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뉴스와 사람들 첫 인터뷰에 응한 하영택 서울지체장애인협회장. ⓒ에이블뉴스

[이슈와 사람들] 하영택 서울지체장애인협회장(상)

2009년, 에이블뉴스는 장애인계 뉴스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을 찾아 뉴스속의 뉴스를 진단하고 분석해 대안을 찾아보는 특집을 전개한다. 첫 번째로 한국지체장애인협회 박덕경 중앙회장 퇴진 주장과 대한장애인체육회 장향숙 회장의 퇴진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하영택 서울시지체장애인협회 회장을 만났다. 하영택 회장이 최근 ▲박덕경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중앙회장 퇴진 주장에 대한 입장 ▲ 지장협 중앙회장 출마 입장 ▲지장협 수익사업 문제 ▲장향숙 한국장애인체육회 회장 퇴진 주장 배경 ▲경기도 이천장애인종합체육시설 운영권 주도 소문 ▲체육회 차기 회장 내정설 등에 대해 자세히 물어봤다. 본지 백종환 대표이사가 진행한 하영택 회장과의 인터뷰는 두 차례로 나눠 싣는다.

백종환: 일단 가장 큰 관심이 쏠리고 있는 부분부터 질문을 하겠다. 박덕경 한국지체장애인협회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어떤 배경에서 나온 성명서인가?

하영택: 이번 일은 이미 오래전부터 구조적으로 잉태되고 있었고 예고된 것이었다고 본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가 ‘창조적 개혁’을 통해 새롭게 거듭나기 위한 하나의 성장통으로 생각해주면 좋겠다.

장기철 회장님 사후에 내부적인 갈등이 있었고, 현 지도부의 지도력과 리더십에 대한 문제제기도 왕왕 나왔다. 이러한 가운데 시도협회장 선임과 관련해 많은 잡음들이 있었다. 선출방식이 아닌 하향식 임명제에 따른 하나의 부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문제가 이번 경기도협회장 선임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는 본인은 이번 사건이 단순히 협회장 선임에 따른 문제라기보다는 조직 내부의 근본적인 문제라고 본다. 사실 독재자건 민주투사건 반드시 입에 달고 다니는 건 '국민'이다. 전두환, 김영삼 전 대통령도 국민을 팔아서 대통령 한 것 아닌가? 마찬가지로 장애인단체 회장들도 하나같이 장애인들을 위한다고 말하지만, 장애인을 팔아 직위를 유지하려는 이들도 많다.

보통 단체라는 것은 회원을 구성원으로 하고 있으며, 회원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해 존재한다. 따라서 단체마다의 설립취지와 목적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실제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표나 회장 자신의 지배구조를 유지시키고 고착화시키기 위해 혈안일 뿐 만 아니라, 하나의 단체가 개인의 사욕을 충족시키기 위한 도구로 활용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시쳇말로 ‘염불보다는 잿밥’이라는 것이다.

우리 한국지체장애인협회의 경우에는 중앙회장님이 어떠한 이념과 철학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신념으로 추진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그것이 장애인계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결코 작지 않기 때문이다.

매우 큰 조직적 인프라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변변한 인권활동가조차 제대로 자생하지 못하고 있고, 장애문제에 정통한 젊고 의식있는 인재가 빈약해, 이론을 생산해내거나 정책에 대응하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방대한 유·무형의 자산을 유지시키고 관리하는 것에 안주하는 협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물론 각종 프로그램사업을 따내고 또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의 사업수행 과정에서 박봉에도 불구하고 희생과 봉사를 강요당하는 협회 종사 직원들, 그리고 지역협회장님들의 노고를 부정할 순 없다.

