거나 일반장애인들이 체감할 수 있는 체육정책이 아직도 요원하며 또한 체육을 통한 장애체육인 고용창출까지 고려한다면 그에 대한 선결과제가 바로 재정과 인력확보다. 그런 점에서 기관장의 마인드와 경영능력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하영택 회장은 장향숙 회장 퇴진에 대해 장애인 종합수련원 운영권과 연관이 있다는 소문에 대해 전혀 근거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에이블뉴스

백종환: 장향숙 회장 퇴진에 대해서 올해 준공되는 경기도 이천의 장애인 종합수련원 운영권과 맞물려 있다는 소문도 있다. 비약적인 소문인지는 모르지만 계획도 없는 매점은 누가 운영한다는 식의 소문이다. 이런 소문을 들어 보신적은 있는가?

하영택: 전혀 들어보지도 못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불쾌하다. 그런 이야기들이 어디서 무슨 이유로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처음부터 변함없는 저의 입장은 선수촌의 향후 미래를 봐서라도 선수출신이 선수촌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상징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하나의 체육인출신 모두가 가지는 희망이라고 본다.

본인은 본래부터 선수촌장으로 낙하산 공무원이 내려오는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피력해왔다. 그 입장에는 변함이 없으며, 누구에게도 당당하게 말해왔다. 장향숙 회장님도 제 뜻을 잘 알고 계실 것이다. 그 자리에 선수출신이 아닌 제가 간다는 것은 정말 어불성설이다. 애초부터 갈 생각도 없거니와 설사 오라고 해도 갈 생각이 없다.

백종환: 그렇다면 혹시 하회장께서 직접 대한장애인체육회 회장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하영택: 체육인출신들을 좀 더 흡입력 있게 이끌어야한다는 생각은 해 봤지만, 체육회 회장을 하겠다는 생각은 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다. 또한 최근 장애인체육회 차기 회장직에 대해 ‘Y모 의원, L모의원, S모의원등이 온다더라 식의 말들이 돌고 있는데 사실 누가 오든지 제가 옳다 그르다를 말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다만 체육계의 지지를 받고 제대로 된 의식을 갖고 잘 이끌 수 있는 사람이 회장직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백종환: 하 회장을 아끼는 주변 분들이 이번 장향숙 회장 퇴진요구에 대해 만류했다고 들었다. 강행을 하는 이유가 있는가?

하영택: 인정한다. 저를 아끼는 많은 분들이 만류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나 저로서는 옛날의 동지로서 아스팔트바닥위에서 함께 투쟁하며 같이 울고 같이 웃었던 재야 체육인들의 입장이나 정서를 외면해서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제가 옛날 체육계에서 앞장섰던 이유는 장애체육인의 권리와 주체성 쟁취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체육인들의 목소리를 수용하고 대변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나를 지지해주고 믿어주는 체육인들이 존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고 저는 언제까지나 이런 동지들과 미래에도 함께 하고 싶다.

백종환: 차기 회장에 국회의원 모씨가 내정되어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정치권에서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회장과 선수출신이 회장을 맡는 경우, 어느 쪽이 유리하다고 보는가?

하영택: 누가 오든 간에 어느 쪽이 유리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어떤 마인드를 갖고 있느냐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비정치인출신인 체육인이 한다고 해서 예산구조가 삭감되고, 현역 정치인들이 온다고 해서 예산구조가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데다가 중요한 것은 대의원 총회에서 투표로 선출하기 때문에 지금 현재로선 누가 유리하고 불리하다고 말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장애인들의 인권이나 보편적 권리쟁취를 위해 힘썼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한 하영택 회장. ⓒ에이블뉴스

백종환: 하 회장에 대한 장애인계의 평가가 확연하게 엇갈리고 있는 듯하다. 긍정적으로는 장추련 활동과 장애인체육회의 문광부 이전 주장 등을 통해 투쟁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고, 에이블뉴스 등에 기고한 글들을 통해 논리와 감성을 지닌 사람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를 통해 앞으로 지장협 차기리더로서의 덕목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반면에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중앙사업본부 출신으로 알력으로 밀어붙이는 투쟁적 이미지와 반대되는 폭력이미지가 상존해 있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있다.

하영택: 두 가지 점을 말씀해주셨는데 둘 다 선뜻 동의가 되지는 않는다. 제 자신의 본의나 이념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중앙사업본부는 옛날에 장기철회장님이 특별한 목적에 의해서 직접 설립되었고 지장협 중앙회에 특별한 역할을 가지고 있었다. 지극히 협회조직내부 일이기도 하거니와 장애계의 역할 측면에서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그자체도 바로 장애계의 척박한 현실이라고 본다.

제가 박학다식하다거나 다른 사람보다 능력이 뛰어나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은 제가 겸손 떨자고 하는 소리는 더더욱 아니다. 어쨌든 좋은 평가를 내려준 부분에 대해서는 격려로 받아드린다.

백종환: 하 회장은 이제 장애인계의 중심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향후 장애인계에서 어떤 지도자로 평가받기를 원하는가?

하영택: 현실 도피적으로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지장협이나 장애계의 불편부당함을 보면 장판이 싫을 때가 많다. 제가 앞으로 장애계의 필드에서 언제 떠날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올 그날에 대해 늘 염두에 두고 있다. 다만 지금은 현실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훗날에는 장애인계에 있으면서 장애인들의 인권이나 보편적 권리쟁취를 위해 노력했던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면 하는 희망이다.

백종환: 마지막으로 2009년 새해의 소망이 있다면 무엇이 있는가? 개인적인 소망과 단체의 장으로서 소망을 말씀해주시길 바란다.

하영택: 장애인복지총량을 확대시키고 쟁취해내야 하는 부분에서는 제도권단체이건 진보적운동단체건 현안내용을 공유하면서 초당적으로 협력하고 역량을 결집시킬 수 있는 유기적인 소통장치의 필요성을 많이 느낀다.

또한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라는 양대 단체들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에 대해 진단함과 동시에 단체 대통합이 진정 장애대중들에게 약이 될 것인지 독이 될 것인지 또는 유형별 장애계의 역량강화에 어떤 영향을 가져 올 것인지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있었으면 한다. 서로 헤게모니 다툼에 얽매이지 않고 대승적 차원에서 양대 단체 구도에서 오는 끝없는 소모적인 출혈을 제거하는 길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구체적인 노력들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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