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체육활성화 토론회가 장애인선수들의 반발로 지정토론자 명단이 변경되는 수난을 겪었다. 좌우로 2자리씩 애초 예정된 4명의 토론자들의 좌석이 그대로 놓인채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에이블뉴스>

‘장애인체육 활성화’를 주제로 지난 16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지정토론자 참석문제를 두고 한판 논란이 벌어졌다.

“내가 토론자로 참석하는 것에 대해 누가 반대를 하느냐? 오늘 아침에 장애인선수협의회하고 통화했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왜 없는 문제를 갖고 장애인단체와 장애인선수들의 갈등을 조장하느냐?”

“주최 측에서 사정이 생겨 토론회 계획이 변경될 수 있는 것 아니냐? 협조해 달라.”

토론회 시작 예정시각 오후 2시가 지나고 있을 때, 이날 지정토론자로 예정됐던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최동익 사무총장과 토론회를 준비한 열린우리당 안민석 의원 간에 고성이 오고갔다. 최 총장이 지정토론자에서 제외됐다는 소식을 듣자 반발하고 나선 것.

이날 토론회는 열린우리당 체육발전기획단과 한나라당 장애인복지특별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국회의원 나경원, 안민석, 장향숙, 정화원 의원 등 4명의 국회의원이 주관해 장애인계의 관심이 집중된 토론회였다.

애초 주최 측은 용인대 최승권(특수체육과) 교수에게 사회를, 서울대 스포츠과학연구소 노형규 연구원에게 주제발표를 요청했다.

장애인체육인들이 배제됐다며 지정토론자 변경을 요구했던 장애인선수들. <에이블뉴스>

또 지정토론자로 보건복지부 송순태 장애인복지심의관, 문화관광부 조용남 체육국장, 나사렛대 김종인 교수,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최동익 사무총장, 한국장애인선수협의회 봉덕환 정책위원,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손복목 사무총장 등 6명의 인사를 초청했다.

하지만 지정토론자 선정을 두고, 한국장애인경기총연맹 준비위원회에서 주최 측에게 “장애인체육인들이 배제됐다”며 강하게 반발하자 토론회가 열리기 직전 주최 측은 복지부와 문광부 인사를 제외한 모든 토론자를 명단에서 제외했다.

토론회 자료집에는 이미 원고가 실려 있었고, 강단에는 이미 자리까지 마련이 된 상황에서 이뤄진 결정이었다. 안민석 의원과 최동익 총장의 고성은 몇 분 만에 잦아들었지만 토론회는 내내 긴장감 속에 진행됐다.

안민석 의원과 나경원 의원은 1부 개회식에서 인사말을 통해 이구동성으로 “아직 잘 몰라서 부족한 점이 있었던 것 같다”며 토론회 진행에 차질이 발생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이후 변경된 계획대로 2부 토론회에서는 노형규 연구원이 주제발표를 하고, 복지부와 문광부 인사가 각각 지정토론을 했다.

지정토론 이후, 사회를 맡은 용인대 최승권 교수는 먼저 “봉덕환 정책위원은 장애인체육의 당사자인 장애인경기연맹 등이 토론자로 지정되지 않은 토론회에는 참석할 수 없다고 불참의사를 전해왔다”고 전했다. 이어 종합토론 시간임을 알리며 “방청객이 양해를 한다면 애초 토론자로 참석하기로 했던 분들에게 발언권을 주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곧 바로 장애인선수들 쪽에서 반대의견이 나와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갈등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방청객 자격으로 발언권을 얻은 나사렛대 김종인 교수는 “내가 수많은 토론회에 참석해봤지만 오늘만큼 찬밥신세를 받은 적은 없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갑작스럽게 토론자에서 제외돼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나사렛대 김종인 교수. <에이블뉴스>

김 교수는 “재활이라는 말이 들어갔다고 왜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모르겠다”며 “장애인체육이 문광부로 넘어가는 큰 틀 속에서 복지부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원고를 준비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자신이 준비한 원고를 바탕으로 질문과 제안을 이어갔으나 장애인선수들이 “질문인지 발표인지 구분이 안 간다. 다른 사람들도 할 얘기가 많으니 발표를 하지 말고, 질문을 해라”고 반발하는 등 토론회가 마치도록 갈등은 계속됐다.

한 장애인선수는 이날 갈등에 대해 “평소에 관심이 없던 장애인단체들이 장애인체육이 문광부로 넘어가려고 하니까 국회의원을 등에 업고, 열매를 따먹으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애초 토론자로 예정됐던 한 인사는 “토론회 인사로 초청받을 때, 전후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몰랐다”며 “장애인선수들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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