하지만 지장협 중앙의 장애문제에 대한 역할과 정책적 기능에는 문제가 많다. 협회로서 당연한 의무 중에 하나인 전체 장애대중들에 대한 사회적 책무를 망각해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박덕경 중앙회장님의 마인드가 의심받기에 충분했고, 또 그것이 배경이 되어 이번 일이 터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백종환: 리더의 퇴진을 요구할 경우 대부분은 개인 비리가 강조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박덕경 회장의 경우에는 임기가 6개월이 채 남지 않은 과정에서 개인비리도 아닌 정관에 명시된 임명제를 이유로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하영택: 명확하게 회계 부정이 있었다면, 퇴진을 요구하지 않아도 법률적으로 당연히 퇴진해야 한다. 하지만 협회의 정체성이나 운용적 측면에서는 그런 사법적 잣대로만 퇴진을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조직원들이 협회의 정체성이 왜곡됐다라고 판단한다면 충분히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협회는 한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기 때문에 퇴진을 요구했던 기존의 입장을 바꾸고 싶은 마음은 아직 없다.

백종환: 지체장애인협회의 정체성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겠나?

하영택: 지체장애인협회의 정체성은 당사자주의 이념의 실현에 있다. 그것은 아마 정관에도 나와 있을 것이다. 장애인 회원들로 구성된 단체이기 때문에 당사자주의가 정체성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단순히 생물학적 장애를 가진 당사자만이 당사자라는 주장에는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그 이념에 찬동하는 사람은 비장애인도 당사자 범주에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하영택 회장은 박덕경 회장 퇴진 논란에 대해 이미 오래전부터 구조적으로 잉태되고 있었던 구조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에이블뉴스

백종환: 그렇다면 박덕경 회장님의 리더십이 당사자주의에 의한 활동이나 이념이 활발하지 못했다는 뜻인가?

하영택: 그런 뜻은 아니다. 다만 대표로서 가져야 될 장애대중에 대한 사회적 책무를 다 하고 있느냐에 대한 의문은 든다. 조직의 현실에 안주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1세대로써 협회구성에 기여한 공로는 크다고 생각한다. 이전 장기철 회장님처럼 장애인들의 체육관에 모아놓고 위력과시 하는 식의 그 시대에는 그것이 최고의 가치로 여겨졌고 또 필요했다. 그러나 이제는 이념적으로 비전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보며,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박 회장님이 빈약하지 않은가 생각한다.

백종환: 리더십에 대한 논란으로 퇴진까지 요구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으신다는 뜻인가?

하영택: 어떤 사안이 퇴진하라고 요구한다고 반듯이 퇴진해야 되는 것은 아니다. ‘이명박 물러나라’, ‘노무현 물러나라’고 주장한다고 해서 당장 물러나는 구조도 아닐 것이다. 우리가 퇴진하라고 한다고 당장 퇴진하지는 않을 것이다. 퇴진운동은 퇴진해야 될 분명한 이유가 존재함을 상징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또 퇴진을 함으로서 창조적 개혁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지장협의 창조적 개혁을 위해서 박덕경 회장은 진퇴를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백종환: 회장 선거가 몇 개월 남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주위에서 하영택 회장이 출마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다. 이번 성명서도 하 회장이 차기 회장을 염두에 둔 사전포석이라는 의혹이 있다. 지장협 중앙회장 출마계획이 있는 것인가?

하영택: 훌륭하신 분들이 많이 출마할 것이라 예상된다. 박덕경 중앙회장님의 임기는 2009년 7월 15일까지 인걸로 알고 있다. 선거 체제로 돌입하게 되면, 그에 따른 선거관리위원회가 별도로 구성될 것이다.

본인이 예전에 장기철회장님이 계실 때 젊은 세대교체론을 얘기했다가 역풍으로 곤욕을 치른 바가 있어 조심스럽다. 본인이 출마를 하느냐의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제 뜻과는 상관없이 회자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그 부분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은 입장을 밝힐 시기가 아니다.

