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성심학교 야구부가 봉황기 대회에 출전, 12일 낮 12시 첫 경기를 가진다. 사진은 충주성심학교 야구부의 전지훈련 모습. <사진=충주성심학교>

국내 최초의 청각장애인 야구단 충주성심학교 야구부가 제32회 봉황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 출전, 13일 낮 12시 성남서고와 첫 경기를 가진다.

지난해 5월부터 연습을 시작해 9월 9일 창단한 충주성심학교 야구부는 총 20여명으로 구성돼 있지만 고등부는 10명밖에 되지 않아 겨우 엔트리를 채웠다. 이들은 실업팀 제일은행에서 선수로 활약했던 김인태(46) 감독과 군산상고를 거쳐 프로야구 쌍방울에서 선수생활을 한 박상수(33) 코치의 지도아래 충주 탄금야구장에서 실력을 쌓아왔다.

수화를 쓰는 청각장애인 선수들은 코치진과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그동안 훈련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학교 교사들이 훈련장에서 통역을 맡아 훈련을 도왔으며 이번 경기에서도 야구협회의 양해를 얻어 교사들이 벤치에 앉아 수화로 의사를 전달해주기로 했다.

1회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해 6대 0으로 안산공고를 꺾고 올라온 성남서고와 2회전을 가질 예정이지만 사실 실력은 1승을 거둘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최다실점 패 기록을 경신하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을 정도다. 실제 전지훈련 과정에서 중학교 팀과 연습경기를 해왔지만 이긴 적은 없다. 주전 선수 한명은 아킬레스건 부상까지 당한 상태.

하지만 희망은 있다. 지난 6월 일본 고베농학교와의 친선경기에서 22대 0으로 대승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군산남중학교와의 연습경기에서는 창단 후 처음으로 이종환(17) 군이 홈런을 치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들을 응원해주는 후원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충주성심학교 전교생들과 학부모들로 구성된 응원단 150여명은 동대문 운동장을 찾아 대규모 응원전을 벌일 계획이다. 한국농아인협회는 청각장애인 서포터스를 결성해 수백여명이 응원단에 결합한다. 협회 측에서는 응원단을 모으기 위해 이미 전국 지부에 비상 연락망을 가동한 상태다.

경제적인 파트너도 없이 힘든 훈련과정이었지만 그럴 때마다 사회적 지원이 이어졌다. 동아꿈나무재단에서 500만원을 후원했으며 삼성복지재단에서는 야구부 버스를 기증했다. 충주시에서는 유니폼을 지원했으며 지난 6월 일본에 갈 때는 문화관광부의 지원을 받기도 했다.

또한 홈런스타 이승엽(27·삼성) 선수는 나이키의 후원으로 시즌 40호 홈런부터 홈런 한 개를 칠 때마다 학교에 100만원의 후원금을 내기로 약속했다. SK 최태원 선수는 지난 8월 4일 학교를 직접 방문해 1일 지도를 했으며 SK 구단이 제공한 유니폼과 스파이크 20세트를 비롯, 다른 구단 선수들의 협조를 받아 수집한 야구용품을 지원하기도 했다.

자신또한 야구의 꿈을 갖고 있었으나 사회적 냉대로 좌절해야했던 경험을 가진 한국농아인협회 윤재상(34·청각장애2급)씨는 “내가 야구 선수의 꿈을 이루지 못했는데 지금이라도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어서 농아선수가 고교야구에 출전하게 된 것에 대해 굉장히 기쁘다”며 “야구 경험이 짧고 처음 출전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많이 이긴다는 것은 기적이지만 승패에 연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응원했다.

야구선수 출신으로 야구부 창단을 이끈 충주성심학교 조일연 교감은 “비록 우리가 야구 경력을 짧지만 우리도 야구선수라는 것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부담감이 엄청 크다”며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승리를 한다는 것은 어렵지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또한 조 교감은 “졸업하기 전에 가능하다면 아이들이 일반아이들과 동등한 수준에 올라가도록 만들어서 프로야구팀에 진출하는 선수를 키우고 싶다”며 “다른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가능성과 희망을 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경기를 하루 앞둔 충주성심학교 야구부는 엘지트윈스 구단의 초청으로 11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엘지 홈경기를 관전한 후 금호동에 마련된 숙소에서 1박을 하고, 13일 오전 동국대 운동장에서 몸을 푼 후 낮 12시 성남서고와 일전을 겨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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