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관왕을 차지하며 한국 육상의 샛별로 떠오른 홍석만 선수. <사진제공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

에게해에 샛별이 반짝였다.

아테네장애인올림픽에서의 빅 스타 탄생은 육상 뿐 아니라 한국 장애인스포츠의 쾌거로 기록될만 하다. 육상휠체어종목의 홍석만(29·서귀포장애인복지관 컴퓨터 강사)이 대회 2관왕과 함께 은메달 1개를 차지하며 한국 선수단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얼짱·맘짱'인 홍석만은 지난 26일(한국시간) 남자100m 휠체어 경기(T53)에서 15초 04의 기록(장애인올림픽 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한데 이어 28일 새벽 1시30분(한국시간) 또다시 200m에서 26초31로 세계신기록을 수립하며 찬란한 금빛레이스를 펼쳤다.

24일 벌어진 400m 경기에서 아깝게 쿠웨이트의 하마드 알라드와니에 0.01초차로 뒤져 은메달에 머물렀던 홍석만은 자신의 주종목인 100m와 200m에서 귀중한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장애인육상의 대들보로 떠올랐다.

홍석만은 아테네장애인올림픽 전에는 국제무대에 거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던 무명. 2002년 부산 아·태장애인경기대회와 지난 5월 제24회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자신의 이름을 알린 홍석만이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누구도 금메달을 기대하지 않았다.

특히 홍석만의 금메달은 자신의 주종목인 100m와 200m에서 각각 패럴림픽과 세계기록(200m)을 갈아치움으로써 더 값졌고, 기초종목인 육상의 금메달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하고 있다.

1996년 휠체어레이싱을 시작한 홍석만은 처음에는 부모의 반대로 마음고생이 심했다. 어버지인 홍상림씨(61)는 "돈도 안 되는 운동을 왜 하려하느냐"며 그의 선수생활을 못마땅해 했다.

그러나 홍석만은 아테네장애인올림픽에서의 금메달 2개를 모두 "부모님에게 바친다"며 지극한 효심을 드러냈다.

200m 세계 신기록을 세운 후 홍석만은 "휠체어레이싱에서는 스타트가 생명이다. 그런데 오늘 출발은 좋지 않았는데 기록이 좋게 나와 나도 놀랐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기쁘다"며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올림픽스타디움을 돌며 기쁨을 만끽했다.

더욱이 맞바람을 가르며 세운 세계기록이어서 그의 얼굴은 더욱 환하게 빛났다. 홍석만은 "경기시작 전 유희상 코치(41)와 '내 기록만 내자'고 다짐했다"며 "100m와 400m에서 메달을 땄지만 기록이 썩 좋지 않아 코치님에게 미안했는데 이번 세계기록으로 마음의 짐을 덜었다"고 말했다.

홍석만과 유 코치는 사석에선 '형, 아우'할 정도로 끈끈한 연을 맺어왔다. 홍석만이 경기를 끝낸 후 항상 부모와 함께 고마움을 표한 인물이 바로 유 코치. 그만큼 홍석만은 유 코치를 믿고 따랐다. 그도 그럴 것이 유 코치는 한국장애인휠체어 육상의 1세대로서 88년 서울장애인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금메달을 깨물어보는 홍석만 선수. <사진제공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

"선수출신인 코치님이 저의 부족한 부분을 완전히 채워주는 역할을 했다"는 홍석만은 "이번 대회에서도 경기가 제대로 풀린 것도 모두 코치님의 지도 덕분이다"고 감사를 표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을 것 같아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제가 메달을 딴 목적도 더 나은 운동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휠체어레이싱의 선진기법과 기술을 도입해 후배들이 더 많이 박진감 넘치는 휠체어레이싱을 하는데 기여하고 싶다."

홍석만은 26일 인터뷰에서도 '88년 서울장애인올림픽때만 해도 휠체어 육상은 전성기였다. 그 이후 지원도 없고, 선수발굴도 되지 않아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제가 꼭 선배들의 영광을 재현하고 싶었다'고 얘기한 바 있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싶었다"는 그가 이제 여기에 덧붙여 후배육성의 포부를 밝히며 장애인육상의 꽃 '휠체어레이싱'의 전성기를 예고하고 있다. "2008년 베이징장애인올림픽에 대비해 계획하는 것이 있다"는 그는 "이것이 제대로 실천된다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홍석만은 "1천만원대에 달하는 고가의 장비도 문제이거니와 선수는 많은 대회에 참가, 경험을 쌓아야 하는데 국제대회 참가비가 없어 불참"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자신도 이번 대회에 5년 된 '고물휠체어'로 메달을 일구는 서러움과 기쁨을 동시에 맛봤다.

'선수생활의 결심'을 '제1의 인생선택'이라고 밝히는 홍석만은 "운동은 나에게 새로운 시야를 넓혀주고,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줬다"고도 했다. 신화의 땅 아테네에서 홍석만의 신화가 시작됐다. 이제 그의 신화레이스를 지켜보는 것도 한국장애인스포츠의 즐거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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