다만 모르긴 해도 많은 출마자가 있을 경우는 어느 정도 후보의 단일화가 가장 바람직한 형태가 아닐까라는 개인적인 생각은 갖고 있다. 또한 다소 혼탁한 선거양상이 예상되고 있는데, 하나의 ‘선거축제’로 그동안 외부에서 지장협을 바라보는 각종 의혹들과 색안경들을 걷어내는 좋은 모티브로 승화시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백종환: 현재 박덕경회장 퇴진요구에 대해 최근 긴급이사회가 소집되었다고 들었다. 경과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하영택: 이번 이사회에서는 안건이 두 가지였다. 경기도협회장 선임문제에 있어서 중앙회장님과 인사위원등, 규정을 위반해가면서 일관성 없는 업무처리에 불만이 폭발했고 결국 경기도회원들이 대거 상경해서 점거농성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지장협 전체를 큰 혼란에 빠트린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첫째는 현 비상사태를 수습하자는 것이 중론이었다. 이러한 사태를 초래한 책임을 누군가는 분명히 져야 하지 않느냐라는 문제에 대해서 박덕경회장님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행정책임을 봐왔던 사무총장이 중앙회장님을 잘 보필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여 스스로 자진사퇴 선언이 있었고 그 부분에 대한 논의가 있은 후에 곧바로 사무총장 사퇴안이 가결됐다.

두 번째는 경기도협회장을 재선임하느냐의 문제였다. 경기도협회장은 재공고하는 것으로 결론났다. 이번 이사회에서는 이 두가지 안건만을 다뤘다. 물론 일부 이사진들은 회장님 거취문제를 논의하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으나, 그 부분은 추후에 따로 논의를 하자는 의견으로 모아졌다.

백종환: 그렇다면 박덕경 회장님의 퇴진문제는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고 봐도 되나?

하영택: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번 이사회에서만 안건에서는 제외된 것이고, 추후에 재 논의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이다.

백종환: 현재 지장협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진단하고 계시는가?

하영택: 근본적인 문제는 제도권 장애인단체가 갖는 태생적인 한계에서 오는 것 같다. 조직현실에만 안주하는 측면이 강하다보니 장애대중의 보편적 권리쟁취 문제에는 비켜나있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 어쩌면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그들만의 단체'가 된 것이라고 본다. 어쨌든 현재의 모습이 지장협의 진정한 정체성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백종환: 지체장애인협회는 회장 선출 문제, 혹은 지회장 등의 선출 문제를 두고 항상 논란이 있다. 그런데 폭력사태와 금품살포까지 발생하고 있다는 소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로써 주위에서 우려스러운 시각이 많다.

하영택: 그런 우려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본인도 참 안타깝다. 지역협회장을 선임하고자 할 경우 선임절차나 자격기준이 있기는 하지만 비민주적인 하향식 임명제가 가지는 특성도 있고 또 임명권자 개인의 감성이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논란의 여지를 항상 남기게 되는 것 같다.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자질과 능력으로 그 지역 장애인들에게 검증받고 평가돼야 가장 이상적이겠으나, 현재로서는 이러한 시스템을 갖고 있지 않다보니까 불미스러운 얘기들이 새어나오는 것 같다. 또 실제로도 위험수위를 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판단도 하고 있다. 물론 우리사회에서 오고가는 정이라고 해서 작은 성의표시 정도는 용인되는 것으로 생각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그것조차 있어서는 안 되는 행위다.

폭력사태와 관련해서는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전언에 의하면 경기도협회의 전임회장 지지자들과 후임회장 지지자들 간에 몸싸움이 있었던 걸로 들었는데, 폭력에 대해서 카더라식의 괴소문과 아니면 말고식으로 무책임하게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측면이 강하다고 본다.

낙천한 경기도협회장의 지지자들이 매우 흥분되어있었던 상황이었고 이들은 대화로서 문제해결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물리력을 사용하지 않았나 생각하는데 그러한 빌미를 제공한 측에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지장협 폭력사태 운운하며 침소봉대 하는 것 같은데 폭력에 대한 평가는 그 동기 여부, 폭력행위자의 처한 형편, 폭력행위를 바라보는 제3자의 시각에 따라 얼마든지 평가는 다를 수 있다.

이토히로부미를 암살한 안중근은 살인을 한 흉악범인가, 민족해방투사인가? 당시 조선이 처했던 상황에 무지했던 다른 나라들에게 안중근은 흉악범에 지나지 않았겠지만 우리는 그 같은 규정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약자가 가지는 저항권이 아니겠는가.

