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청각장애인 야구부인 충주성심학교 야구부는 봉황대기 전국야구대회에 출전, 13일 서울 동대문운동장에서 열린 성남서고와의 경기에서 1득점을 획득하는 등 선전했다. <누구나기자 이기태>

“실력의 벽은 넘지 못했지만 차별도 넘었고, 편견도 넘었다.”

선수 전원이 청각장애인으로 구성된 국내 최초의 청각장애인 야구부 충주성심학교가 제33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출전해 13일 서울 동대문운동장에서 성남서고와 첫 공식경기를 치렀으나 1대 10, 7회 콜드게임으로 패배의 쓴잔을 마셨다.

하지만 충주성심학교의 이날 플레이는 지난 97년에 창단, 8개월 만에 무등기에서 3위에 입상하고 2000년 대통령배에서 준우승을 획득하면서 야구계의 파란을 일으켰던 강팀 성남서고를 맞아 “잘 싸웠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충주성심학교의 패배는 예상됐다. 창단 11개월도 채 되지 않는 신생 야구부이자 코치진과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충주성심학교가 4강을 목표로 하는 성남서고를 이기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게다가 성심학교는 총 엔트리 10명, 그 중 한 선수는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교체 멤버로도 뛸 수 없는 상황이었다. 봉황기 사상 최고 실점패를 면하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우려마저 제기됐었다.

하지만 충주성심학교의 공격으로 시작된 1회부터 이러한 주위의 우려는 무참히 깨졌다. 1번 타자 한명진 선수가 첫 타석에 들어서자마자 친 공이 좌중간을 갈랐다. 한 선수의 공은 아쉽게 성남서고 선수의 글러브에 잡히고 말았지만 관중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2번 편수현 선수는 좌중간을 가르는 첫 안타를 쳐내고 1루를 밟았다. 또한 성심학교는 이날 게임에서 도루를 3개나 뽑아내는 등 게임 내내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 충주성심학교 편수현 선수가 1회초 첫 안타를 쳐내고 있다. <누구나기자 이기태>

4회에서는 첫 득점도 나왔다. 중전안타로 출루한 장왕근 선수가 2루 도루에 이어 상대투수 박영준 선수의 폭투 때 3루까지 진루했다. 이어 성심학교 박종민 선수의 투수 앞 땅볼을 쳐냈지만 장 선수가 1점을 따내는 데는 성공했다. 천금같은 1점이었다.

스코어는 3대 1. 이때 관중석에서는 역전의 기대하는 응원의 목소리도 들렸다. 하지만 성남서고는 4회말에서 곧바로 3점을 뽑아내고 6대 1로 리드해 나갔다. 이어 성남서고가 6회말에서 연거푸 4점을 뽑아내 스코어는 1대 10, 7회 초에서 점수차를 좁히지 못한 성심학교는 콜드게임으로 지고 말았다. 플라이 볼이 총 9개나 됐던 것이 아쉬움이 남는 순간이었다.

충주성심학교 야구부에게 이날 경기의 승패는 중요하지 않았다. 주장을 맡았던 투수 서승덕 선수는 경기가 끝난 후 “오늘 경기를 통해서 성남서고 선수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며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앞으로 좀더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응원을 온 수 백 명의 관중 또한 같은 마음이었다. 서 선수의 어머니 우경숙(44·청주시 흥덕구 운암동)씨는 “아이들이 기대 이상으로 잘하고 열심히 뛰는 모습이 너무 감동스럽고, 대견스럽다”며 “아이들에게는 장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뭐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이 중요하고, 부모가 이를 뒷받침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선린상고시절 선수로 활약하고, 야구부를 탄생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던 조일연 교감은 “실제 실력차는 오늘 점수차보다 많이 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오늘 경기를 통해서 우리 선수들이 진정한 야구선수가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충주성심학교 이종환 선수가 성남서고 박영준 투수가 던진 공을 향한 집념어린 스윙을 하고 있다. <누구나기자 이기태>

이제 충주성심학교는 좀더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도입해 새로운 도전을 준비할 계획이다. 김인태 감독은 “선수층을 좀더 넓히는 것이 우리의 당면과제”라며 “최대한 선수를 확보해 좀더 체계적인 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 김 감독은 “현재 우리나라에는 청각장애인 야구에 대한 기본적인 프로그램도 없는데 앞으로 청각장애인에 맞는 프로그램을 도입해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훈련시킬 것”이라며 “앞으로 시합이 있을 때마다 계속해서 출전해 경험을 넓혀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조일연 교감은 “졸업하기 전에 가능하다면 아이들이 일반아이들과 동등한 수준에 올라가도록 만들어서 프로야구팀에 진출하는 선수를 키워 다른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가능성과 희망을 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행히 창단 때부터 이어진 주위의 관심과 도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경기를 관전한 충북야구협회 남철우 회장은 “창단하지 불과 1년도 되지 않았는데 충주성심학교 선수들이 오늘 경기를 짜임새 있게 잘 해냈다”며 “충북협회장기, 교육감기, 전국체전 등 여러 경기에 선수들이 출전해 경험을 넓힐 수 있도록 길을 트는데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충주성심학교의 출전은 국내 야구사상 청각장애인 야구부의 첫 공식 경기로 국내 공중파 텔레비전에서 생중계를 하고, 수 십 개의 언론사에서 취재 경쟁을 벌이는 등 세간의 큰 관심 속에 진행됐다.

▲ 4회초 충주성심학교에서 1점을 따내자 관중석이 일제히 환호하고 있다. <누구나기자 이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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