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전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개막식에 전북 도민들이 찾지 않아 썰렁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이기태 기자>

11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일정에 돌입한 전북장애인체전이 첫날부터 졸속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방순회 개최이후 최악”이라는 말도 서슴지 않고 나오고 있다. 이번 체전이 열리는 전북은 4번째 지방순회 지역이다. 개·폐막식이 진행되는 경기장의 편의시설을 열악했으며, 전북 도민들마저 이번 체전을 외면했다. 경기운영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개막식부터 장애인 불편

11일 개막식이 열린 전주종합경기장은 전북도내 최대 규모의 종합경기장으로 대회 운영의 중심이 되는 곳이다. 육상 트랙경기와 필드경기도 여기서 진행되며, 오는 14일 폐회식도 이곳에서 열릴 예정이다.

그러나 이곳 경기장의 관람석은 접근성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장애인들의 경기관람에 큰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이미 개회식에서도 그러한 불편은 여실히 드러났다.

일단 관람석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경사로는 2곳밖에 없다. 개막식에 참석한 관중들은 본무대를 중심으로 좌․우 양쪽에만 집중되고 맞은편 중앙의 객석은 텅 빈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이는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임시경사로가 본무대 좌우측 2곳에만 설치돼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관람석 앞 통로의 폭이 너무 좁아서 일방통행밖에 되지 않아 전동휠체어, 수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큰 불편함을 겪었다. 렉시, 인순이, 원타임 등 인기가수의 공연이 운동장 한 가운데에서 펼쳐져 관객들이 모두 운동장으로 뛰쳐나갔지만 경사로 사정이 혼잡해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은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결국 이동이 불편한 휠체어 장애인들은 공연장의 열기를 느낄 수 없었다.

전주종합경기장뿐만 아니라 이번 체전이 진행되는 전북 곳곳의 경기장은 노후화된 건물들로 장애인 접근성이 매우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개막식부터 관중석 텅텅

이번 장애인체전은 개막식부터 관중석이 텅텅 비어 ‘그들만의 잔치’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관중 부족은 장애인체전 뿐만 아니라 일반 체전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이번 체전에 대해서는 “그래도 너무 심했다”라는 말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번 개회식에 참석한 인원에 대해 대회본부 측에서는 총 1만4천명으로 집계하고 있다. 전주종합경기장이 총 2만6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이기 때문에 대회본부측의 발표대로라면 경기장의 절반이 채워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개회식에 참석한 사람이라면 그러한 발표가 터무니없다는 것을 쉽게 체감할 수 있을 만큼 관람석은 텅텅 비어있었다. 아무리 많이 잡아도 ‘1만명도 되지 못하는 규모의 관중’이었다는 것이 정평이다.

이에 대해 전북도 종합상황실 관계자는 “다른 체전에서는 중·고등학생 강제동원으로 경기장을 채웠지만, 우리는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했다”며 “개막식에 모인 관중들은 모두 자발적으로 참여한 도민들”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대회 관계자들 입에서조차 “너무 늦게 관계기관에 중·고생의 참가를 요청해 강제 동원하는 것마저 시기를 놓쳐버린 것”이라는 이야기가 속속 흘러나오고 있을 정도로 이번 체전은 준비부족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테니스 경기장 옆에서 국악공연

휠체어테니스 경기장 옆에 문화공연장이 설치돼 소음으로 인해 첫날 휠체어테니스 경기가 크게 방해를 받았다. <이기태 기자>

우천이 예상됨에 따라 개막 하루 전 경기일정이 변경된 휠체어 테니스 경기는 경기장 바로 옆에서 올려진 국악공연으로 인해 소음 통제가 거의 불가능한 상태로 진행됐다.

선수들에게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테니스 경기에서 대형 스피커를 통해 들리는 음악소리는 심판의 목소리조차 제대로 들리지 않게 만들어 정상적인 경기를 펼칠 수 없게 했다.

한 선수의 감독은 경기환경에 대해 “휠체어 테니스 경기 일정이 갑작스레 변경된 것이기 때문에 소음을 감수하고서라도 진행할 수밖에 없다. 대회 측에 공연중단 건의도 해보았지만 이미 짜여진 일정이라서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말했다.

대회본부측은 “경기를 위해 공연시간을 조금 줄여보겠다”고 밝히긴 했지만 테니스 경기장 바로 옆에 문화행사를 위한 부스와 무대를 설치했다는 것 자체에서 이미 경기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없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크게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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