박덕경 중앙회장님이 규정을 위반한 부당한 경기도협회장선임에 대해 경기도지회장들의 문제제기와 분노감이 겉으로 표출된 것 같고, 경기도회원들이 약자로서 취할 수 있는 기득권에 대한 저항의 방법으로 점거농성을 했다고 전해 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원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모든 문제를 폭력적 방법으로 해결하려든다면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지장협 중앙의 장애문제에 대한 역할과 정책적 기능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 하영택 회장. ⓒ에이블뉴스

백종환: 최근 중앙회 사무총장이 시도협회장 인선과 관련하여 금품수수 관계로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물론 ‘카더라’ 식의 소문일수 있으나 상당한 금품수수를 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하영택: 그 부분에 대한 정보접근도 힘들고 정확한 내용을 알지 못하지 때문에 긍정할 수가 없다. 물론 그러한 소문이 있다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사법적 문제로까지 번질 소지가 있는 문제이고, 법적 책임에서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저는 그 소문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는 사람 중에 하나다. 문제는 명확한 근거도 없이 '카더라'식의 확대와 재생산은 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백종환: 임원을 선임할 때, 회장을 선임할 때는 시도협회장이 그 대상이 될 수 있겠고, 또 시도협회장을 선임할 때는 중앙회장이 문제가 될 수 있는 구조다. 그런데 이번 사태는 중앙회장이 책임을 진 게 아니라 사무총장이 책임을 졌다. 납득하기 어려운데.

하영택: 물론 총체적이고 궁극적인 책임은 박덕경회장님에게 있겠지만, 중앙회장을 보좌하고 지장협 전체행정을 총괄했던 사무총장도 그 책임선상에 있다고 본 것이 대체적인 이사들의 생각이었던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사무총장 자신 스스로가 그 부분에 대한 책임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백종환: 사실 좀 궁색한 것 같다. 총체적인 책임을 지려면 임명권이 있는 중앙회장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 같다. 현 사무총장의 사직은 금품 수수와 관련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하영택: 박덕경 중앙회장님이 궁극적인 책임은 있다. 그런 측면에서 중앙회장님께서도 모종의 입장 표명이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으며 사무총장은 협회의 운영에 관한 행정적 책임을 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금품수수관련의 루머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면 사법당국의 조치가 있을 것이다. 언론사에서는 명확한 근거가 있는 사안만을 보도해줬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카더라'했다가 '아니면 말고'식의 무책임함이 최진실도 죽음으로 몰아갔듯이 그 폐해는 엄청나기 때문이다. '마녀사냥' 식으로 지장협이 마치 탈법만을 일삼는 단체인것인양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법적인 명확한 근거가 나왔을 때 말해주었으면 고맙겠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박봉에도 불구하고 땀 흘리고 있는 수많은 협회 종사자들과 지역 장애인 복리증진에 희생하고 있는 지회장님들을 욕되게 해서는 절대로 안 되기 때문이다.

백종환: 비민주적인 시도협회장의 선임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지장협도 선출방식을 도입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은데. 하 회장님의 의견은 어떠신지?

하영택: 궁극적으로는 그렇게 가야 된다고 본다. 그러나 선출제가 도입되려면 해결해야 할 선결과제들도 많이 있다. 사실 지체장애인협회의 시, 군, 구의 회원들이 얼마만큼 참여할 것인지지도 의문이다. 그러나 이런 부분들이 전제된다면, 궁극적으로는 선출방식은 직접 선출로 가야 의혹이나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본다. 또 가장 민주적인 방식이기도 하다.

다만 단계는 필요하겠다. 예를 들어 지역에서 직접선거를 하되, 그 결과의 70~80%를 반영한다든지의 여러 가지 다양한 형태의 방법을 고민할 수 있겠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공청회 등의 방식을 거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백종환: 또 한국지체장애인협회는 가장 큰 장애인단체로 인정은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장애인 인권신장이나 권리회복을 위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지적도 많다. 특히 수익사업은 앞장서서 챙기고, 장애인계의 큰 이슈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는 지적이 많다.

하영택: 그 부분도 사실은 침소봉대된 측면이 있다고 본다. 단체의 재정자립의 문제는 끝없는 고민거리 중에 하나 일 것이다. 그러니 정부예산 확보에 매달리게 되고 때로는 그로인해 관변화로 흘러가게 되고 때로는 읍소까지 하는 것은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수익사업은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합리적이고 투명한 운영을 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본다.

