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내 일간지 사진기자들이 제24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개막식을 취재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지난 11일 전북에서 개막한 제24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가 3대 악재로 난관 속에 열리고 있다. 첫 번째는 관중과 언론의 무관심, 두 번째는 짓궂은 날씨, 세 번째는 전북도내 편의시설 부족이다. 세 가지 부분을 집중 정리했다.

체전 개막 중앙일간지 3곳만 보도

지난 11일 에이블뉴스가 전북 전주시 고사동 일대에서 전북도민 153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북도민의 76.5%(117명)가 장애인체전을 관람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예 25명은 장애인체전이 전북에서 열리고 있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

실제 개막식부터 시작해 곳곳의 경기장에는 선수들과 자원봉사자들 이외에 일반 관람객은 매우 적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매년 나타나고 있는 것이지만, 특히 올해는 중·고생들의 단체 관람마저 매우 적어 경기장 분위기가 썰렁하다.

언론들의 관심도 매우 적다. 현재 전주종합경기장에 마련된 기자실에는 전북도내 일간지와 장애인전문신문 소속 기자들만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중앙일간지 기자실은 대부분 자원봉사자와 체전관계자만이 지키고 있을 뿐이다.

실제 이번 체전과 관련한 보도를 내보낸 중앙일간지는 총 3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13일 현재까지 조선일보, 동아일보, 세계일보 등 3곳만이 장애인체전 관련기사를 내보냈으며, 앞으로 한겨레신문과 중앙일보가 현지 취재를 통해 관련 기사를 내보낼 예정이다.

한편 방송사에서는 KBS가 체전 개막식을 중계방송했으며, 12일 MBC가 좌식배구를 중계방송했다. SBS는 14일 휠체어농구 경기를 중계 방송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중계방송은 모두 시청률이 낮은 낮에만 실시됐거나 실시될 예정이다.

봄비 내려 일부 경기진행 차질

본격적인 경기가 시작된 12일 봄비가 내려 야외에서 진행되는 경기가 차질을 빚었다. 특히 휠체어테니스의 경우, 우천이 예고됨에 따라 경기 일정을 변경해 11일 오후부터 경기를 시작하는 바람에 같은 시간에 진행된 문화공연으로 인해 큰 지장을 받았다.

이 비는 야외경기에 차질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휠체어장애인, 목발장애인 등 지체장애인들의 보행에도 큰 어려움을 주었다. 또 일반 관람객들의 발길마저 끊게 만들어 경기장을 우중충하게 만들었다. 다행히 12일에는 비가 그쳐 관계자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육상경기장에서 만난 경남의 한 임원진은 “육상 경기장은 넓은데다가 비마저 와서 관람객이 하나도 없어 흥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북도의 한 임원진은 “선수들이 비 때문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북도내 곳곳 편의시설 부족

전주대에 마련된 보치아경기장으로 진입하는 경사로가 너무 급해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의 보행에 불편을 주고 있다. <이기태 기자>

무엇보다 전북도내 장애인 편의시설이 매우 부족해 장애인들에게 큰 불편을 주고 있다. 다른 시·도에 비해 전북의 경우,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가 안 되어 있어 체전을 준비한 관계자들이 매우 애를 먹었다.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은 선수단의 숙소문제였다. 애초 전북도는 다른 시·도와 달리 연수원 등 선수단을 수용할 수 있는 장소가 매우 부족했다. 그나마 공무원교육원(40명 숙박 규모)과 삼성생명연수원(80명 숙박 규모)이 있지만 다른 교육일정으로 선수단이 이용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선수단은 60여 곳의 모텔에 분산돼 숙박하고 있다. 대회본부측은 될 수 있으면 편의시설이 갖춰진 곳으로 모텔을 선정하고, 편의시설 설치 공사를 진행했지만 애초 만들어질 때부터 좁은 화장실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었다.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경북의 한 선수는 “모텔 화장실이 너무 좁아서 너무 불편하다”며 손을 절레절레 흔들었다.

모텔 입구나 음식점 입구나 경사로를 설치했지만 도로 침범 문제 때문에 경사로가 완만하게 만들 어 지지 않은 곳도 있었다. 게다가 일부 경사로가 나무로 만들어져 이번 체전이후 지속적으로 장애인들이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부 경기장에는 편의시설이 설치됐지만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오히려 불편을 초래하고 있었다. 보치아경기가 열린 전주대체육관의 경우, 충분한 공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사가 너무 급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을 불편하게 했다. 12일에는 비마저 내려 우천으로 경사로가 비에 젖는 바람에 비장애인들도 조심해서 이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이곳 경기장은 장애인화장실도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는 규모였다.

이에 대해 편의시설 설치를 담당한 체전 관계자는 “도내 편의시설이 너무 열악한 바람에 이번 체전을 준비하면서 편의시설과 숙소 문제로 가장 애를 먹었다”며 “일부 편의시설이 부족한 곳은 어쩔 수 없이 자원봉사자를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산이 아직 다 되지 않아 정확하지는 않지만 편의시설 설치에만 약 3억원이 투입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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