잘 모르긴 해도 지장협에 산하의 수 많은 보호작업장들에서 정부 조달품목에 준거한 물품을 생산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지장협에서 굉장히 많은 수익사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것 같다. 잘 모르긴 해도 외부로 알려진 것이 침소봉대하고 있는 측면이 존재 한다고 보고 있다.

지장협이 가지고 있는 물적 인프라는 상당히 방대하다. 운영시설도 복지관과 보호작업장 등 40여개 정도 된다. 종사자만 1천 7백명 정도가 된다. 여기서 오는 장애인고용도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장애인고용적 측면에서보면 다른 단체보다도 기여를 많이 하고 있다고 본다.

백종환: 반면에 고용 부정 수급에 관련해서도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지 않나.

하영택: 물론 중앙에서 행정관리를 보다 철저히 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지장협은 전국의 234여개의 지회가 다양한 형태로 구도를 이루고 있다 보니까, 거기에서 오는 여러 가지 행정적 어려움도 있는 것 같다. 현재 철저하게 교육을 하고 있고, 개인의 과실에 대해서는 법적책임까지 묻고 있다. 그런데 워낙 방대한 조직이다 보니, 지엽적인 문제가 발생되는 것 같다.

그런데 사실은 같은 장애인 단체이면서 보훈관련 단체들은 수백억원대의 수익사업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은 국가를 위해 헌신했다는 매우 강한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있고 우리 사회의 각계각층에 뿌리 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들은 막강한 정치적 기반과 커넥션으로 우리 같은 일반의 장애인들의 수익사업에 대한 진입장벽을 강하게 치고 있으며 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온갖 권모술수와 권력을 동원하고 있다.

사실은 전체장애인계에서 운영하고 있는 수익사업 구조는 보훈단체의 수익사업과 비교해서 빙산의 일각일 뿐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장애인 단체는 1%에도 못 미칠 것이다. 그런데 장애인계 중에서 지장협을 비난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지장협이 장애인계에서 마치 공공의 적처럼 몰아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계에서는 수익사업의 전체총량이 어디에 치우처져 있는지 눈여겨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백종환: 물론 정관에 명시된 수익사업을 해서 제대로 된 목적사업을 추진한다면 전혀 문제가 야기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수익사업이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목적사업에 쓰이지 않고, 그 사업을 했던 일부 사람들의 호주머니 속으로 그냥 들어가 버린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 아닌가.

하영택: 그런 부분들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오해가 있는 부분도 있다. 사실 어떠한 수익사업이든 장애인단체에서 사업적 마인드와 이에 대한 마케팅 전문가를 가지고 운영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본다. 유통업, IT업 등 다양한 형태의 사업적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중간 매개자가 본인들이 이 사업을 시행하기 위한 명분을 찾기 위해서 장애인단체나 보훈단체를 찾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일명 브로커라고 하는 이들이 사업 수행은 거의 다 하고, 협회에서는 계약에 의한 몇 순수익의 몇%를 받는 식의 구조로 알고있다. 그런데 사업 자체의 전체크기를 놓고 몇억 몇십억이다 라고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것 같다. 결국 지체장애인협회가 어마어마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것처럼 부풀려 지고 있는 측면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하영택 회장은 지체장애인협회가 앞으로 운동성을 좀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에이블뉴스

백종환: 하나의 예를 들어보겠다. 지장협에서 하고 있는 수익사업 중에 수배전반이 있는데, 조달청에서 수주해가는 금액이 연간 100억 규모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영택: 60억원 규모로 알고 있다. 그 사업은 장기철 회장님이 재향군인회, 상인군경회에서 하는 사업을 가져온 것이다. 그런데 이 사업을 수행하는 사람들은 업자들이다. 그런데 지장협이 계약의 주체가 되고, 사업수익의 3%정도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수수료를 제하고 나면 실제로는 년간 2-3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고있다.

총량으로 따져 100억 규모라고 하니까 지체장애인협회에서 엄청나게 수익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듯하다. 한 단체에 100억 정도의 별도 순수입이 있다면, 정부 예산은 1원도 받을 필요 없다고 본다.

백종환: 다른 이야기를 좀 해 보자. 하영택 회장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공동상임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장추련에서 활동해 온지도 4년이 넘었다. 장추련과 지장협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서 설명을 해 주신다면.

하영택: 산술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장추련은 진보적운동이 핵심이고, 지장협은 장애인회원들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단체라는 점에서 방법은 약간 달리 할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백종환: 어려운 질문일 수도 있는데. 만약 장추련 대표와 지장협 대표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어느 단체를 선택할 수 있겠는가?

하영택: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인데, 저는 운동성을 갖고 있는 장추련을 선택하고 싶지만, 지장협도 간과 할 수는 없다. 그것은 지장협을 변화시키고 장추련의 운동성을 가미시킬 수 있는 희망은 살아있다고 본다.

백종환: 장기철 전회장을 평가하신다면?

하영택: 장 회장님은 20여년 전에 장애인이 ‘불구자’라고 칭해지던 그 척박한 사회적 상황 속에서 발로 뛰면서 장애인 당사자의 조직을 일궈낸 사람이다. 그것이 가져온 사회적 파장은 이동권 투쟁에 버금갈 정도로 컸었다. 그런 측면에서 그 분의 공은 충분히 인정해야 된다고 본다.

하지만 너무 조직이 사유화되고 개인의 위상 제고로 약간 흘러간 측면도 없지 않았다. 독선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지는 모르겠으나, 통칭하면 민주적이지 못했다. 물론 그런 점이 그 시대적 요구에 의해 필요했을 수도 있겠으나, 현 시대에서는 그런 이념은 통하지도 않고, 살아남지도 못할 것이라 본다.

백종환: 혹자는 장기철 회장을 평가할 때, 장애인 당사자주의를 처음으로 이끌어냈고, 장애인 당사자 조직을 전국조직으로 확대하면서 정치세력화를 실천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하는데.

하영택: 물론 그런 평가도 있다. 그런데 정치세력화라는 것은 법과 제도를 만들어내는 것이 선결과제다. 개인의 정치적 영향을 키우기 위한 활동을 정치세력화라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물론 장애인 당사자라는 조직체가 존재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정치세력화에 일조는 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특정 개인이 조직을 기반으로 한 활동을 정치세력화로 포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진정한 정치세력화라는 것은 장애인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정책적 활동이나, 정당법 개정이나 비례대표 할당제 등을 도입하기 위한 활동이 수반될 때 진정한 의의가 있다고 본다.

백종환: 지체장애인협회의 개혁을 위한 계획이 있는가? 구상하고 있는 계획이 있다면 밝혀 달라.

하영택: 본인은 지장협 전체의 개혁을 추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고 권한도 없다. 다만 서울지장협만을 가지고 말씀드린다면 운동성을 좀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 말은 결국 서울지장협의 존재가치와 목적이 운동성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는 우리 중앙회는 현재보다 더 강한 이념이 요구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왜곡되어있는 협회의 이념과 정체성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협회의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정관을 민주적인 방향으로 다시 개정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정관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유신헌법 같은 독소조항들이 존재하며 이것이 민주적 운영에 장애요소가 되고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싱크탱크로 구성된 정책생산 기구의 창설이 시급하다. 정부정책과 제도를 철저히 검증하고 감시하는 동시에 최종소비자인 장애대중의 눈높이에 맞는 정책을 기동성 있게 생산해 내고 이를 관철시키고 쟁취해내려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그것이 우리협회 중앙회가 해야 할 역할이다.

또한 의결기구인 이사회 구성은 16개 시, 도 협회장 전원을 이사진으로 포진시켜야 한다고 본다. 협회조직의 중추역할을 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결정구조에서 배제됨으로서 소속감 부여와 결속력강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리고 중앙회장은 지역협회장이 조직 체계상 산하이기도 하지만 숭고한 장애인복지운동에 봉사의무를 하는 같은 동료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수직적 상하의 주종관계 개념에서 탈피해서 수평적 동지적 개념으로 사고방식으로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고 본다.

에이블뉴스 백종환 대표이사가 하영택 서울지체장애인협회 회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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